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가 올해 말 30년간의 점용기간이 끝나는 서울역, 영등포역, 동인천역 등 3곳의 민자역사를 국가에 귀속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한국철도시설공단은 21일 영등포역사 내 롯데백화점에서 임차업체를 상대로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100여명의 상인들은 “정부의 졸속행정으로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다”며 국가 귀속 방침 철회를 요구했다.
21일 서울 영등포 롯데백화점에서 열린 임차업체 간담회에서 상인들이 푯말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윤민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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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간담회는 시작부터 고성이 오가며 혼란을 빚었다. ‘국가 귀속 반대’ 등 푯말을 들고 나온 임차 상인들은 “국토부와 철도시설공단이 1~2년간 추가 운영을 허용해 준다지만 임대사업자들을 보호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며 “국유화 발표 이후 매출이 25%가량 줄어들어 당장 영업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인들은 점용기간 만료가 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정부가 급작스레 점용연장 불허를 결정해 생존권 위협을 받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한 상인은 “결국 국유화 후 재입찰을 통해 공사가 부동산 수익을 얻겠다는 것”이라며 “수천명의 생계가 달려있는 만큼 주무부처장인 김현미 장관이 나와서 설명해야 할 자리”라고 했다.
정부는 민자역사 국가귀속으로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향후 1∼2년간 임시사용허가를 내주고 입점업체와 소상공인에게 수의계약 등을 통한 ‘정리기간’을 준다는 방침이다. 현재 롯데백화점과 영등포 역사에 입점해 있는 업체는 총 123곳이다.
현행법상 점용 기간이 만료되는 민자역사는 국가 귀속, 국가 귀속 후 원상회복, 점용허가 연장 등을 검토할 수 있다. 이날 철도시설공단은 점용허가 연장이 사실상 어렵다는 정부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정부 측 대표로 설명회에 참석한 은찬윤 철도시설공단 민자역사관리단장은 “국유재산법에 따라 공개 입찰로 신규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며 “롯데 측에서 자세한 입점 현황 자료를 받아 소상공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상인들은 “계약 만료가 세달여 앞으로 다가왔는데 아직 제대로 된 자료조차 없다는 뜻”이라며 “신규사업자가 선정될 경우 기존 임차인과 직원들의 재임대, 재고용을 보장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욕설과 고성은 물론 “누구 한 명 죽어야 국유화를 멈출 것이냐”는 험악한 발언까지 나왔다.
은 단장은 “오늘은 입주 상인들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라며 “향후 입주 상인 대표단과 함께 꾸준히 의견을 조율할 기회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윤민혁 기자(behereno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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