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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 (월)

[리뷰] 공감의 묘…연극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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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연극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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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문삼화 공상집단 뚱딴지 대표가 연출한 연극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는 공감의 묘를 발휘한다. 예술의전당이 제작한 이 작품은 '유리동물원' '욕망이란 이름의 전차' 등 작가로 잘 알려진 테네시 윌리엄스 대표작 중 하나다.

하지만 국내에서 드물게 공연돼 상당수 관객에게 낯설 수 있다. 번역까지 맡은 문 연출이 해석한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는 세심함으로 고전의 정서를 현실에 밀착시킨다.

우선 시대 배경을 지금과 더 가깝게 설정했다. 원작은 1950년대 미국 남부의 미시시피주 대농장주의 대저택이 배경인데 이번 연극은 1990년대로 바꿨다. 아날로그 시대의 최후 전선이다.

이 설정만으로도 인물들은 지금과 한층 가까워진다. 하지만 '너무 편한 재해석의 징표 아닌가'하는 의심은 원작 인물을 최대한 살려내는 생생함 앞에 눈 녹듯 사라진다.

65세를 맞이한 아버지 빅대디의 생일날. 그는 자수성가해 거부가 됐지만, 암에 걸린 상태다.

큰아들 구퍼와 아내 메이는 아버지의 재산을 독차지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아버지 죽음 이후의 계획을 세우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 아버지의 건강과 생일보다 향후 농장 관리에만 신경을 쓴다.

빅대디는 그런 큰아들보다 작은아들 브릭에게 애정이 더 깊다. 유산을 브릭에게 넘겨줄까도 생각했다.

그런데 브릭은 상처로 점철됐다. 한때 잘나가던 미식축구 스타였지만, 자신과 동성애 관계로 의심받던 친구가 죽은 이후 술을 마시기 시작해 이제는 술로 허송세월하는 주정뱅이가 돼버렸다. 가난한 집안 출신인 브릭의 아내 마가렛은 자신에게 관심도 없는 남편에게 사랑마저 구걸하지만, 소용없다.

이런 이야기 얼개에서 인물들의 욕망과 허위의식이 뒤엉킨다. 서로 염탐하고 위선과 가식을 떨며 안달복달한다. 서로 소통하는 듯하지만, 각자 바라보는 곳은 다르다. 뜨거운데 공허하다. 모두 뜨거운 양철지붕 위에 선 고양이처럼 안절부절못한다. 폭풍이 몰아치고 집안이 엉망이 되고 인물들이 망가지는 상황에서 추악한 내면이 점차 까발려진다.

2017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뜨거운 걸 알지만, 양철지붕에서 내려갈 수 없다. 허위와 위선의 깃발을 든 채 전전긍긍하고 있어도 그 위에서 버텨내야 한다. 폭풍우가 오지 않기를 바라고, 혹시나 불어 닥쳐도 자신만은 피해가기를 바란다.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에서 가장 진실을 말하는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브릭이다. 하지만 술로 상처와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이겨내는 그 역시 허위의 또 다른 면인 위악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한국에서 익숙한 작품은 아니지만, 배우들의 강력한 이미지는 상당수에게 기억된다. 1958년 리처드 브룩스 감독이 연출한 할리우드 동명 영화에서는 폴 뉴먼,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브릭과 마가렛을 각각 연기했다. 특히 마가렛은 테일러가 연기한 이후 강렬하고 관능적인 캐릭터로 각인됐다. 최근에는 스칼릿 조핸슨과 시에나 밀러가 마가렛 역할로 무대에 올랐다.

한국 배우들의 영리한 연기가 전작 배우들의 뭇매를 피해간다. 마가렛 역의 우정원은 외국 스타 배우들의 아우라를 뛰어넘으려 하기보다 현실적인 연기로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그래서 그녀의 빨간 드레스와 브릭의 아이를 가졌다는 거짓말이 더 아프게 다가온다.

위악적인 캐릭터의 겉면 아래에 숨어 있는 휴머니티의 뜨거움을 끄집어낼 줄 아는 배우인 이승주는 윌리엄스의 또 다른 작품인 '유리동물원',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에 이어 영미권 희곡 작품을 상징하는 젊은 배우가 됐다. 차진 욕설을 들려주는 빅대디 역의 이호재는 존재감만으로도 중심축을 잡는다.

오는 11월5일까지 CJ토월극장.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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