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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세계적인 개망신 뉴스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배우 문성근이 생방송 중 격앙된 표현으로 시청자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그의 발언보다 더 경악스러운 건 그가 지목한, '실제상황'이다.
'MB 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공개되면서 세간이 연일 떠들썩하다.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 정부 기조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특정인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기 위한 인위적인 '작업'을 했다는 것.
이른바 '좌파 연예인 대응 태스크포스(TF)'가 국정원 내에 존재했으며 실제 블랙리스트 82명의 활동이 당시 현저히 제어됐었다는 사실 자체도 충격적인데, 면면을 보면 실로 추하다. 심지어 2011년 국정원 심리전단이 민간인 사이버 외곽팀 등을 동원해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문성근과 배우 김여진의 침대 나체 합성사진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한다.
이에 대해 문성근은 "솔직히 믿어지지 않더라. '일베'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저급한 사람들이 그런 일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국가기관이 결제를 받아서 했다고 하니 믿기지 않았다. 정말 세계적인 개망신 뉴스가 될 것이라고 느꼈다"고 토로했다.
김여진 또한 큰 충격을 받은 상태. 김여진은 자신의 트위터에 "많은 각오를 했었고 실제로 괜찮게 지냈지만 이건 예상도 각오도 못한 일"이라며 "그게 그냥 어떤 천박한 이들이 킬킬대며 만든 것이 아니라, 국가기관의 작품이라고요"라 국정원의 공작이었단 사실에 황당해했다. 그러면서 "'지난 일이다' 아무리 되뇌어도 지금의 저는 괜찮지 않다"고 적었다.
국정원 개혁위원회는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가 조사 기간 중 발견한 관련 문건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특히 문성근은 정부, 이명박 전 대통령,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강경하게 밝혔다.
문성근, 김여진 외에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공식적으로 이름을 올린 이들만 82명에 달한다. 이는 단순히 일시적인 논란이나 해프닝으로 볼 수도 없고, 그렇게 치부해서도 안 된다.
다양한 정치적 견해를 지닌 이들이 각자의 의견을 주저 없이 내놓으면서도 어떤 부당한 제재 없이 자신의 영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은 이 사회가 지향해야 할 당연한 모습이다.
그런데 정치적 자유, 표현의 자유가 헌법에 보장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신과 정치적 성향이 다른 누군가의 활동을 권력을 이용해 제한하려 했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행위라는 건, '자유'의 의미를 처음으로 배워가는 초등학생이라도 지적할만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권의 블랙리스트' 존재에 대해 놀라움을 표하는 이들이 존재하는 한편, 누군가는 국정원 개혁위원회의 행보를 정권 성향이 바뀜에 따른 보복 행위라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관리하고, 그들을 사찰하는 것은 명백히 월권이고, 불법이다. 이 자체가 오랜 기간 만연한, 청산되어야 마땅한 '적폐'다.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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