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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재판관 지명 한숨 돌린 靑… 헌재소장 공백 장기화 언제 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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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관·소장 임명 동시 추진할 경우 또 '위헌논란'

靑 인사 로드맵 따르면 당분간 헌재소장 공백 불가피

뉴스1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18일 서울 청와대 춘추관에서 새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는이날 브리핑을 통해 후보자로 유남석 광주고등법원장을 지명했다. 2017.10.18/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공석중이던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로 유남석 광주고등법원장을 지명했다. 국회가 임명동의안을 부결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체제 장기화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선(先) 재판관 임명 후(後) 소장 임명 수순을 밟겠다고 나선 것이다.

문 대통령이 국회 동의가 필요하지 않은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했지만 헌재소장 임명을 둘러싼 논란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당장 9인 체제는 완비할 수 있겠지만 국회 동의를 필요로 하는 헌법재판소장 임명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정치권의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유남석 광주고법원장을 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하기 전까지 청와대는 야권의 헌재소장 임명 촉구를 ‘핀셋임명’ 요구라며 대통령의 인사권 축소라는 볼멘소리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헌법학자들은 "특정인을 지목한 것이 아님에도 '핀셋임명' 요구라는 발언은 어불성설"이라며 "헌재소장의 경우 헌법이 국회 동의권을 규정하고 있는 만큼 헌재소장 임명에 대한 권한은 오롯이 대통령만의 권한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결국 야당의 반발과 헌법학계에서 대통령의 헌법기관 구성의무 해태라는 지적이 계속되자 청와대는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먼저 지명하고 차후에 헌재소장 임명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는 원래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항변했지만 법조계에서는 청와대가 거세지는 위헌소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화급히 움직였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법조계 인사들은 유남석 광주고법원장의 재판관 후보자 지명을 헌재 소장으로 임명하기 위한 수순으로 보고 있다. 유 후보자의 경력이나 나이 등에 비춰 헌재소장으로 손색없기 때문이다. 역대 헌재소장 모두 대통령이 임명한 재판관 가운데서 나왔기 때문에 대통령 몫으로 지명된 유 후보자는 청와대의 의중에 딱 들어맞는 인물이다. 더욱이 청와대가 거듭해서 헌재소장 임기 문제를 거론해왔던 점을 고려할 때 새로 헌법재판관 임기를 시작해 6년을 헌재소장으로 재직할 수 있는 인물을 찾고 있었다는 분석을 뒷받침한다.

물론 유 후보자를 헌재소장으로 임명하지 않고 현재 재직중인 8명의 재판관 가운데 한명을 헌재소장으로 임명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이미 국회의 임명 동의가 부결된 김이수 재판관을 제외하고 가장 유력한 재판소장 후보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주심을 맡았던 강일원 재판관이 꼽히고 있다.

하지만 강 재판관 역시 내년 9월 임기를 마치기 때문에 약 8개월 뒤에는 다시 헌재소장을 임명해야 한다. 내년 9월 여당, 야당, 여야 합의 몫으로 임명된 재판관 3명이 동시에 퇴임하지만 이때에는 대통령 지명 몫이 없다.

이처럼 기존 재판관들 가운데 다시 헌재소장 후보를 임명하면 헌법재판관의 잔여임기 동안만 헌재소장으로 재직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재직기간 헌재소장 인사를 가장 많이 하는 대통령으로 기록될 가능성도 있고 이는 헌재의 독립성 훼손 시비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 역시 새로 임기를 시작하는 재판관을 헌재소장으로 임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유 후보자의 지명과 헌재소장 임명을 동시에 추진하지 않았다. 국회를 의식한 것이다. 위헌소지 논란도 있다.

재판관 지명과 헌재소장 임명을 동시에 할 경우 야당이 다시 한 번 유 후보자 임명에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당연히 청와대 측이 안고가야 할 부담이 적지 않게 된다. 자칫 헌법재판소 '9인 체제'도 어려워질 수 있는 상황을 맞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헌법재판관 임명이 완료되지 않은 유 후보자를 헌재소장으로 지명해 헌법재판관과 헌재소장으로서 인사절차를 동시에 진행 하면 또 다시 ‘위헌논란’에 휩싸이게 된다. 우리 헌법이 헌법재판소장을 헌법재판관 중에서만 임명하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 인사들은 이러한 상황들이 맞물려 청와대가 유 후보자를 헌재소장 감으로 낙점했음에도 섣불리 드러내지 못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무튼 야당은 문 대통령이 헌재소장을 임명하지 않는 것에 대해 연일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대통령은 헌법에 따라 헌법기관을 구성할 의무를 진다. 헌법기관인 헌재소장 임명을 미루면 헌법상의 의무를 게을리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것이 불가피하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19일 언론을 통해 "국회법상 동시지명을 하면 인사청문회를 한 번만 할 수 있지만, 일부 야당의원이 '국회법 조항이 위헌'이라고 헌법소원을 내는 등 정쟁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래서 (문 대통령은) 이번에 어떻게든 헌재소장 임기문제를 매듭짓고 가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헌재소장 임기 문제를 고리로 공을 국회에 떠넘기는 모양새다.

법조계에서는 이강국 전 헌재소장 임명과정을 사례로 들어 청와대와 정치권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 전 소장의 경우 헌법재판관과 헌법재판소장 임명절차를 동시에 추진했지만 헌법 해석상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여야 합의로 해결했다. 여야가 합의를 통해 헌법재판관이 될 경우 헌재소장으로 임명되는 것을 전제로 인사청문회를 진행하고 이후 임명동의안을 처리한 것이다.

결국 헌재소장 공백 장기화 해소의 열쇠는 청와대가 쥐고 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청와대가 정치력과 협치를 토대로 야당과 문제를 매듭짓지 않는 이상 헌재소장 인선은 투스텝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유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먼저 임명하고 기존 8명의 재판관을 포함한 9명의 재판관 가운데 한명을 헌재소장으로 지명해 국회 임명동의 절차를 거치는 방식을 취할 방침이라며 인사 로드맵을 설명했다.

유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는 것에 대한 국회 동의는 필요 없다. 그러나 관련법에 따라 국회의 인사청문회는 거쳐야 한다. 지금까지 헌법재판관 인사청문 절차와 현재 국정감사가 진행 중인 점 등을 고려하면 유 후보자가 헌법재판관으로 정식 임명되기까지는 최소 3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또 유 후보자의 헌법재판관 임명이 완료되더라도 헌재소장 지명과 인사청문회, 그리고 국회 동의 등에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지는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

청와대가 밝힌 헌재소장 인사 방침에 따르면 헌재소장 공백 장기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jur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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