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1 (월)

스마트폰 10년이 바꾸어 놓은 것

댓글 4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마트폰 없이 당신은 살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당당하게 "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이가 얼마나 있을까. '스마트폰 중독'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지난 10년간 스마트폰은 우리 일상에 이전까지 없었던 경험과 편리함을 제공했다. 그럴수록 우리는 이 기기에 의지했고 삶은 크게 변화했다. 지금 스마트폰의 시작과 변화를 얘기해보려 한다.

조선일보

/픽사베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잠깐, 짚고가는 최초의 스마트폰? 사이먼
조선일보

최초의 스마트폰 '사이먼'


2007년 어느날 갑자기 뚝 떨어진 것 같지만, 이보다 훨씬 전부터 스마트폰은 존재했다. 최초의 스마트폰은 미국 IBM사가 1992년 처음 선보여 1993년 미국 시장에 내놓은 '사이먼'이다. 당시에는 '스마트폰'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 않았지만 PC의 고급기능을 휴대전화에 접목했다는 점에서 최초의 스마트폰이라고 할 수 있다. 무게는 0.5㎏, 길이는 23㎝로 휴대성이 썩 좋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처럼 키패드가 따로 있지 않고 PDA처럼 스타일러스펜으로 화면을 찍어 입력하는 방식이었으며, 달력과 메모장, 이메일, 팩스 송신 등 다양한 기능이 있었다.

배터리 사용시간이 1시간 정도이면서 가격은 899달러였던 탓에 큰 인기를 끌진 못했다. 결국 판매부진으로 2년 만에 시장에서 사라졌다.

아이폰의 등장

"우리는 오늘 휴대전화를 새로 발명했습니다."
조선일보

스티브 잡스 애플컴퓨터 최고경영자(CEO)가 2007년 1월 9일(현지시각)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신제품 아이폰(iPhone)을 처음 공개했다. 오른쪽은 아이폰 첫번째 모델, 아이팟 터치 디자인과 흡사하다. /AP연합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로부터 14년 후, 2007년 1월 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맥월드 연단에 선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청바지 주머니에서 검은색의 조그만 기기를 꺼냈다. '아이폰'의 등장이었다. 그해 6월 29일 출시된 아이폰은 휴대전화의 개념을 바꿔놓았다. 당시만 해도 휴대전화는 통화와 문자 메시지가 핵심 기능이었다. 아이폰은 휴대전화로 이메일, 일정 관리, 게임 등 앞선 '사이먼'도 갖추고 있던 PC 기능을 넘어 스마트폰을 모든 정보기술(IT) 기기의 허브(중심)로 탈바꿈시켰다. 아이폰이 진짜 최초의 스마트인 '사이먼'을 제치고 '최초의 스마트폰'이면서 '혁신'으로 인식되는 이유이다. 아이폰을 시작으로 스마트폰이라는 단어도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아이폰은 10년간 전 세계에서 13억대가 팔렸고, 애플이 아이폰으로 올린 매출은 지금까지 8000억달러(약 909조7600억원)에 이른다"면서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전자 제품"이라고 평가했다. ▶기사 더보기한국 상륙, 스마트폰 전쟁의 서막

조선일보

KT를 통해 2009년 11월 국내 첫 출시된 아이폰3GS /사진제공=KT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내에 아이폰이 들어온 것은 2009년이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선보인지 약 2년만에 아이폰 시리즈의 세번째 모델 아이폰 3GS를 구입할 수 있었다. 아이폰의 국내 도입은 그동안 피처폰을 주로 쓰던 국내 휴대폰 시장에 큰 파장을 미쳤다. 스마트폰 시장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국내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하나둘 위기를 맞았으며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휴대폰 시장이 재편됐다. 당시 각 통신사들이 가지고 있던 콘텐츠 유통권이 앱스토어를 가지고 있는 애플과 안드로이드 중심으로 넘어갔으며, SKT에 이어 2등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통신사 KT가 약진하는 기회가 됐다.

아이폰 국내 상륙 전후로 옴니아와 갤럭시A를 출시한 경험이 있는 삼성은 애플 아이폰의 대항마인 갤럭시 시리즈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양대 대결 구도를 형성했다.

