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7 (일)

[뉴스 인사이드] 정치·대중 거리 좁힌 ‘방송 출마’… 정보 왜곡·희화화 우려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썰전’ 이후 정치인 TV 출연 늘어 / 정치적 이슈 다양한 각도 풀어내 / 토크쇼 봇물… 예능까지 영역 확장 / 국민의 정치 향한 관심 끌어모아 / 인지도 위해 방송 이용 등 부작용 / “공정·중립성 유지 위해 고민해야”

정치인과 방송인 사이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전·현직 국회의원들은 토크쇼에 나와 얼굴을 알리는 데 열중하고 있다. 직접선거로 뽑힌 시장은 예능프로그램에서 사생활을 보여주는 데 거리낌이 없다. 연예인 출신 정치인을 뜻하는 ‘폴리테이너’(정치인을 뜻하는 ‘폴리티션’과 연예인을 의미하는 ‘엔터테이너’의 합성어)가 이제는 ‘연예인이 된 정치인’을 뜻하는 의미로도 불린다. 이들의 방송 나들이가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을 높인다는 점에서 칭찬받을 만하지만, 정치를 ‘희화화’한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세계일보

썰전


◆JTBC ‘썰전’, 폴리테이너 2.0시대 개막

과거 정치인들은 주로 뉴스나 토론 프로그램과 같은 다소 무게감이 있는 TV프로그램의 패널로 출연해 왔다. 정책이나 법, 사건 등 사회 현상에 대해 정치적 견해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JTBC의 ‘썰전’ 이후 정치인들의 TV방송 참여는 가볍고 자유로워지기 시작했다. ‘썰전’은 정치·시사 토크쇼로, 한 주의 정치·사회 이슈를 진보와 보수를 상징하는 패널 두명이 나와 설명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과 강용석 전 한나라당 의원을 비롯해 표창원·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패널로 출연했다. 이들은 대통령 탄핵, 특검 등 이슈를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풀어내 많은 사랑을 받았다. 현재 패널로는 진보성향의 유시민 전 의원, 보수성향의 박형준 전 국회 사무총장이 출연 중이다.

세계일보

강적들


세계일보

외부자들


‘썰전’의 흥행 이후 비슷한 포맷의 토크쇼가 종편 위주로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TV조선 ‘강적들’에서는 유정현 전 새누리당 의원을 MC로 장제원 한국당 의원, 이준석 바른정당 노원병 당협위원장이 출연 중이다. 채널A ‘외부자들’에서는 전여옥·안형환 전 한나라당 의원과 정봉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이 패널로 활약 중인 가운데 나경원·박주민 의원 등 여야 국회의원들이 게스트로 참여했다. MBN ‘판도라’에서는 정청래 전 통합민주당 의원과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이 패널로 출연 중이다.

◆예능으로까지 뻗친 폴리테이너 러시

정치인들의 방송 참여는 토론 또는 토크쇼를 넘어 예능프로그램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 5일 종영한 KBS2 ‘냄비받침’에는 유력 정치인들이 대거 출연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지난 13일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을 시작으로 심상정 정의당 의원, 안희정 충남도지사, 추미애 민주당 대표, 홍준표 홍준표 대표, 손혜원 민주당 의원, 나경원 한국당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이혜훈 바른정당 전 대표, 정세균 국회의장 등이 출연했다. 이들은 ‘냄비받침’을 통해 정치인이 아닌 개인으로서 인간적이고, 대중적이며 소탈한 모습을 보여줬다.

세계일보

동상이몽 시즌2-너는 내 운명 방송 장면.각사 제공


정치인들은 방송을 통해 사생활까지 공개하고 있다. 대표적인 정치인으로는 SBS ‘동상이몽 시즌2 - 너는 내 운명’에 출연 중인 이재명 성남시장이다. ‘동상이몽’은 다양한 분야의 커플들이 알콩달콩 살아가는 모습을 ‘남자’와 ‘여자’ 입장에서 바라보는 리얼리티 관찰 예능이다. 이 시장은 아내 김혜경씨와 함께 정치인이 아닌 현실 부부의 모습을 진솔하게 보여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주말에 늦잠 자고 소파에 누워 뒹굴거리는 모습이 일반 남편과 다르지 않아 ‘성남 고길동’(만화 ‘둘리’의 아빠)이라는 친근한 별명도 생겼다.
세계일보

숏터뷰


SNS 등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한다. 개그맨 양세형이 진행하는 ‘숏터뷰’는 각 분야에서 ‘핫’한 인물을 만나 짧고 재미있고 핵심적으로 인터뷰하는 프로그램이다. 양세형이 개그맨이라는 직업을 살려 얼굴을 맞대고 진행하는 ‘초밀착인터뷰’나 ‘신조어인터뷰’ 등 다소 엉뚱한 방법으로 인터뷰하는 게 특징이다. 지난해 6월 시작한 ‘숏터뷰’는 첫 번째 인터뷰 대상으로 표창원 민주당 의원이 출연했으며, 이후 이재명 성남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남경필 경기지사,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심상정 정의당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인터뷰를 했다.

◆폴리테이너 예능방송 나들이…득실 잘 따져야

정치인들의 TV방송이나 인터넷방송 나들이가 정치와 대중의 거리를 좁힌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점도 있지만, 자칫 정치를 ‘희화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정치인들이 정당이라는 특정 정치적 입장을 가진 단체에 포함된 이상 정당의 입장에 맞는 왜곡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정치인들이 본인의 인지도를 쌓기 위한 수단으로 방송을 이용하거나, 방송이 특정 정치인들만을 띄워주기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세계일보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직접 체험하고 겪은 현실 정치를 이야기한다는 점에서는 장점이 있다”며 “다만 제한된 경험과 당파성을 가진 입장에서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처럼, 옳은 것처럼 이야기할 경우 잘못된 정보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라는 전문적인 영역을 단지 웃음거리로, 희화화하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류홍채 한국정치법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국민들이 정치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정치에 더 많은 참여를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있다”며 “다만 유명 정치인들 위주로 출연시키지 말고 방송의 공정성과 정치의 중립성을 위해 정치신인 등 다양한 정치인들이 출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