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2 (일)

[friday] 아파트村 한가운데… 소박한 길, 세련된 맛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옥수동 오름길

김태희도 반한 피자

화덕서 장작으로 구워 깃담백한 맛 일품… 칼초네 샐러드는 산뜻

전문점 뺨치는 동네고깃집

환상적 마블링 자랑하는 '투뿔' 한우만 내놔… 국밥·두루치기도 인기

1994년 방영한 '서울의 달'이란 드라마가 있었다. 당시만 해도 무명이던 한석규가 제비족이자 사기꾼 '홍식', 역시 무명이던 최민식이 시골서 상경한 순박한 총각 '춘섭', 김용건이 제비족 춤 선생, 백윤식이 날라리 미술 선생을 열연해 큰 인기를 끌었다.

이 드라마의 배경이 된 달동네가 옥수동이다. 서울의 대표적 달동네였던 옥수동은 1990년대 재개발을 시작해 지난해 마지막 남았던 13구역까지 모두 끝이 났다. 한석규와 최민식에게 무명 신인 시절이 있었음을 상상하기 힘들 듯, 첨단 아파트가 빼곡하게 들어선 현재 옥수동에서 달동네였던 과거 흔적은 찾기 어렵다.

조선일보

서울 옥수동 오름길. 개성 있는 카페와 식당, 빵집이 속속 들어서면서 맛집 골목으로 소문이 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한적한 동네길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옥수동 오름길'은 그나마 옛날 허름한 건물들이 남아있다. 정식 행정명칭은 '한림말 3길'. 조선시대 한림학사(翰林學士)들이 글 읽던 독서당이 옥수동에 있었기에 '한림동' 또는 '한림말(마을)'이라 불렀다는데, 이보다는 발음도 의미도 더 쉽게 와닿는 오름길로 알려졌다. 지하철 3호선 옥수역에서 '래미안 옥수 리버젠' 아파트 상가까지 이어지는, 길이 350m쯤 되는 짧은 오르막길이다.

아파트 주민들을 상대로 하는 소박한 밥집·분식집·문방구 몇 곳 정도밖에 없던 길에 올 초부터 세련된 카페·음식점·빵집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아직까지 낮에는 주부, 저녁에는 퇴근한 직장인 등 동네 주민들이 손님의 대부분이다. 하지만 맛집 골목으로 차츰 소문나고 있어, 언제까지 한적한 동네 골목 분위기를 유지할지 알 수 없게 됐다.

조선일보

옥수역 5번 출구 앞 가판대 튀김집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2 더코너키친 칼초네 샐러드. 4 일품생고기 등심. 5 빈플래토 지하 매장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 길거리 튀김집: 옥수역 5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오른쪽으로 작은 골목이 보인다. 오름길의 시작이다. 골목 초입 가판대 3개가 있다. 셋 다 튀김과 떡볶이, 순대 같은 간식을 판다. 맛이 크게 차이 나지는 않으나, 옥수동 젊은 엄마들 사이에선 오른쪽 가판대가 제일 인기 높다. 깨끗한 기름에 튀겨낸 오징어·새우·김말이·야채·게맛살 튀김이 1인분 3개 3000원. 떡볶이·순대도 1인분 3000원.

2 더코너키친(The Corner Kitchen): 결혼 전 한남동에 살던 김태희가 피자를 자주 테이크아웃해갔다고 오래전부터 이름났다. 코너피자(2만원) 등 화덕에서 장작으로 굽는 피자가 괜찮다. 피자 반죽을 반으로 접어 구운 칼초네(calzone)와 샐러드가 함께 나오는 칼초네 샐러드(1만6500원)를 추천한다. 명란 스파게티, 봉골레(각 1만8000원) 등 파스타도 여러 종류 있다. (02)6448-9090

3 콩빠두(콩물에 빠진 두부): 매장에서 직접 만드는 두부를 활용한 다양한 요리를 낸다. 콩빠두정식(1만2000원), 두부쌈밥정식(1만원), 오징어쌈밥정식(1만3000원) 등 각종 정식은 맛도 맛이지만 양이 푸짐해 자주 찾는 단골이 많다. 얼큰두부찌개(8000원), 하얀순두부(7000원), 콩죽(7000원)도 맛있다. (02)2282-1464

4 일품생고기: '그래봤자 동네 고깃집 수준이겠지' 했다가 깜짝 놀랐다. 먹어보니 최상등급(1++) 한우만 낸다는 주장이 거짓은 아닌 듯하다. 대표 메뉴 살치살(5만3000원)은 마블링이 너무 좋아서 느끼할 정도. 등심 4만4000원, 갈빗살 4만2000원. 돼지고기도 잡내 없이 구수하다. 항정살 1만7000원, 삼겹살 1만5000원. 한우뚝배기불고기(8000원), 곰탕·안동국밥(7000원), 제육두루치기(7000원) 등 점심 메뉴도 인기다. 오름길에서 약간 떨어진 동호대교 아래 있다. (02)2295-6566

