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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정태명의 사이버 펀치]<32>우리의 4차 산업혁명은 순항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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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드론 택시가 하늘을 날고 자율주행자동차가 빠른 속도로 도로를 질주한다. 주방에는 로봇이 분주히 음식을 하고, 심지어는 의사 없는 수술도 별로 신기하지가 않다. 이렇듯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진화하는 인류의 변화는 이미 부분 실현이 되고 있다. 그러나 정보기술(IT) 강국이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나라는 이런 급격한 변화에서 뒤처지는 징표를 여러 분야에서 보이고 있어 안타깝다. 4차 산업혁명의 흐름을 정확히 분석하고 우리가 4차 산업혁명 궤도에 제대로 올라있는지 점검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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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 혁명의 중심 인프라가 초고속 전산망이었다면 4차 산업혁명은 클라우드가 선도한다. 정보 인프라를 공유하고 소비자에게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클라우드 시장은 지난해 200조원을 훌쩍 넘어섰고, 매년 20% 가까이 성장하고 있다. 이제 겨우 1조원을 돌파한 우리나라 시장은 세계 시장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왜소한 국내 시장마저도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IBM 등 글로벌 강자에게 잠식당하고 있다. 남의 땅에 건물을 지어야 하는 신세로 전락할 지도 모른다. 운용체계(OS),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전사자원관리(ERP), 오피스 등 중심 소프트웨어(SW)를 포기한 역사의 반복이 아니길 바란다.

알파고와 이세돌 대결이 인공지능(AI)을 세인의 뇌리에 부각시키고, AI 관련 연구개발(R&D)과 산업에 불어온 열풍 덕분에 4차 산업혁명이 지능정보사회에 한 걸음 다가간 느낌이다. 그러나 느낌으론 충분치 않다. 똑똑한 정도의 지능지수가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를 필두로 AI 시장 선두 주자 IBM 왓슨 및 딥러닝 프레임워크 텐서플로뿐만 아니라 컴퓨터 비전, 음성 인식, 언어 번역, 검색 등 분야에서 강자인 구글 AI와 견줘서 손색이 없는 똑똑함이 있어야 한다. 또 AI는 분석할 데이터가 없이는 아무리 똑똑해도 의미가 없다. 음식 재료가 없는 요리사는 아무리 훌륭해도 쓸모없는 것과 같다. 데이터 부족과 지능 수준을 걱정해야 하는 우리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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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이 되면 수백억개 센서가 연결될 것으로 예상되는 사물인터넷(IoT) 환경은 인류 역사를 완전히 변화시켜 놓을 것이다. 정보통신망이 인간 간 소통 방법을 바꿨다면 IoT는 인간과 사물 간 소통의 문을 열 것이다. 이미 1000조원 시장에 육박한 IoT 시장에서 주목할 점은 중국의 급부상이다. 2020년에 1조위안(약 17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IoT 시장은 '중국 정부의 전폭 지원과 시장 개방'이 성공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규제에 발목이 잡혀서 허덕이고 있는 우리나라 IoT 산업과 대조된다.

그러나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이유는 우리에게 탄탄한 R&D 환경과 융합 산업의 한 축인 제조 산업이 있고, 4차 산업혁명의 글로벌 선두 그룹에 참여하지 못하면 경제 빈국으로 전락한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과감히 규제를 혁신하고 기반 기술과 서비스 집중 개발 및 확산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4차 산업혁명의 선두 주자로 인정받는 일이 급선무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공약한 4차산업혁명위원회조차 아직 출범시키지 못한 문재인 정부는 세계 각국의 발 빠른 행보에 무관심한 건지 경제 변화에 무지한 건지 알 수가 없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대한민국 4차 산업혁명 전략을 수립하고 국민과 함께 시행해야 한다. 국회에 4차산업특별위원회를 꾸려서 규제를 적극 철폐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4차 산업혁명은 미래가 아닌 현재로, 지금 우리 앞에 서 있다.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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