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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Bio & Tech] "BT·IT 융합이 미래…지놈 기반 맞춤의학에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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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전 세계 유전체 분석 기업들은 '총성 없는 전쟁' 중이다. 일반인들은 아직 체감하지 못하지만, 유전체 분석 비용이 급격히 낮아지고 데이터가 쏟아지면서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이른바 '100달러 지놈 시대'로 대변되는 유전체 정보발 BT 혁명이다.

지놈이란 사람마다 다르게 타고난 30억쌍의 고유한 염기서열을 말한다. 유전체 분석 기업들은 이 방대한 데이터로 고부가가치 사업 모델을 찾고 시장을 창출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황태순 테라젠이텍스 바이오연구소 대표는 "시장 주도권이 인터넷 서비스 프로바이더(ISP)에서 '지놈 서비스 공급자(GSP)'로 넘어간 지 오래다. 구글, 애플, 아마존 등이 앞다퉈 바이오산업에 투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분석했다. 황 대표는 20여 년간 스리콤(3Com), IBM, 시스코시스템 등 글로벌 IT기업에서 일하며 데이터와 서버를 관리해온 전문가다. 2014년 테라젠이텍스에 입사했고, 3년간의 경영 성과를 인정받아 최근 바이오연구소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그는 "지놈 데이터는 21세기에 존재하는 데이터 중 가장 크다. 저는 인터넷 트래픽을 디자인했던 사람이라 이 데이터가 어디로 가고 어떻게 활용될지를 고민한다"며 "IT가 어디에 융합될 때 가장 파급효과가 클지를 생각해보면 향후 20년은 유전체와 바이오산업이 이끌 것이라는 답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유전체 산업의 사이클도 IT가 걸었던 길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던 정보기술이 비용 하락으로 대중화 시대에 접어들고, 궁극적으로는 IT가 CT와 결합해 ICT로 진화한 것처럼 다른 기술과의 융합 및 개인화 과정을 밟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테라젠이텍스는 국내 대표적인 유전체 분석 기업이다. 개인 유전체 분석 서비스 '헬로진'과 소비자가 직접 검사를 신청할 수 있는 DTC(Direct to Consumer) 서비스 '진스타일'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유전체 분석 서비스가 필요한 전 세계 병원과 연구소 등도 이 회사의 주요 고객이다.

유전자검사 평가에서 4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수상했고, 올 4월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 임상검사실 국내 1호 인증을 받았다. 테라젠이텍스는 몇 년 전부터 사업을 다각화하며 '지놈 기반 맞춤의학 기업'을 표방하고 나섰다. 중장기적으로 유전체에 기반한 진단과 치료, 신약 개발 사업으로 확장할 계획을 세우고 준비를 해온 것이다.

회사는 바이오연구소와 제약사업부로 나뉜다. 2000년 국내 3대 약국 체인인 리드팜을 만든 고진업 총괄이사가 설립했고, 암(癌) 전문가 김성진 부회장과 유전체 전문가인 박종화 직전 바이오연구소 사장이 각각 사업부를 맡아 작년 연결기준 매출 1000억원 회사로 키웠다. 황 대표가 이끌고 있는 바이오연구소의 현재 매출은 제약의 3분의 1밖에 안되지만, 큰 그림을 그리면서 성장 전략을 짜는 역할을 한다. 황 대표가 처음 합류하던 2014년만 해도 국내 매출 비중이 99%였지만, 올해는 43개국 88개 기관을 고객으로 확보하며 매출의 35%를 글로벌 시장에서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어 내년 상반기에는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제약 부문이 캐시카우 역할을 해주는 덕분에 중장기 사업들도 순항하고 있다고 황 대표는 설명했다. 테라젠은 비침습산전 기형아 검사(NIPT)로 유명한 지놈케어, 신약 개발에 특화된 메드팩토, 약국 및 라이선스 사업 체인 리드팜, 당뇨 관련 상품 및 웰니스 부문 제조와 유통을 담당하는 테라젠헬스케어 등 4개의 자회사를 두고 있다. 특히 메드팩토는 세계적인 암 전문가인 김 부회장의 주도로 항암제 등 3개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옥스퍼드대, 일본 암센터와 제휴하는 등 의미 있는 성과를 내며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황 대표는 향후 2~3년을 대한민국 유전체 산업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봤다. 병원의 의료기록(EMR)과 스마트폰으로 측정할 수 있는 일상생활의 데이터(라이프로그)가 유전체 정보와 본격적으로 융합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테라젠이텍스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고 황 대표는 귀띔했다. 쟁쟁한 기업들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안해 세부 내용을 조율하고 있으며, 연내에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겹겹이 가로막고 있는 규제를 어떻게 넘느냐가 관건이다. 그는 "한 기업이 승부수를 띄우는 시대는 지났다. 유전체기업협의회 차원에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순기능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선별적으로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한 경험을 살려 우리 바이오산업을 키울 미래 인재에 대한 의견도 내놨다. 그는 "너도나도 데이터를 말하고 융합을 외치는데, 저는 글로벌과 로컬을 넘나드는 융합인재가 중요하다고 본다"며 "개인적으로는 Ph D와 MD, MBA를 함께 공부한 인재를 키우는 게 꿈이다. 이론과 현장을 모두 경험하고 조직 관리와 경영까지 공부한 인재가 10명만 있다면, 그 회사는 앞으로 뭘 해도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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