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본사가 위치한 미국 시애틀 `아마존 고` 매장에 `노라인, 노체크아웃`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시애틀 = 손재권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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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아마존은 왜 유기농 식품 유통회사(홀푸드)를 인수하려는 것일까? 아마존보다 오프라인 매출이 5배나 많은 월마트는 왜 '온라인의 코스트코'라 불리는 신생 온라인 유통망(제트닷컴)을 인수한 것일까?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유통망 알리바바는 왜 호텔 오프라인 체인점(인타임)에 지분을 투자하는 것일까?
유통회사들의 이런 행동들은 '독점(시장 점유율 상승)'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봐야 그 비즈니스 전략을 제대로 읽을 수 있다. 과거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시장은 별개였지만, 점차 두 시장 경계가 사라지면서 몇몇 기업이 온·오프라인을 합한 유통시장 전체를 지배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대표주자는 단연 아마존이다. 2009년 의류회사 자포스닷컴에 손을 댄 후 소비재 기업(쿼드시), 항공물류회사(애틀러스에어월드와이드), 급기야 오프라인 식료품 유통사(홀푸드)까지 인수했다. 아마존뿐만 아니다. 월마트는 올해 온라인 구두 업체인 슈바이, 온라인 아웃도어 전문 업체인 무스조, 온라인 의류 회사인 모드클로스, 온라인 남성의류 전문 업체인 보노보스 등을 인수하는 문어발식 확장을 펼치고 있다.
그 결과 일부 기업 시장 점유율 상승과 독과점 현상이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 경제센서스뷰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유통업체 상위 50개사 전체 매출액은 1997년에 비해 15% 상승했다.
문제는 이들의 유통시장 점유율이 높아질수록, 고객 데이터를 독점할 가능성 또한 커진다는 점이다. 리처드 트리스텐바움 트라이앵글캐피털 대표는 포브스 기고문에서 "온·오프라인 유통시장 경쟁 승자를 꼽으라면 기술적으로 가장 뛰어난 아마존밖에 없다"고 밝혔다. 인공지능 스피커 형태로 출시된 알렉사는 고객과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고객 선호도 데이터 등을 수집하고 있다. 덕분에 아마존은 고객이 좋아하는 음식, 옷 스타일, 여행 장소 등을 확실하게 파악하고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상품을 추천할 수 있다.
고객을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고, 고객이 원하는 제품은 무엇이든지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판매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굳이 독점적 사업자 위치에 오르지 않아도 독점 기업과 유사한 이윤을 얻을 수 있다. 이른바 '지능형 독점기업'이 탄생하는 것이다. 윌리엄 스패니얼 피츠버그대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아마존은 이미 영리한 가격차별 정책을 개발해 낸 것으로 보인다"며 "특정 고객에게 어떤 책은 깎아주면서 다른 책은 할인하지 않는 등 고객 구매 의사를 잘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미 아마존은 2010년 미국 시애틀에 본사를 마련한 이후 7년간 시민들의 행태 데이터를 비즈니스와 연결시키는 실험을 진행해 왔다. 신선식품 브랜드 아마존 프레시는 2007년부터 5년 동안 2만2000명의 시애틀 시민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시애틀 북쪽 쇼핑몰에는 아마존의 오프라인 서점인 '아마존 북스'가 실험적으로 자리 잡았다. 인기 상품들을 싣고 도시 이곳저곳을 다니며 50% 이상 파격적인 가격에 물건을 판매하는 아마존 '보물트럭' 프로젝트도 시애틀에서만 볼 수 있다. '아마존 고'는 시애틀에 거주하는 아마존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거대한 실험이다.
아마존이 지난달 제2 본사를 미국 내 한 도시에 짓고 싶다는 공모를 한 것도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더 많은 행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실험실을 늘리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지능형 도시물류 독점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 더 다양한 실험을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이 같은 비즈니스 모델은 알리바바, 텐센트, 월마트 등 다른 유통업체에도 자극이 되고 있다. 이베이가 지난해 인수한 이스라엘 인공지능 스타트업 '세일즈프리딕트'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 구매 의향과 반응을 파악하고, 고객 잠재 수요를 최대한으로 끌어내 매출을 올리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의류기업 노스페이스가 IBM 인공지능 '왓슨'을 이용해 고객에게 최적의 상품을 찾아주는 사례도 널리 알려져 있다.
[신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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