미국 정부가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 관련 기밀문서를 공개키로 한 가운데 할리우드 유명 감독 올리버 스톤의 1991년 영화 'JFK'가 문서 공개 결정에 일조했다고 미 한 일간지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케네디 대통령 암살 배후에 미 중앙정보국(CIA)이 있다는 의혹을 파헤치는 한 검사의 노력을 그린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케네디 대통령 암살 관련 기록을 공개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졌다는 점에서입니다.
그러나 영화 내용 대부분이 허구라는 점도 재조명되고 있다고 이 매체는 지적했습니다.
정부 기관인 암살기록심의위원회(ARRB)는 이 영화가 국민 정서를 "건드렸다"며 영화가 기밀문서 공개에 영향을 미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영화 평론가와 기자들이 지적한 것처럼 영화 속 하이라이트 장면 대부분은 '완전 허구'입니다.
이 영화의 각본을 공동 저술하고 영화를 연출한 올리버 스톤 감독도 이런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그는 개봉 전인 1991년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그 자체로는 실화가 아니다"라며 "케네디의 사인과 누가 죽였으며 왜 그랬는지에 대한 모든 가능한 시나리오를 탐구한 것"이라고 영화를 소개했습니다.
올리버 스톤 감독은 인터뷰 당시 자체 조사부서에서 사건을 조사한 워런 위원회 등의 조사 보고서를 입수했다며 영화가 어느 수준의 정확성을 확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감독의 주장과 달리 정작 크리스마스 무렵 개봉한 이 영화는 케네디의 재임 기간 및 마지막 자동차 행렬을 담은 뉴스 영상을 짜깁기해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보이도록 만들어졌습니다.
미국의 시사잡지 애틀랜틱은 당시 이 영화가 아주 매끄러우면서도 혼란스럽게 사실과 허구를 엮어냈다고 평했습니다.
예컨대 영화는 1960년대 후반 뉴올리언스 주에서 케네디 대통령 암살범인 리 하비 오즈월드와 공모한 혐의로 재판정에 선 한 사업가에 관한 이야기를 기반으로 음모론을 제기합니다.
이 재판은 실제로 열렸습니다. 그러나 배심원들은 한시간도 못돼 이 사업가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으며 담당 검사는 주목을 받기 위해 이상한 이론을 만들어낸다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이런 사실과 달리 영화는 재판을 정부의 손아귀에서 진실을 파헤치려는 영웅적인 노력으로 묘사합니다.
실제 재판에선 주요 증인 한명이 최면에 걸린 후에야 이 암살 음모에 가담한 사실을 기억해냈습니다.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스톤 감독은 영화에서 이 증인을 기억력이 우수한 신나치주의자라는 허구의 인물로 대체했습니다.
또 영화에선 용의 선상에 있던 인물 중 한 명인 데이비드 페리가 CIA에서 일한 사실을 인정하고, 오즈월드를 지도했으며 케네디 대통령의 진짜 암살범을 아는 것처럼 묘사됐습니다. 페리는 영화에서 암살당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페리는 자연사했으며 자신이 죽을 때까지 결백을 주장했습니다.
이런 허위 사실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케네디 대통령 암살에 미 연방수사국(FBI)과 CIA, 군대가 연루됐다는 해석을 통속화했다"는 것이 ARRB의 판단입니다.
게다가 정부는 관련 기록을 2029년까지 공개하지 않기로 하면서 은폐 의혹을 증폭시켰습니다.
영화 개봉 후 케네디 대통령 암살에 대한 음모론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당시 재선을 앞두고 있던 조지 H.W. 부시 대통령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 범위에서 모든 관련 문서를 이달 안으로 공개한다는 내용의 '존 F. 케네디 암살 기록 소장법'에 서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번에 공개되는 관련 문서의 분량은 80만 장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매체는 이 자료가 오즈월드의 단독범행이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음모론자들에게는 실망을 안겨줄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하지만 영화 팬들과 마찬가지로 올리버 스톤 감독도 음모론을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올리버 스톤 감독은 2013년 케네디 대통령 암살 50주년을 맞아 다른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오즈월드의 단독범행이라고 믿는 사람은 한명도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또 정부 조사 결과를 반박할 증거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으며 마치 구소련 시대처럼 주류 언론이 우리의 상식을 무시하며 역사를 날조한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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