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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악행의 끝을 보여준다, '잇 컴스 앳 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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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잇 컴스 앳 나잇' 영화 리뷰

중앙일보

'잇 컴스 앳 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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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It Comes At Night | 감독·각본 트레이 에드워드 슐츠 | 출연 조엘 에저튼, 라일리 코프, 크리스토퍼 애봇 | 촬영 드류 다니엘스 | 의상 메건 카스펄릭 | 편집 매튜 한냄, 트레이 에드워드 슐츠 | 음악 브라이언 맥컴버 | 장르 미스터리, 스릴러 | 상영 시간 92분 | 등급 15세 관람가

★★★☆

[매거진M] 미증유의 전염병이 퍼진 세상. 시계는 종말을 가리키고 살아남은 한 가족의 악전고투가 시작된다. 얼핏 재난영화처럼 들리지만 ‘잇 컴스 앳 나잇’은 밀실에 가까운 공간에서 벌어지는 심리 스릴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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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잇 컴스 앳 나잇&#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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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을 피해 깊은 숲 외딴집에 숨어 사는 폴(조엘 에저튼)의 가족. 영화는 폴이 전염병에 걸린 장인을 총으로 죽이면서 시작된다. 열일곱 살 아들 트래비스(켈빈 해리슨 주니어)는 외할아버지의 죽음을 눈앞에서 지켜본다. 이 지독히도 냉정한 오프닝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란 한 마디로 용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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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사리 유지하던 일상은 한 남자의 침입으로 균열이 생긴다. 생필품을 찾아 한밤중 집으로 들어온 남자 윌(크리스토퍼 애봇). 폴의 가족은 그를 죽일 것인가 살릴 것인가, 그를 믿을 것인가 믿지 않을 것인가를 놓고 고민에 빠진다. 모든 판단은 우리 가족의 생존에 도움이 되는가, 아니면 위협이 되는가로 이뤄진다.

윌의 등장은 바이러스의 침입처럼 그나마 남아있던 이 가족의 도덕률과 인간성을 서서히 무너뜨린다. 이 영화의 표면적 공포는 전염병과 죽음이지만, 진짜 공포는 과연 인간이 얼마나 악해질 수 있을까, 어디까지 사람됨을 포기할 수 있을까 그 마지노선을 확인하는 데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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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세의 신예 트레이 에드워드 슐츠 감독은 어찌보면 익숙한 이야기를, 익숙치 않은 연출로 풀어내 관객의 허를 찌른다. 공포영화의 관습에서 벗어난 느린 호흡, 유영하는 듯한 카메라 워크, 애써 놀래키지 않는 은근한 음향 효과는, 이런 표현이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관객의 심리를 우아하게 옥죈다. 벼락 같은 공포는 아니지만, 서늘한 기운이 서서히 내면을 잠식한다. 무엇보다 조명의 쓰임이 돋보이는데, 죽음·불안·광기 등으로 가득찬 밀실의 어둠을 시각적으로 잘 구현했다. 어둠은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인데, 영화의 제목처럼 밤이 깊어질수록 인물들의 광적인 본성도 날카롭게 드러난다.

제작비 500만 달러(약 56억원)로 찍어 전 세계 1900만 달러(215억) 흥행 수입을 올렸다. ‘문라이트’(2월 22일 개봉, 배리 젠킨스 감독) ‘룸’(2015, 레니 에이브러햄슨 감독) ‘더 랍스터’(2016,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등을 배급한 A24의 신작이다.

TIP 르네상스 화가 피테르 브뢰헬이 1562년경, 흑사병을 소재로 그린 지옥의 풍경 ‘죽음의 승리’가 중요한 소품으로 등장한다.

김효은 기자 hyo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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