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임종철 디자이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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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A씨는 매일 죽고 싶다. 자신의 신체가 담긴 '몰카'(몰래카메라) 영상이 유포됐다는걸 알고 난 뒤로 하루하루가 지옥이다. 몰카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도 기막히지만 A씨를 또다시 괴롭힌 건 피해 사실을 신고하기가 너무 까다롭다는 점이었다.
A씨는 올해 5월 본인의 나체 영상이 온라인에 퍼진 사실을 알게 됐다. 5명이 해당 영상을 온라인에 게시한 화면 등을 캡처해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A씨를 좌절하게 만들었다. "영상에 피해자 성기가 안 나오면 (불법 영상) 유포자들에게 음란물유포죄를 물을 수 없다. 증거를 다시 찾아오라"는 대답이었다.
불법 영상이 주로 돌아다니는 온라인 사이트를 뒤져 일일이 영상물을 재생한 뒤 성기가 나왔는지 찾는 일은 차라리 고문에 가까웠다. 자신의 성기가 나온 영상 캡처본을 출력해 경찰관에게 제출하는 일도 치욕이었다. A씨는 "마음이 찢기고 뜯겼다"며 "유포된 것도 억울한데 남성(경찰관)들 앞에 나의 성기 사진을 보여줘야 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신고가 접수돼도 이미 온라인상에 얼마나 자신의 영상이 퍼져 있는지 정확히 알 방법도 없다는 것이다. A씨는 "한강에 가서 세상과 등져야 하나 고민했다"고 말했다.
A씨 사례처럼 실제 피해자들이 겪는 수치심은 상상 이상이다. 극도의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극단적 선택을 할 수 있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에 따르면 올 초부터 9월까지 '디지털 성폭력' 피해를 입어 상담을 요청한 사람은 112명이다. 디지털 성폭력이란 몰카 등 디지털 장치를 이용해 발생하는 성폭력을 의미한다. 이 중 자살을 언급했던 상담자는 전체 1/3인 37명에 이른다.
상담을 요청하지 않은 사람도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불법 촬영 피해로 자살을 시도하거나 자살한 사람의 수는 파악조차 어렵다.
센터 관계자는 "거의 대부분 피해자들이 삶을 등지고 싶을 만큼 고통스럽다고 말했다"며 "'자살'이란 단어를 직접 언급한 사람만 37명"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신고 과정에서 겪는 2차 피해를 막고 영상 유포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피해자들을 끝없는 공포로 몰아넣는 몰카 영상의 재유포를 '성폭력 범죄'로 규정해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행법은 몰카 등 불법 영상 재유포는 명예훼손죄로만 처벌이 가능할 뿐 성폭력처벌법 위반죄로 처벌하기 어렵다. 재유포자에게 성폭력 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를 적용하려면 해당 영상이 단순 연출형 포르노가 아닌 피해자가 존재하는 불법 촬영물이라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한다. 또 피해자를 명확히 인지한 상태여야 한다.
처벌 수위도 다르다. 명예훼손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불과하다. 성폭력 처벌법 위반의 경우 최고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영상물이 광범위하게 퍼지는 것을 막으면 피해자를 줄일 수 있다"며 "불법 영상을 재유포하는 사람도 성폭력 범죄로 적용해 처벌하는 쪽으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센터는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들의 상담과 사법기관 신고 등을 지원하고 있다. 심리 치료도 병행한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치료비 전액을 후원한다.
방윤영 기자 by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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