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배인구의 이상가족(19) "양부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싶습니다"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소송

잘못된 부모와 자녀관계 정리

성(姓) 바뀌는 불편 감수해야

양부와 결혼한 아이를 낳았고 출생신고를 했다. [중앙포토]

안녕하십니까? 저는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40세 남자입니다. 제게는 생부와 양부 두 분이 계십니다. 어머니는 저의 생부와는 사실혼 관계로 지냈고, 생부의 본가와는 전혀 왕래가 없었습니다. 생부의 인적사항에 대해 전혀 기억을 못 하세요. 아마 저의 생부는 제가 태어난 줄도 몰랐을 것입니다. 이후 어머니는 양부와 결혼한 후 저를 낳았고, 양부의 호의로 양부와 어머니 사이의 자식으로 출생신고를 했답니다. 당시 양부는 전처소생의 딸 3명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양부와 친모, 누나 3명과 가족을 이뤄 살아왔습니다.

제가 성인이 된 후 저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됐지만, 별일 없이 살았는데, 양부가 노환으로 병원에 입원하시면서 양부 소생의 누나들과 어색한 관계가 됐습니다. 저는 양부가 저를 키워주신 것만 해도 진심으로 감사했고, 그 은혜에 보답하고자 양부의 재산을 한 푼도 상속받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누나들의 마음은 풀리지 않고, 양부가 입원한 병원 출입도 하지 말라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제작 조민아]

■

배인구 변호사가 답합니다

「

양자도 법률적으로 상속인입니다. 사례자의 경우 친생자로 등재돼 있으니 당연히 상속인입니다. 상속 포기는 사망 전에 하면 법률적으로 효력이 없습니다. 사망 후에 해야만 포기의 효과를 인정하기 때문이죠.

사례자께서 양부와 친생자관계를 정리하고 싶다면 번거롭지만, 소송을 해야 합니다. 양부를 상대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을 구하는 소인데요. 이 소송은 지난 번에도 말씀드렸듯이(하단 관련기사 참조) 가족관계등록부에 잘못 기재된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바로잡기 위해서 이용됩니다. 양부와 사례자께서 친부-친자의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법원으로부터 확인받는 것입니다.

[일러스트 강일구]

우리나라 법원은 친자가 아니더라도 입양의 요건과 형식을 갖췄다면 출생신고만으로 입양의 효력이 있다고 보고 있어요. 따라서 사례자는 비록 양부와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입양의 효력이 인정돼 가족관계등록부상의 아버지와 양친자관계가 성립될 수 있었던 거죠. 하지만 반대로 입양의 효력이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당사자 사이에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의 확정판결이 있다면 그 후에는 양친자관계를 주장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1993. 2. 23. 선고 92다51969 판결).

따라서 사례자의 생각이 가장 중요합니다. 다만 주의하실 점은 사례자께서 양부를 상대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해 승소판결을 받은 이후입니다. 가족관계등록부상 ‘부(父)’를 적는 곳에 기재됐던 양부가 삭제되고 공란이 됩니다. 그럼 사례자의 성이 친어머니의 성과 본으로 변경됩니다. 지금 40세라고 하셨는데, 지금까지 사용하던 성이 갑자기 변경되면 여러 가지로 생활하는데 불편한 점이 많을 수도 있습니다.

법원. [연합뉴스]

참고로 우리 민법은 혼인 외의 출생자가 인지된 경우 부모의 협의 또는 법원에 허가에 따라 종전의 성과 본을 계속 사용할 수 있는 경우는 규정하고 있지만, 친생자관계가 부정됐을 경우는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사례자의 경우 종전에 사용하던 성을 사용해야 할 사정이 있다면 가정법원에 그런 사정을 소명하면서 성과 본의 변경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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