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가 올 상반기 채권 투자로 벌어들인 수익이 지난해의 반토막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ELS(주가연계증권), RP(환매조건부채권) 등을 판매해 조달한 자금으로 채권에 투자해 수익을 거뒀던 증권사들은 올 들어 채권금리 상승(채권값 하락) 국면을 맞아 하반기 실적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53개 증권사가 채권 분야에서 얻은 이익은 총 1조8009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3조3087억원)보다 1조5078억원(45.6%) 감소했다.
1년 사이 채권에서 벌은 이익이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것이다. 이는 증권사의 채권처분이익·평가이익·이자 등을 합친 금액에서 채권처분손실·평가손실·상환손실·손상차손 등을 뺀 금액이다.
채권금리 상승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말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확대로 금리가 크게 올랐고 올 들어선 기준금리 인상 압력 확대가 악영향을 주고 있다. 여기에 북핵 리스크까지 겹쳐 채권시장의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특히 채권 보유액이 큰 주요 증권사들의 실적부진이 두드러진다. 신한금융투자와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1년 전보다 50% 이상 급감해 하반기 실적 개선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올 상반기 채권 투자로 900억원의 이익을 거두는데 그쳐 지난해 상반기(2169억원)보다 58.5% 줄었다.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2629억원의 이익을 냈지만 지난해 통합 이전 실적(미래에셋증권+대우증권 합계) 5645억원과 비교하면 53.4% 감소한 수치다.
삼성증권(-43.1%·이하 전년대비 증감률), 하나금융투자(-42.6%), KB증권(-41.7%), 신영증권(-35.5%) 등도 채권 투자 실적이 지난해보다 신통치 못했다.
올해 증권사의 전체 실적은 코스피가 사상 최고점을 돌파하는 등 주식시장 활황으로 개선됐지만 수익성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채권 부문 부진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자기자본에 비해 채권 보유액이 큰 증권사는 향후 채권금리 상승으로 인한 타격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증권사의 자기자본 대비 채권 보유 비율은 평균 409%다. 자기자본의 4배 이상을 채권에 투자한 셈이다. 신영증권(598%)이 자기자본 대비 채권비중이 가장 컸고 하나금융투자(556%), IBK투자증권(506%), 하이투자증권(491%), 삼성증권(478%) 순으로 나타났다.
증권사의 경우 채권과 주식 매매로 벌어들이는 '자기매매' 분야가 전체 순영업수익(영업수익에서 영업비용(판관비를 제외한)을 뺀 금액)의 평균 48%를 차지할 만큼 수익 기여도가 크다. 채권 보유 비중이 큰 증권사 일수록 하반기 수익 감소 폭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이효섭 자본시장 연구원 연구위원은 "저금리와 저성장, 고령화 영향으로 DLS(파생결합증권), ELS, RP 판매가 늘었고 증권사는 이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채권 보유를 늘려왔다"며 "증권사들이 금리 상승에 따른 손실 위험에 대비하고 사업 다각화를 통해 자기매매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전병윤 기자 byje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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