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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토)

“잘한 결정” VS “참담” 신고리 엇갈린 반응, 환경단체 “깊은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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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발표 결과에 울주군 “두 팔 벌려 환영”

백지화 울산본부 “지역 주민 목소리 반영 안 돼”

건설 추진됐던 영덕 주민들 “천지 원전도 재개하라”

중앙일보

울산 울주군청 브리핑룸에서 대정부 권고안 발표를 보던 울주군민들이 찬성 의견이 높게 나오자 환호하고 있다. 최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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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20일 오전 10시 17분 울산 울주군청 브리핑룸에 모여 TV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대정부 권고안 발표를 보던 울주군민 8명이 환호성을 질렀다. 건설 재개 비율이 59.5%로 건설 중단(40.5%)보다 19%포인트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 일부 주민들은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신고리 5·6호기가 있는 서생면의 체육공원에서 역시 ‘2017 서생면민 한마당 대잔치’에 참석한 주민 수천 명이 만세를 불렀다.

같은 시각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호소하며 108배를 하던 밀양 주민과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전국시민행동 회원 20여 명은 자리에 주저앉아 통곡했다. 한 70대 주민은 “후손들은 어떻게 하느냐”며 울부짖었다.

경기 용인에 사는 박숙희(50)씨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은 재개하면서 탈원전 정책을 지지한다(원자력 축소 53.2%)는 결과가 좀 혼란스럽긴 하지만 국민의 여론이 담겼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 지을 원전도 정부가 심사숙고해 건설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 재개를 찬성하던 회사원 이동민(32, 서울 거주)씨는 “위험성을 고려하더라도 이미 수조원을 투자한 사업을 백지화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생각했는데 잘한 결정”이라며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가 국민의 의견을 존중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설을 반대하던 김재윤(35, 서울 거주)씨는 “참담한 심정이다. 애초 왜 공론화위원회가 만들어졌으며 이를 주도하는 주체가 누구였는지 불분명해 보인다”고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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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울산시민운동본부가 20일 오후 2시 울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론화 결과에 유감을 표명하고 있다.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울산시민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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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중단을 외쳤던 시민단체들은 결과가 찬성으로 나온 데다 반대와 차이가 커 당혹스러워했다.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울산시민운동본부는 “공론화위 권고안과 정부 발표에 매우 유감을 표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백지화를 약속했지만 공론화는 정부의 후속 대책 없이 찬반 단체 논리와 토론에만 맡겨졌다. 직접 영향권에 있는 부산·울산·경남 시민의 목소리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과정이 불공정했기 때문에 수용한다, 안 한다를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부산백지화운동본부 관계자 역시 “모순된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모르겠다”며 유감을 표했다.

시민단체들은 탈핵운동을 계속할 전망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원전 없는 한국 사회, 탈원전 사회가 가능하다는 가능성을 시민참여단 상당수가 확인했다는 사실만으로 성공적이라고 평가한다”며 “원전 없는 한국사회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월성·신월성 원전이 있는 경북 경주의 경주환경운동연합은 “정부의 기본 정책이 탈핵이니 장기적으로 원전 반대 운동을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지자체 반응은 엇갈렸다. 울산시와 울주군은 건설 재개에 대해 각각 ‘다행이다’, ‘환영한다’는 성명서를 냈지만 서병수 부산시장은 개인 SNS에 “원전 다수호기 운영, 가동 안전성, 활성단층 정밀재조사, 안전대책 등이 마련되지 않은 점은 문제”라며 “이번 결정으로 시민의 안전이라는 최우선 가치가 훼손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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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5·6호기 공론조사 발표를 하루 앞둔 19일 울산시 서생면 신고리 5·6호기 공사현장과 인근 마을이 마치 폭풍전야 처럼 조용하기만 하다.송봉근 기자 (2017.10.19.송봉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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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건설이 중단된 지역 주민들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경북 영덕의 천지 원전 조혜선 지주연합회 회장은 “천지 원전도 계획대로 공사를 이행해야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정책으로 건설 계획이 하루 아침에 바뀌었는데 여론을 확인했으니 정부에서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찬(62) 영덕군 영덕읍 석리 이장 역시 “정부는 공사를 재개하든지 경제적 기반을 잃은 주민들에게 보상 대책을 마련하라”고 말했다.

천지원전 1·2호기는 경북 영덕군 영덕읍 석리 일대에 2027년 지어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7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땅 주인들에게 신규 원전 건설을 백지화한다는 공문을 보내 현재 건설이 중단됐다.

한편 이날 오전 11시 30분 신고리 5·6호기가 있는 울주군 서생면 한수원 새울본부에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국정감사 현장시찰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조속히 공사를 재개하라. 문재인 정부가 어설픈 공약을 내세워 막대한 비용을 쓴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공사를 최대한 안전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영덕=최은경·백경서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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