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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지금! 괜찮으십니까](16)아이의 불안 줄여 무력감 탈출 도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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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기 트라우마

경향신문

요즘 아이들은 힘들다. 경쟁과 스트레스가 심하고 상처와 트라우마를 주는 상황들도 많다. 트라우마라고 하면 큰 사고나 재난을 떠올리지만, 일상에서 쌓이는 작은 상처들 역시 아이들의 성장과 마음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아동 학대와 방임을 비롯해 부모와의 이별, 부모의 이혼 전후로 마음을 돌보지 못할 때 등이다. 가정에서 다툼이 반복되거나 가족이 우울, 불안, 알코올 문제 등으로 힘들어 하는 경우 아이들도 긴장된 상태로 지내게 된다. 최근에는 학교 내 폭력과 따돌림도 아이들에게 큰 상처를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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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상황이 반복되면 아이들은 주눅이 들어 위축되거나 분노와 반항을 키우게 된다. 건강한 유대관계인 애착을 경험하지 못한 경우, 아이들은 사람들과 세상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거리를 두게 된다. 또 감정과 행동 조절이 어려워진다.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나는 안돼’ ‘극복할 수 없어’ ‘희망이 없어’ 등 무기력한 마음이 자리 잡을 수 있다.

아이들은 나이가 어릴수록 신체적인 돌봄, 정서적인 친밀감, 발달에 필요한 안전에 관해 어른들을 더 의지하게 된다. 어린 시절의 부정적 경험(Adverse Childhood Experiences)이 어른이 되어서의 삶까지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연구가 있다. 부정적 경험들이 누적되고, 제때에 도움을 받지 못하면 사회적·정서적·인지적 발달에 어려움이 생기고 건강에 해를 끼치는 행동들도 증가하여 결국은 질병, 장애, 사회 부적응 문제가 지속되면서 조기에 사망까지 할 수 있다는 게 조사 결과이다.

부정적이고 상처가 되는 경험들이 누적되면 아동청소년과 성인의 자살위험도 증가한다. 성인 자살 기도자의 3분의 2, 청소년 자살 시도자의 80%가 아동기 트라우마와 연관이 있다는 연구도 있다. 신체적 학대의 위험만 강조되는 경우가 많지만 정서적 학대가 가장 큰 위험인자로 작용한다.

아동청소년기에 트라우마를 가급적 경험하지 않도록 하되, 어쩔 수 없었다면 빨리 회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

우리는 이런 트라우마가 단편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반드시 인지하고 또 교육해야 한다. 인식이 선행돼야 트라우마로부터의 예방과 보호가 가능하다.

어른들은 가정,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에서 아이들이 안전한 돌봄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협력해야 한다.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네트워크를 갖추고, 트라우마의 영향으로 정서행동의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지원해주는 시스템이 더욱 견고해져야 한다. 내 주변의 아이들이 어떤지를 돌아보는 관심, 지나치지 않는 행동이 중요하다. 아이들이 무력감이 아니라 변화의 가능성을 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어른의 역할이다. 제도, 정책, 복지시스템, 그리고 아이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 체계를 더욱 정교하게 만들자.

트라우마와 상처들로 영향을 받지만 아이들에게는 잠재된 회복력이 있다.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조절의 힘이 생기고, 스스로의 삶과 인생에서 많은 주도권을 쥘 수 있다. 과거의 경험이 꼭 미래의 경험과 같지 않다는 것, 앞으로 만나는 다양한 사람과 경험들이 긍정적일 수 있음을 아이들 스스로도 기억하고 무력감에 빠지지 않도록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박은진 | 인제대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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