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은행들의 신용대출 비중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담보를 잡고 돈을 빌려주는 전당포식 영업에서 벗어나라고 주문하고 있지만 수익과 자본적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용대출을 적극적으로 늘릴 수 없기 때문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288조9000억원으로 전체 대출잔액 969조원의 29.8%를 차지했다.
2015년말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303조7000억원으로 비중도 33.5%다. 하지만 이후 신용대출 잔액이 꾸준히 감소하면서 비중 역시 △2016년말 30.7% △2017년 3월말 30.4% 등으로 낮아지더니 지난 6월말 30% 밑으로 떨어졌다.
특히 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의 신용대출 비중은 각각 23.4%, 24.6%에 불과했다. 반면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은 각각 37%. 33.2%로 비교적 높았다. 2015년말 대비 신용대출 비중이 가장 많이 떨어진 곳은 KEB하나은행으로 1년6개월만에 8.2%포인트 하락했다. 그 다음은 농협은행으로 5.3%포인트 떨어졌다. 모두 기업대출 비중을 줄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비중이 낮아진 이유는 부동산 담보대출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5대 은행의 부동산 담보대출 비중은 2015년말 52%에서 지난 6월말 52.8%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보증대출 비중도 11.8%에서 14.9%로 올라갔다. 보증대출에는 전세자금대출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상품은 보통 주택금융공사나 서울보증보험의 보증을 받는다.
금융당국이 전당포식의 쉬운 영업에서 벗어나라고 주문하고 있지만 은행들이 좀처럼 부동산 담보대출과 보증대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 수익과 자본적정성 때문이다.
신용대출은 자산건전성 분류가 같더라도 담보대출과 보증대출보다 더 많은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담보대출과 보증대출에서 부도가 발생하면 담보를 처분하거나 보증회사를 통해 떼인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반면 신용대출에서 부도가 발생하면 돈을 회수할 가능성이 낮아진다.
위험가중치도 신용대출이 담보대출과 보증대출보다 높아 신용대출 비중이 높으면 자본적정성이 악화된다. 보통 개인 신용대출은 75%의 위험가중치가 적용된다. 반면 주택담보대출의 위험가중치는 35%로 신용대출의 절반에 불과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내부 성과평가지표(KPI) 중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가 수익"이라며 "특별한 제한이 없으면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대출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학렬 기자 toots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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