디자인 논쟁

스마트폰 원형은 누가 원조인가
조선일보

현재 우리가 쓰는 스마트폰 보통 이렇게 생겼다. / 픽사베이


삼성이 애플의 대항마로서 입지 굳히기에 나서자 애플은 이듬해 2011년 4월 삼성 갤럭시가 아이폰의 디자인을 표절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애플은 삼성의 갤럭시가 아이폰의 외관 디자인과 화면 내 애플리케이션 배치 등을 베꼈다고 주장했다. 이 소송은 근본적으로 현재 스마트폰의 원형을 애플의 독창적인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를 묻는 것이기도 했다.

애플은 아이폰의 직사각형 아이폰에 둥근 모서리를 채용한 점, 테두리를 은색 띠로 감싼 것, 아이폰3 뒷면을 평평하지 않고 볼록하게 만든 것, 모서리가 둥근 아이콘을 한 줄에 4개씩 배열한 점 등을 삼성이 베꼈다고 주장했다. 이에 삼성은 해당 디자인은 소비자들이 애플의 제품의 특징할 수 있는 디자인이 아니라고 했다. 사각형이 한 TV 제조업체의 고유 디자인이 될 수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조선일보

/조선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초의 스마트폰이라고 하는 '사이먼'과 애플의 '아이폰' 사이 스마트폰이라고 할 수 있는 제품들이 여럿 등장했지만 디자인과 기능 면에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대체로 쿼티 자판을 탑재한 기존 휴대폰의 모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2007년 풀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손가락만으로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아이폰의 등장은 혁신적인 것이었다. 사실상 지금 이 형태는 스마트폰의 기본형태로 굳어졌다. 하지만 애플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둥근 모서리와 볼록한 뒷면 등을 갖춘 스마트폰은 애플 아이폰이 처음은 아니다. 아이폰이 나오기 전에 출시된 LG전자의 '프라다폰', 삼성의 'F700' 등에서도 이 같은 디자인이 사용됐었다.

조선일보

(좌) 삼성 'F700', (우) LG '프라다폰' /각사 홈페이지


삼성이 2007년 2월 공개한 'F700'을 주도적으로 고안한 박형신 디자이너는 "삼성 휴대폰은 아이폰이 아니라 물그릇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주장했고, 삼성은 'F700'이 아이폰이 발표되기 전인 2006년 이미 개발됐다고 밝혔다.

2007년 1월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이 애플 내부 문서를 통해 나타났다. 애플 내부자료 '3GSM 전시회 분석(3GSM Congress Trade Show Report)'에 따르면 애플은 2006년 초 스페인에서 열린 국제 이동통신 전시회 '3GSM'에 출품된 삼성전자·LG전자·노키아·모토로라·소니에릭슨 등 주요 휴대전화 제조업체의 제품 디자인과 기능에 대해 상세하게 분석했다. 대상 제품은 삼성전자 'F700', LG전자 '프라다(PRADA·KE850)', 모토로라 '모토(MOTO) Q', 노키아 'N77' 등이다. 이듬해 애플은 아이폰을 첫 출시했다.

스마트폰이 바꾼 산업

조선일보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 /조선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은 우리 생활을 혁신적으로 변화시켰다. 인구가 늘어나면서 생활의 대부분이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갔다. 현재 메시지 전달부터 음악 청취, TV 시청, 쇼핑, 음식 배달 서비스, 택시 탑승 및 길찾기 등 생활 전반에 걸친 서비스가 스마트폰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이런 서비스는 직접 줄을 서거나 만나서 처리해야만 했던 일들을 줄이면서 시간과 비용을 절감시켰고, 빠르고 정확한 정보를 제시해서 더 좋은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했다.

1. 거대 모바일 플랫폼 등장 '카카오'

조선일보

/조선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중 독보적인 성장세를 보인 것이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Kakao Talk)'을 중심으로 플랫폼 시장을 선점한 '카카오'이다. 국민 메신저로 통하는 카카오톡은 사용시간을 기준으로 한국 시장 점유율 95%(와이즈앱 자료)에 이르며, 월 평균 사용자가 4000만명에 달한다. 카카오는 모바일 서비스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교통, 소셜커머스, 콘텐츠, 게임 시장에서 입지를 굳혀가는 중이다.

아이폰 한국 상륙 약 4개월만에 등장하며 스마트폰 체제에 발빠르게 대처한 카카오톡은 사람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며 국내 모바일 메신저의 강자가 되었다. 지난 6월, 스마트폰 앱 시장 조사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구글플레이 32개 앱 장르 중 한국인이 가장 오래 사용한 앱은 카카오톡이었다. 6월 한달간 총 사용 시간이 403억분이었다.

