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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불 끄다 그런 건데'…사비 털어 피해 변상하는 소방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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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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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목숨 걸고 일하는 소방관들이 구조나 진화작업을 하다 재산피해가 발생하면 속앓이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작업 도중 벌어진 피해인데도 소방관이 사비를 털어 변상하고 있는 건데, 왜 이런 답답한 일이 벌어지는지 먼저 이종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해 8월 전남의 한 야산에 불이 났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이 벌집을 제거하려고 가스 토치를 썼다가 불꽃이 옮겨붙는 바람에 일어난 화재였습니다.

주민의 거듭된 변상 요구에 소방관은 결국 자비로 1천만 원을 물어줬습니다.

본인 과실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던 겁니다.

[현직 소방관 : 그 당시에도 보험도 안 되고 정착이 안 되다 보니까 직원들이 십시일반 하고 또 당사자가 조금 더 부담하고.]

구급환자 이송 도중 행인을 치어 다치게 한 소방대원은 개인 운전자 보험으로 피해를 보상했고, 빌라에 난 불을 끄다가 낡은 방범창이 떨어지면서 주차된 차량이 파손되자 사비를 털어 물어준 소방관도 있습니다.

최근 3년간 소방관이 자비로 변상한 액수만 1천732만 원. 지자체별로 보험을 들어놓긴 했지만, 보상 규정이 까다로운 데다 특히 30만 원 이하는 보험 처리가 되질 않습니다.

[현직 소방관 : 큰 금액이 아니고 그럴 때는 머리 아픈 것보다는 이 정도는 사비로… 보고가 잘 안 되고 조용히 묻어버리는 경우가 많거든요.]

보험 처리를 하려다가 자칫 본인 과실로 처리돼 인사상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합니다.

[현직 소방관 : 과실이 기록에 남고 계장, 과장, 팀장, 서장까지 보고돼서 배상이 진행되는 자체가 심리적으로 상당히 꺼림칙하고… 민원인이랑 개인적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죠.)]

불 끄다 일어난 피해를 사비를 털어 물어줘야 하는 현실이 소방관들을 심리적으로 위축시키는 역효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하성원)

[이종훈 기자 whybe0419@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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