5 빈플래토(Caf� Bean Plateau): 커피, 스무디, 과일주스 등 다양한 음료와 함께 파는 벨기에 와플(3500원), 허니브레드(5000원) 같은 브런치 메뉴가 괜찮다. 바질과 닭가슴살을 넣은 바질페스토 치킨 샌드위치(6800원)도 맛있다. 일품생고기 맞은편에 있다. (02)2299-5758

6 모찌모찌 브레드(Mochi Mochi Bread): 오름길이 확실히 뜨는지, 올 들어 괜찮은 빵집이 2곳이나 생겼다. 모찌모찌는 '탕종법(湯種法)'을 기본으로 한다. 탕종법이란 따뜻한 물로 익반죽해 구운 빵으로, 떡처럼 쫄깃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이다. 빵 반죽에 소금과 버터를 넣고 돌돌 말아 구운 시오빵(3000원)이 매우 인상적이다. 식빵(4500원), 슈크림도넛(3000원), 브리오슈(4500원)도 괜찮다. (02)2282-0907

조선일보

6 모찌모찌 브레드. 8 치카이라멘. 9 항구도시연구소 티라미수 토스트. 10 부부요리단 오징어삼겹살불고기. 10(아래)1995 오사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7 밀도(Meal˚): 아침에 문 열기도 전에 손님들이 줄 서서 기다리는 성수동 유명 빵집 밀도가 옥수 분점을 열었다. 무지방 우유와 유기농 밀가루로 만드는 담백식빵(4800원), 생크림으로 반죽해 고소하고 진한 리치식빵(5000원), 버터 풍미가 진한 작은 정육면체 큐브미니(2000원) 등 밀도 대표 빵이 다 있다. (02)2296-4516

8 치카이(ちかい)라멘: 서울의 어떤 유명 라멘집과 붙더라도 밀리지 않을, 정통 일본 라멘을 낸다. 8시간 매장에서 돼지뼈를 고아 우린 진한 육수와 약간 덜 삶은 듯 단단한 면발의 궁합이 훌륭하다. 절반쯤 먹은 다음 테이블에 놓인 마늘을 갈아 넣고 먹다가, 다시 참깨를 더하면 3가지 맛을 즐길 수 있다. 긴 머리카락 신경 쓰지 말고 라멘 시식에만 집중하라고 벽에 머리끈을 걸어둔 센스가 돋보인다. 돈코츠라멘·매운 돈코츠라멘 각 8000원, 차슈(구운 돼지고기)덮밥 7000원. (02)2282-4546

9 항구도시연구소(Hafencity): 작지만 세련된 공간. 실내 곳곳과 기물의 색을 파랑으로 통일해 바다 그리고 항구 느낌을 살렸다. 연유 시럽을 넣은 라테 '항구도시커피'(5000원), 누룽지와 꿀이 들어간 '고소미 라테'(5500원) 등 독특한 음료가 많다. 복숭아 리코타 토스트·티라미수 토스트(각 9000원), 새우 아보카도 샌드위치·베이컨·달걀·양상추·토마토를 넣은 BELT 샌드위치(각 1만2000원)는 눈에도 입에도 맛있다. (070)4155-4736

10 부부요리단·1995오사카·초밥요리단: 서울 5성급 호텔 일식당 출신 요리사들이 오름길 일대에서 운영하는 작은 레스토랑 그룹이다. 동호대교 밑 1·4호점 '부부요리단'은 오징어삼겹살불고기(3만3000·5만5000원)나 제주산 돼지고기·전복 구이 등 술안주를, 2호점 '1995오사카'는 유자향 나는 폰즈(간장을 기본으로 만든 소스)를 찍어 먹는 가야쿠우동(1만2000원)이나 돈가스 해물카레(1만2000원) 등 일본 대중 식당·술집 메뉴를, 3호점 '초밥요리단'은 생선초밥(스시 오마카세 2만5000원·사시미 코스 4만2000원·모둠 생선회 4만4000·6만6000원)을 전문으로 한다. 맛은 초밥요리단, 가성비는 1995 오사카가 빼어나다. 부부요리단 1호점 (02)2295-5886·4호점 (02)2295-5887, 1995오사카 (02)2294-5886, 초밥요리단 (02)2297-0261

11 라바짜 커피(Lavazza Coffee): 이 집 카푸치노 아이스(5000원)는 얼음을 넣으면 흐트러지기 쉬운 커피 향과 맛을 용케 잡아낸다. 아메리카노(3500원)도 향이 깊다. 소프트아이스크림(3500원)은 달지 않으면서 우유맛 진하다. 오름길 맨끝, 리버젠 상가 1층에 있다. (02)6080-4245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