카카오는 이를 토대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내며 한국인의 생활 깊숙이 자리잡아가고 있다. 2010년 사용자 간 선물하기 서비스를 시작으로 소셜커머스 서비스에 발을 들였다. 카카오톡을 통해 자연스럽게 쇼핑을 할 수 있는 통로를 연 셈이다. 2015년 3월 출시한 앱택시 서비스인 '카카오택시'로 교통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듬해 '카카오 드라이버'라는 이름의 대리운전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오프라인 교통망과 관련된 서비스를 착착 확보했다. IT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모바일과 오프라인의 '혈관'을 모두 장악한 셈"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금융과 은행 서비스인 '카카오뱅크'를 내놓았다. 카카오로 한국인의 24시간을 그릴 정도이다.

2. 그 사이 멀어진 브랜드·물건
조선일보

스마트폰 등장으로 우리 곁에서 멀어진 것들 왼쪽부터 아이리버 MP3, 전자사전, 닌텐도 게임기, 세계 최대 장난감 매장 토이저러스 /조선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반면 스마트폰 등장으로 인해 사라진 물건과 기업들은 하나 둘이 아니다. 지금도 일상생활, 비즈니스, 오락에서 필수 기능들을 흡수하면서 기존 산업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스마트폰의 직격탄을 맞은 기업과 브랜드 중에는 한때 혁신과 창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곳들도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등장하기 시작해 CD플레이어를 이을 휴대용 음향기기로 각광받던 MP3플레이어는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내리막길을 걸었다. MP3 시장에서 선두주자 역할을 하며 국내 시장 70%를 차지했던 아이리버는 결국 2007년 최대 지분을 사모펀드에 넘겼다.

전자사전과 각종 게임 기기들도 스마트폰 속으로 모두 빨려 들어갔다. 두꺼운 사전을 대신해 수험생들의 필수품이었던 전자사전은 스마트폰이 그 기능을 흡수하면서 구시대의 유물이 되버렸다. 2000년대 중반 혁신적인 게임기로 인기를 끌었던 닌텐도 역시 벽에 부딪혔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플랫폼이 재편되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저사양 게임 만을 할 수 있는 닌텐도 게임기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스마트폰의 확산에도 '게임기'라는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았던 닌텐도는 결국 흐름을 거부하지 못하고 2016년 모바일용 게임을 출시했지만 성과는 미비하다.

지난 9월에는 세계적 완구회사 '토이저러스'가 파산 신청을 했다. 스마트폰을 장난감처럼 갖고 노는 어린이가 늘어나면서 전통적인 장난감 산업까지 위기에 빠진 것이다. 토이저러스의 경영 위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스마트폰이 인형·레고 같은 '전통적인 장난감'을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장난감 업체 '레고'도 올해 상반기 매출 부진을 겪으면서 전체 직원 8%에 해당하는 1400명을 해고하기로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리서치 회사가 미성년 자녀를 둔 부모 350명을 조사해보니 자녀 놀이 수단으로 '스마트폰 같은 모바일 기기'를 고른 비율(65%)이 인형(58%)이나 레고(49%)보다 높았다(중복 선택 가능)"고 전했다.
조선일보

10년 뒤, 스마트폰은?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아이폰이 지난 10년간 우리 삶을 바꿨다면, 10년 뒤의 스마트폰은 아예 '휴대전화'가 아닐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IT 업체들의 기술 개발 경쟁이 스마트폰을 완전히 다른 형태의 기기로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래에는 아이폰을 집에 두고 다니게 될 수도 있다"면서 "아이폰의 서비스들은 손목·귀 등에 착용한 웨어러블(착용형) 기기를 통해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애플은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가상의 모니터를 만들어 대화면 영상 통화가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또 스마트폰을 천으로 만들어 옷처럼 입을 수 있고, 태양광 충전도 가능하도록 하는 특허도 출원했다.

구글과 페이스북도 스마트폰을 이용한 미래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구글은 증강현실(AR) 기술을 이용해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한 대상의 모든 정보를 제공하는 '구글 렌즈' 서비스를 올해 시작할 계획이다. 영화 포스터를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가까운 영화관에 예약까지 해준다. 페이스북은 뇌파로 사람의 생각을 읽어 다른 사람의 스마트폰에 문자 메시지로 전달하는 '텔레파시' 기술을 개발 중이다. 페이스북 측은 "중국인이 중국어로 생각하면 스페인 사람이 스페인어로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구성 및 제작=뉴스큐레이션팀 권혜련]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