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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현충사에 '숙종 현판' 대신 '박정희 현판'… 이순신 종가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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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사당인 현충사가 박정희 전 대통령 친필 현판 문제로 시끄럽다.

중앙일보

[사진 NocutV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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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19대 임금 숙종이 재위시절 이순신의 공적을 기려 현충사에 직접 현판을 사액했다. 그러나 현재 현충사에는 숙종이 아닌 박 전 대통령의 친필 현판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1707년 숙종은 이순신의 공적을 기려 충남 아산 현충사에 현판을 사액했다. 조선시대 임금의 사액을 받은 사당이나 서원은 그 권위를 인정받음과 동시에 왕실의 보호를 받는 존재로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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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판을 임금이 직접 내리며 현충사는 성역으로 거듭났고 오늘날까지도 초임 군 장교나 경찰공무원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노컷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 현충사에는 숙종의 현판이 아닌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현판이 본전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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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사 본전을 차지하고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친필 현판. [사진 NocutV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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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종의 사액현판은 현충사와 도보로 약 15분 떨어진 인적 드문 모퉁이로 밀려났다. 그나마 그 옆에 위치한 공용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한 관람객들의 발걸음만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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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7년 숙종이 사액한 현판은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정책, 일제의 이순신 가문 탄압도 모두 견뎌냈지만 1966년 박 전 대통령이 '현충사 성역화작업'을 진행하며 숙종 현판은 현충사 본전자리를 대통령 친필현판에 내줘야 했다.

지난 13일 충무공의 '명량대첩 승전 420주년'을 맞은 올해 이순신 종가는 방치된 숙종 현판을 다시 원상 복구할 것을 문화재청에 요구하며 난중일기 전시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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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난중일기 원본은 현충사 내 박물관에 소장돼 전시 중이지만 종부 소유의 물품으로 언제든 전시를 철회할 수 있다.

종부 최순선씨는 "3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숙종 사액 현판을 복구할 때까지 난중일기의 전시를 영구 중단할 예정"이라며 "현충사가 올바른 역사의 의미를 생각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이에 문화재청 현충사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역사가 더 깊은 왕실현판으로 교체하는 것에 공감한다"면서도 "그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나 숙종 현판의 규격이 현재 현판보다 작아 교체할 경우 잘 안 보일 수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문화재제자리찾기 혜문 대표는 "노태우 전 대통령도 교정작업을 지시했을 만큼 일본식으로 지어져 양식과 의미 모두 변질됐다"며 "성역화작업으로 현충사는 목조건물이 아닌 콘크리트로 만들어지는 등 박 전 대통령을 기념하는 공간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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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문 대표. 뒤로 박정희 전 대통령 친필 현판이 보인다. [사진 NocutV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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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현충사 본전을 가기 위해 지나는 '충의문' 현판 역시 박 전 대통령의 친필로 제작됐다. 본전에 들어서면 왼편에 '박정희 대통령 각하'라고 적힌 기념석과 함께 그가 직접 헌수한 일본나무 금송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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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의문 현판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현판이다. [사진 NocutV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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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 최씨는 "현충사는 사실상 박 전 대통령을 기념하는 곳 같다"며 "충무공의 의미를 퇴색한 현충사에 난중일기를 더 이상 전시할 수 없다"며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다.

여현구 인턴기자 yeo.hyung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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