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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백두산서 6년 기다린 호사비오리의 비상…소름·감동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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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새 관찰기' 출간한 박웅 작가 인터뷰

연합뉴스

호사비오리 새끼들. 병아리 크기로 알록달록 위장 색의 깃털을 하고 있다.
[글항아리 제공]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호사비오리는 호사(豪奢)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화려한 생김새의 겨울 철새다.

지구에 1천 마리도 남지 않았다는 호사비오리가 새 사진을 찍는 박웅(67) 작가를 사로잡은 것은 그 생김새나 희소성보다 '민족의 새'라는 점 때문이었다.

"호사비오리는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난 뒤 봄에는 백두산으로 갑니다. 우리와 달리 남북한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민족의 영산에 머무른다고 하니 다른 새보다 더 관심이 가더라고요. 그 생태를 관찰하고 추적하는 작업이 의미 있겠다 싶었죠."

작가가 호사비오리를 처음 목격한 것은 2006년 1월 지독한 강바람이 부는 북한강에서였다. 2015년 전라남도 나주 지석천에서 월동 중인 호사비오리의 우아한 짝짓기 모습도 그를 홀렸다.

드물지만 한반도에서도 볼 수 있는 호사비오리를 담기 위해 백두산으로 간 이유는 무엇일까.

호사비오리는 매년 4~5월 백두산 기슭을 찾아와 번식한다. 새끼들이 부화해 둥지를 떠나기까지는 이틀이 채 되지 않는다. 작가는 새끼들이 세상과 처음 만나는 순간을 포착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2010년부터 매년 백두산을 찾았으나 번번이 수포가 됐다. 그러다 지난해 5월에 드디어 기회를 얻었다.

"테니스공만 한 크기의 새끼가 7~8m 높이 둥지에서 뛰어내린 뒤 땅바닥에 '쿵'하고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소름이 돋았어요. 죽지 않았나 걱정도 했고요. 결국 멀쩡하게 어미를 따라가는 모습, 그 생명의 탄생을 보면서 정말 감동했죠."

그 꿈을 이루기까지 과정을 담은 책이 '백두산 새 관찰기'(글항아리 펴냄)다.

제목에 호사비오리를 굳이 넣지 않은 이유로 작가는 22일 전화인터뷰에서 "새를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관찰하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처럼 책은 단순한 호사비오리 추적기가 아니다.

참매, 팔색조, 물까치, 휘파람새, 두견이, 딱새 등 한반도와 백두산 일대의 다채로운 새를 관찰한 내용, 야생의 새를 대하는 마음가짐 등이 함께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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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 텐트에 숨어 있는 박웅 작가
[박웅 작가 제공]



작가의 본업은 건축사다. 설계도면을 촬영한 뒤 확대해 건축주에게 설명하는 것이 일이다 보니, 1980년대부터 자연히 카메라를 자주 손에 쥐게 됐다.

틈날 때마다 새와 산 사진 찍는 일에 매달렸던 그는 1995년 백두산을 처음 밟았다. 이때 맺은 한족 사준해 씨와의 인연이 호사비오리 촬영에도 큰 도움이 됐다.

그는 새 사진 작업의 매력으로 주저하지 않고 '생동감'을 꼽았다.

단순한 움직임만이 아니라 새의 표정, 태도, 버릇을 지켜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새를 지켜보면 갓난아이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어린아이처럼 때 묻지 않은 모습을 볼 수 있어요. 포유류는 인류를 천적으로 알아서 달아나기에 그런 모습을 관찰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백두산 새 관찰기' 356쪽. 3만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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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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