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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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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제1회 50+창업경진대회, 독립유공자 헌정 매거진 제안한 ‘라이프텔링’ 1위

온·오프 6개월 대장정 끝에

단 1점 차로 법정 문서팀 제쳐

사회 경험·지혜 많은 50+세대

우수 창업사례들 발굴·보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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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오후 마포구 공덕동 서울시50플러스재단 중부캠퍼스에서 ‘제1회 50+창업경진대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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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의 대장정이 끝나기 직전, ‘라이프텔링’과 ‘법정문서’ 단 2팀만 무대에 남았다.

지난달 28일 오후 마포구 공덕동 서울시50플러스재단 중부캠퍼스에서 두 팀은 떨리는 마음으로 ‘제1회 50+창업경진대회’ 1위 발표를 기다리고 있었다. 50+세대 예비 창업가의 아이디어를 검증하는 이번 대회는 지난 4월부터 진행된 1차 선발에서 15개 팀을 뽑아 창업 교육과 모임 공간, 창업팀 네트워킹 워크숍을 지원했다. 2차 심사에서 살아남은 7개 팀은 1차 창업 지원금으로 팀당 300만원씩, 창업 지원 멘토링도 다섯 차례 받았다.

지난달 13~27일 온라인에서 진행된 모의 크라우드 펀딩에서는 독립유공자를 위해 ‘헌정 매거진’을 제작하겠다는 라이프텔링이 1위를 차지했고, 법정문서는 3위에 그쳤다. 그러나 28일 진행된 ‘오프라인 모의투자대회’에서 가장 먼저 발표에 나선 법정문서는 ‘판사에게 당신의 마음을 전해보세요’라는 내용으로 시민투표단의 관심을 모았다. 법정문서 작성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반성문·탄원서·진정서 등을 인터넷에 제공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 팀은 심사위원단의 질문에도 침착하게 답변하며 맹추격에 나섰다. 발표가 끝날 때마다 100명 가까운 시민투표단이 스마트폰으로 바로 투표하는 방식이라 누구도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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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참가자가 시민투표단 앞에서 창업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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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모의 크라우드 펀딩 20%, 오프라인 모의투자대회 시민 투표 30%, 심사위원 투표 50%를 합산한 최종 점수는 라이프텔링 72점, 법정문서 71점이었다. 단 1점 차이로 라이프텔링이 1위를 차지한 것이다. 1위 발표를 듣는 순간, 라이프텔링 여순희 대표는 ‘머릿속이 하얘진다’는 표현을 실감했다. “정말 깜짝 놀랐어요. 우리가 1위를 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거든요. 법정문서가 완성도 높은 콘텐츠에 발표도 잘해서 우리는 2위만으로 영광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1위 700만원, 2위 300만원, 3위 100만원씩 주어지는 2차 창업 지원금에 대해서도 ‘1등 할 줄 몰라서’ 100만원짜리 계획만 세워둔 상태였다.

여 대표가 전 직장 동료 정은영씨와 함께 지난해 창업한 라이프텔링은 시니어의 삶을 잡지 형식의 책(라이프북)으로 제작해주는 회사다. 100살 시대를 준비하는 시니어의 이야기와 정보를 제공하는 팟캐스트 ‘라이프이즈북’도 운영하고 있다. “100살 시대가 되면서 세대 간 소통의 문제가 더 중요해지는 것 같아요. ‘50, 60대가 젊은이의 일자리를 가로챈다’는 식으로 경쟁·갈등만 조장되고 있잖아요. 그래서 할아버지 할머니의 삶을 손자 손녀 세대가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라이프북을 기획했어요. 인터뷰하는 어르신도 지난 세월을 돌아보며 ‘나한테 이런 면이 있었네’ 하고 자존감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도 해요. 이처럼 각 세대의 장점을 살려서 모든 세대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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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를 차지한 라이프텔링의 정은영(왼쪽)·여순희씨가 본보기 라이프북을 들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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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유공자 헌정 매거진은 지난 8월14일 “독립유공자 1만5000여분 가운데 생존해 계신 분이 쉰여덟분밖에 되지 않는다”며 “독립유공자 3대까지 합당한 예우를 받도록 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에서 착안했다. “그 기사를 읽으면서 생존해 계신 쉰여덟분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봤어요. 한분이라도 더 살아계실 때 그분들의 삶을 기록으로 남겨 널리 알려야 하지 않을까? 독립유공자와 후손을 직접 인터뷰해 잡지 형식으로 헌정 매거진을 만들어드리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박향희 신나는조합 상임이사는 “라이프텔링은 창업자가 가지고 있는 역량을 잘 살린데다 이미 본보기 라이프북도 제작하는 등 실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심사위원들이 높이 평가했다. 또 헌정 매거진처럼 사회에 기여하는 형태로 확장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았다. 그러나 라이프북의 가격이 너무 낮게 책정돼 이익이 거의 없을 거라는 우려도 있었다. 대신 관련 경험과 역량을 가진 시니어를 사업에 잘 결합하면 비용을 낮출 여지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은퇴자들이 쉽게 창업할 수 있는 숙박·요식업에 몰리지만, 쉽게 망하기도 한다. 이번 대회는 50+세대가 기존 경력을 활용해 작은 그림이라도 실현할 수 있고, 시니어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팀을 우선했다”고 설명했다. 이경희 서울시50플러스재단 대표는 “사회 경험과 지혜가 많은 50+세대들은 사회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프로젝트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많다”며 “50+창업경진대회를 통해 여러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 좋은 창업 사례가 발굴돼 널리 보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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