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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통합사회?통합과학 교과서, 현장교사들이 분석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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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교육 취지 살리고, 실생활 소재 흥미 높여

영화 '그래비티'로 '작용 반작용의 법칙' 설명

사회현상을 정치?윤리 등 다양한 관점서 해석

"개념?이론 설명 부족해 내용 부실 지적도"

"융합 취지 살릴 수 있는 교사 많지 않을 것"

단원별로 쪼개 여러 교사가 가르칠 가능성

중앙일보

1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교육부 직원들이 내년 고1부터 배울 신설과목인 통합사회와 통합과학 교과서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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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처음 모습을 드러낸 통합사회?통합과학 교과서에 대해 현장교사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문?이과를 허무는 융합교육의 취지에 부합하고 실생활과 밀접한 소재들로 내용을 구성해 흥미를 높였다는 평가다. 그러나 개념과 이론에 대한 설명이 자세하지 않고 구체적인 수업지도안이 마련되지 않아 교사에 따라 수업 편차가 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5개 출판사가 내놓은 통합사회?통합과학은 각각 300쪽, 340쪽 내외의 분량이다. 서울 휘문고 신동원 교장(과학 전공)은 “문과생도 과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이과생도 사회를 재밌게 접할 수 있도록 교과서 구성을 잘했다”며 “문?이과 장벽을 허물겠다는 기본 취지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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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통합과학 교과서 목차.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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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기존 문과생들에겐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됐던 통합과학은 전체 내용의 70~80%를 중학교 과정으로 채웠다. 신 교장은 “새롭게 등장하는 개념이 거의 없을 만큼 통합과학은 쉽게 나왔다”며 “일상에서 접하기 쉬운 소재들로 내용을 꾸려 학생들이 재밌어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새 교과서는 물체의 운동에 관한 법칙을 설명하면서 두 개의 야구 글러브를 사진 자료로 제시했다. 공을 잡을 때 충격이 더 큰 포수가 투수보다 더 두꺼운 글러브를 끼게 되는 것을 설명하면서 에어백와 같은 안전장치의 원리를 살펴보는 식이다.

학생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 영화처럼 익숙한 소재를 이용하기도 한다. 영화 ‘그래비티’에서 우주선 사고로 우주를 떠돌게 된 주인공이 소화기를 뿌려 이동하는 장면을 보여주며 ‘작용 반작용의 법칙’을 설명하는 식이다. 화성에 고립된 우주비행사가 자신의 대변을 양분으로 감자를 키우는 영화 ‘마션’의 장면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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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통합사회 교과서 목차.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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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사회도 마찬가지다. 기존 사회분야 교과서와 달리 사회과학 용어나 이론에 대한 설명을 줄이고 실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현상들을 다양한 맥락 속에서 살펴보도록 했다. 특히 세부 과목별로 내용을 분리하지 않고 하나의 주제를 다양한 학문적 관점에서 보도록 했다. 예를 들어 ‘인간과 공동체’라는 단원에선 시장과 금융(경제), 인권과 헌법(법과 정치), 정의와 사회불평등(사회문화·윤리) 등의 내용을 융합해 배운다.

머드 축제와 산천어 축제 등 2400여개에 달하는 지역축제를 주제로 한 소단원에선 각 지역이 이런 축제를 하게 된 기후·지형적 특성(지리), 지역별로 축제를 특화할 수 있던 지방자치제도(법과 정치), 쓰레기와 소음 등으로 빚어지는 지역주민과의 갈등(사회문화)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게 한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연구소장은 “하나의 현상을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사회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내용이 평이하고 개념과 이론 설명이 부족하다는 것은 통합사회?통합과학 교과서 모두 단점으로 지적된다. 서울 동북고 강현식 과학교사는 “통합과학 교과서는 신소재 단원에서 반도체가 어떻게 사용되고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주로 배운다”며 “정작 반도체가 무엇이고 그 원리는 어떻게 되는지 나와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만기 소장은 “학생들의 흥미를 일깨우고 실습과 토론을 이끌어내는데 최적화 된 교과서”라며 “문제는 교사가 수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교과서가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지금과 같은 일방적 강의 위주 수업이라면 이 교과서가 필요 없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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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과학 교과서의 '에너지' 단원. 실생활에 활용되는 '에너지 제로 하우스'를 예시로 들었다.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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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역량에 따라 수업의 질이 천차만별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 덕성여고 이봉수 사회교사는 “통합사회 교과서는 기본 지식만 나열해 놓고 나머지는 모두 교사에게 맡겨 놓은 느낌”이라며 “능력 있는 교사는 탁월한 수업을 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교사는 평이한 수업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서울의 한 사립고 사회교사는 “같은 사회교사라도 전공이 모두 다른데 모든 분야를 융합해 가르칠 수 있는 교사가 몇이나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는 기대했던 융합교육이 아니라 ‘교과서 쪼개기’가 나올 거란 우려도 있다. 신동원 교장은 “전체적 맥락에서 보면 통합 교과서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물리?화학?지구과학?생물이 모두 쪼개져 있다”고 말했다. 3단원 ‘인류는 자연의 변화를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가’를 예로 들면 첫 번째 소단원은 ‘화학의 변화’, 두 번째는 ‘생물의 다양성’으로 나뉜다. 신 교장은 “화학교사와 생물교사가 각각의 단원을 나눠서 가르치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윤석만·전민희·이태윤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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