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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북한 리용호, "트럼프 발언은 선전포고"...전략폭격기 격추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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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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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래 가지 못할 것’이란 발언을 “명백한 선전포고”라고 규정하고, 자위적 차원에서 미국의 전략폭격기를 격추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완전 파괴’ 발언 이후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북·미 간 말폭탄 대결이 위험수위를 넘었다는 경고가 이어졌다. 특히 리 외무상의 발언은 오판에 의한 충돌 가능성을 키우는 위험한 발언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리 외무상은 이날 뉴욕 숙소인 밀레니엄힐튼 유엔플라자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말했다. 리 외무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3일 트위터에서 “그들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위협한 것은 선전포고로 간주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는 미국이 이번에 우리에게 먼저 선전포고를 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 외무상은 “누가 더 오래가는 것은 그때 가보면 알게 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유엔 헌장은 개별 회원국에게 자위권을 인정하고 있다”면서 미국 전략폭격기를 격추기킬 수 있다고 위협했다. 그는 “미국 전략 폭격기들이 우리 영공을 넘어서지 않아도 임의 시각에 쏘아 떨굴 권리를 포함해 모든 자위적 권리를 보유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미 공군의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북한 동해의 국제 공역으로 비행한 데 대한 반발이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선전포고를 선언한 바 없다며 리 외무상의 주장은 터무니 없다고 반박했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북한에 대해 선전포고한 바 없다”며 “솔직히 말해 그러한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리 외무상이 미국의 전략폭격기가 영공 경계를 넘어서지 않아도 격추시키겠다는 발언에 대해 “한 나라가 국제공역에서 다른 나라의 비행기를 향해 타격한다는 것은 결코 적절한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카티나 애덤스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대변인도 “북한에 대해 미국은 선전포고를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로운 비핵화를 계속 추구할 것”이라며 “어떤 나라도 국제공역에서 다른 나라의 비행기나 배를 타격할 권리는 없다”고 강조했다.

미 국방부는 북한이 도발한다면 군사적 옵션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공하겠다고 경고했다. 로버트 매닝 국방부 대변인은 리 외무상의 성명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 23일 밤 B-1B 랜서 무력시위는 “비행할 권리가 있는 국제공역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규정하고 “북한이 도발 행위를 중단하지 않는다면 북한에 대처하기 위한 옵션을 대통령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매닝 대변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토대로) 북한과 정권을 어떻게 다룰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군은 당장에라도 전투에 임할 수 있는 ‘파이트 투나잇’ 태세를 갖추고 있으며, 북한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미국은 북한과의 전쟁을 피하길 바라지만 그 가능성을 무시할 순 없다”며 군사적 옵션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는 이날 미 전쟁학연구소(ISW)의 워싱턴 콘퍼런스에서 “미국은 북한이 핵탄두를 장착한 탄도미사일을 획득하는 용인할 수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는 북핵 위협을 완전히 해결할 4∼5가지 시나리오를 찾고 있다”며 “일부는 다른 해결책보다 더 험악하다”고 위협했다.

리 외무상의 이날 발언은 북·미가 정상들까지 나서서 말폭탄 대결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엄포에 굴하지 않겠다는 또 다른 위협을 이어간 차원으로 해석된다. 유엔총회 참석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르는 리 외무상이 미국은 물론 김 위원장을 향해 던진 발언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워싱턴포스트는 “세계의 외톨이 국가가 자위권을 언급한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서 북한을 겨냥해 완전 파괴 발언을 한 이후로 매일 긴장이 높아지는 국면이 조성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북한 지도부는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의 완전 파괴 발언이 나왔을 때 이미 이를 선전포고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해석했다. ABC 방송도 트럼프 대통령의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 발언에 대해 리 외무상이 이날 비슷한 구조의 언급으로 대응한 것으로 해석했다.

문제는 이같은 위협 주고받기를 통해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이 현실화될 위험도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리 외무상의 발언 직후 스테판 두자릭 대변인을 통해 “불같은 대화는 치명적인 오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고 “정치적 해법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리 외무상의 발언으로 한반도에서 오판에 의한 군사적 충돌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비핀 나랑 MIT 교수는 인터넷 매체 복스(vox)에서 “바로 이런 것이 오판에 의해 전쟁이 시작되는 방식”이라며 “오늘 나의 우려 수준이 크게 올라갔다”고 말했다. 딘 쳉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에서 “우리는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북한은 이미 한국 선원, 군인, 시민들에 대해 군사력을 사용할 의사를 보여준 바 있다. 북한이 뭘 할지 또는 뭘 하지 않을지는 예측하기가 정말 어렵다”고 경고했다.

<워싱턴|박영환 특파원 yh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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