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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이슈플러스] 임기만료 임박 '양승태 사법부'의 공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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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양승태 대법원장의 임기가 이제 열흘도 남지 않았다. 2011년 9월25일 취임한 양 대법원장의 6년 임기는 오는 24일이면 끝난다. 이명박정부 시절 임명된 그가 박근혜정부를 거쳐 문재인정부에서 비로소 후임자한테 짐을 넘기고 약 42년의 공직생활을 마감하는 것이다. 취임사에서 “국민과 함께 호흡하는 투명하고 열린 법원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밝힌 그의 구상이 얼마나 이뤄졌는지 짚어본다

◆평생법관제 정착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양 대법원장의 최대 업적으로 ‘평생법관제 정착’이 꼽힌다. 판사가 법원에서 일정한 경험을 쌓은 뒤 변호사로 개업해 큰 돈을 버는 이른바 ‘전관예우’ 현상은 우리 법조계의 가장 큰 폐단이자 해악으로 통한다. 양 대법원장은 이를 극복하고자 일단 법관으로 임명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65세 정년(대법원장·대법관은 70세)까지 일하는 평생법관제 정착을 강력히 밀어붙였다.

양 대법원장의 노력에 힘입어 고등·지방법원장 근무를 마치고 도로 일선 항소심 재판부로 복귀해 부장판사 역할을 수행하는 고위법관이 크게 늘었다. 법원장을 지내다 대법관이 못 되면 그냥 법복을 벗었던 관행이 자취를 감춘 것이다. 심지어 전직 법원장이 항소심 재판부도 아닌 1심 단독판사로 돌아가 소액사건 등을 처리하는 이른바 ‘원로법관’ 제도도 생겨났다. 한 변호사는 “경륜이 풍부한 법관들이 소액사건 재판을 맡아 공정하고 원만하게 해결하면 그 혜택은 고스란히 일반 국민이 받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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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의 뿌리 찾기

양 대법원장은 2015년 ‘대한민국 법원의 날’을 제정했다. 그동안 행정부는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점을 들어 매년 8월15일을 기념일로 삼아 왔다. 입법부도 1948년 5월31일 제헌국회가 문을 연 점을 들어 매년 5월31일을 개원기념일로 지정해 기념행사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3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는 이렇다 할 기념일 없이 그냥 ‘법의 날’(4월25일) 행사를 여는 데 그쳤다.

대법원보다 훨씬 나중에 생긴 헌법재판소도 1988년 9월1일 출범한 점을 들어 매년 9월1일을 창립기념일로 지정해 성대한 행사를 벌이고 있다. 이에 양 대법원장은 한국 사법부의 ‘뿌리’를 찾는 작업에 나섰다. 드디어 광복 70주년인 2015년 그와 같은 노력이 결실을 맺어 매년 9월13일을 ‘대한민국 법원의 날’로 지정해 기념하기로 했다. 이는 가인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이 1948년 9월13일 취임한 점에 착안한 것이다. 양 대법원장은 지난 13일 대법원 청사에서 제3회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을 주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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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법원 도입 실패

성과도 많았지만 쓰디쓴 실패를 맛본 사례도 적지않다. 가칭 ‘상고법원’ 도입 추진이 대표적 사례다. 양 대법원장은 제19대 국회 임기(2012∼2016) 내에 법원조직법을 고쳐 상고법원을 신설하는 안을 강력히 추진했으나 정치권의 무관심과 법조계 일부의 반대 속에 무산됐다. 상고심 구조 개선은 양 대법원장이 취임할 때부터 커다란 관심을 가진 사안이었다. 그는 취임사에서 “재판은 한 번으로 결론을 내는 것이 원칙”이라며 “3단계 절차를 다 거치는 것으로 인한 인적· 물적 낭비가 막대하다”고 지적했다.

법안에 따르면 상고법원이란 비교적 중요도가 떨어지는 일반적·통상적 사건들의 상고심 처리를 전담하는 법원이다. 상고법원이 생기면 지금 대법원이 처리하는 사건 상당수가 상고법원으로 넘어가 대법원 업무량이 줄어들어 ‘살인적’이란 평가까지 받는 대법관들의 격무도 조금은 해소된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선 “사실상 지방법원, 고등법원, 상고법원, 대법원의 ‘4심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의원들도 법률 개정에 소극적 태도를 보여 상고법원 관련 법안은 결국 폐기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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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대한민국 법원의날 기념식에서 양승태 대법원장과 직원들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이제원 기자


◆부정부패와 내부 갈등

양 대법원장의 임기는 법관의 부정부패 사건과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를 둘러싼 법원 내부 갈등 심화라는 오점도 남겼다. 인천지법 김수천 부장판사는 지난해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회장으로부터 부정한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뇌물수수)로 구속기소됐다. 김 부장판사는 혐의를 부인했으나 1심과 항소심 모두 일부 유죄를 인정해 실형을 선고했다. 이 일로 양 대법원장은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과해야 했다.

올해 불거진 사법행정권 남용 파문은 ‘현재진행형’이다. 진보성향의 법관들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사법개혁을 주제로 학술회의를 개최하려 하자 법원행정처가 행사 축소 내지 연기를 요청한 게 발단이 됐다. ‘행정처가 권한을 남용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온 가운데 행정처가 평소 ‘요주의’ 판사 명단을 만들어 언행을 감시해왔다는 블랙리스트 의혹까지 불거졌다. 이 일로 일부 법관이 법원 내부통신망에 양 대법원장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글을 올리는 등 파문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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