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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고래회충' 기생충 의정부 고교 급식서 나와...식자재 관리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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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급식 갈치구이서 나와

내장제거되지 않은 갈치 납품원인

검수, 세척 과정서도 확인 못해

복통 등 감염증상 호소 학생없어

교육 당국 "재발방지 최선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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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의정부 한 고교 급식 갈치구이 반찬에서 나온 고래회충 사진. [사진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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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고등학교 점심 급식 반찬으로 나온 갈치구이에서 기생충 일종인 ‘고래회충’이 발견됐다. 계약과 다른 내장을 제거하지 않은 냉동 생선이 버젓이 납품됐는가 하면, 이후 검수·세척과정에서도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 단체급식 자재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다.

20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16일 의정부 A고등학교 점심 급식 반찬으로 나온 갈치구이에서 실처럼 얽혀 있는 회충이 나왔다. 다른 반찬인 소시지 야채 볶음·배추 겉절이 등은 이상 없었다. 혐오감을 느낀 학생들은 해당 반찬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 공유했다. 댓글에는 “더러워 안 먹길 잘한 듯” “딱 봐도 기생충이다” 등의 의견이 달렸다.

A고는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가 민원인이 교육 당국에 문제를 제기한 후인 17일에서야 실태 파악에 나섰다. 그 뒤 갈치구이에서 발견된 기생충이 생선에 주로 기생하는 고래회충인 사실을 파악했다. 감염되면 복통·설사·구토 등 증상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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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A고의 식단표. 문제의 갈치구이가 포함돼 있다. [사진 해당 학교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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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16일 오전 8시30분쯤 구이용 냉동 갈치 90여㎏(1인 80g 기준·1200여명 분)을 납품받았다. 위생을 고려해 내장을 제거하고 몸통을 토막 낸 갈치로 계약했는데, 일부 내장이 제거되지 않은 제품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샘플을 대상으로 검수가 이뤄지다 보니 이 같은 문제점을 발견 못 했다. 이후 네 차례의 세척 과정에서도 내장이 제거됐는지를 확인 못 했고, 결국 고래회충이 포함된 반찬을 제공했다.

다행히 고래회충은 60도 이상 온도에서 1분 이상 가열할 경우 죽어 현재까지 복통 등 증상을 호소한 학생·교직원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의 갈치구이는 200도 온도의 오븐에서 40분간 가열·조리됐다. 수능시험이 한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만일 고3 학생이 감염돼 증상이 나타났다면 문제가 더 커졌을 수 있다.

학교 측은 납품계약을 어긴 해당 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재발방지 대책으로 식재료의 검수·세척 등 과정도 강화하기로 했다. 학생들에게도 SNS에 올려 막연한 불안감을 키우지 말고 일단 영양사와 상담을 하도록 당부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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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사마귀 반찬이 나온 경기도 오산의 한 학교 급식 사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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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학교는 가정통신문을 통해 학생·학부모들에게 “회충으로 혐오감을 준 점에 대해 깊이 사과 드린다”며 “앞으로 급식 위생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지난달 18일 위생점검 당시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준수 등 별다른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던 곳”이라며 “조만간 현장 위생점검을 다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경기도 오산의 한 고등학교 급식 반찬에서는 사마귀가 나와 교육당국이 대책마련에 나섰다. 앞서 이 학교 급식 김칫국에서는 애벌레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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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애벌레가 나온 경기도 오산의 한 학교 급식 사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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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등 집단급식시설에 식자재를 공급하는 업체의 식품위생법 위반건수가 증가해 당국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식품위생법 위반 건수는 2014년 146건에서 2015년 214건, 2016년 276건으로 늘었다. 올해는 6월 기준 101건이다.

기동민 의원은 “식자재 공급업체의 부주의 등이 영향을 미친 학교급식 식중독 피해학생 수는 최근 5년간 약 1만 3000명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의정부=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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