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 2000명 구글 합류 전망
“삼성-애플과 경쟁할 의도 아니라
새 픽셀폰 완성도 높이려는 듯”
구글이 대만 스마트폰 제조업체 HTC 스마트폰 사업 일부를 인수한다. 2011년 모토로라를 인수했다가 3년 뒤 헐값에 되판 구글이 다시 하드웨어 업체를 사들이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1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구글은 HTC의 스마트폰 연구개발팀 인력과 지식재산권 사용권 등을 11억달러(약 1조2,468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HTC의 연구개발 인력은 약 4,000명인데, 이 중 절반인 2,000명 정도가 구글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대부분은 지난해 출시된 구글의 첫 자체 제작폰 ‘픽셀’ 생산에 참여했고, 다음 달 공개될 픽셀 신제품도 함께 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제조 설비와 HTC의 신성장동력인 가상현실(VR) 부문은 이번 인수 내역에 포함되지 않는다.
스마트폰 사업이 전체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HTC는 2010년 전후만 해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두를 놓고 다퉜지만 삼성전자, 애플과 중국 업체 등에 밀려 최근 점유율은 30위권에 그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2년 철수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삼성전자의 연간 스마트폰 판매량이 3억대, 애플 2억대, LG전자 6,000만대 수준인데 HTC는 1,000만대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미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경쟁력을 잃은 상황이라 VR 등 다른 사업에 주력하기 위해 오랜 협력사인 구글에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HTC는 2008년 구글의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처음으로 출시했고, 픽셀의 전신인 넥서스 1세대 제품을 만들기도 했다. 다만 NYT는 HTC가 스마트폰 사업을 축소하되 완전히 접지는 않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로써 구글은 모토로라를 중국 레노버에 넘긴 지 약 3년 만에 다시 하드웨어 업체를 품에 안게 됐다. 업계에서는 구글이 스마트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보다 픽셀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구글이 지난해 첫 픽셀부터 기획뿐 아니라 설계와 제작까지 맡고 있는데 아무래도 하드웨어 제작 경험이 적다 보니 역량 강화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며 “삼성전자, 애플 등과 경쟁하려는 의도였다면 점유율이 더 높은 업체를 샀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가 생산할 것으로 알려진 구글 자체 제작 스마트폰 픽셀 신제품 예상 이미지. 드로이드 라이프 캡처 |
한때 증권가에서는 구글이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전장사업, 그룹 내 LG유플러스 등과도 연계돼 있어 팔기 어렵다”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올해 LG전자는 지난해 HTC가 했던 픽셀 신제품 생산을 맡는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