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례는 / 부시, 원프리쇼 통해 고어 역전 성공 / 오바마 ‘예능 정치의 달인’으로 통해 / 트럼프 “넌 해고야” 유행어 대중 어필
미국은 정치인의 예능 나들이 역사가 오래된 나라다. 최근 수십년간 재임한 미국 대통령들은 TV쇼를 적극 활용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본격적인 ‘폴리테이너’ 시대를 연 사람은 제42대 대통령 빌 클린턴이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인 1992년 ‘아세니오 홀 쇼’에 출연했다. 재즈 마니아로 알려진 클린턴이 엘비스 프레슬리의 ‘하트브레이크 호텔’을 색소폰으로 멋지게 연주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았다. 이는 그해 대선 승리로 이어졌다.
2000년 대선을 앞두고는 공화당 조지 W 부시와 민주당 앨 고어 후보가 경쟁적으로 토크쇼에 출연했다. 지지율이 10%포인트 정도 뒤지던 부시는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해 친근한 이미지를 부각시키면서 고어를 앞서는 데 성공했다.
버락 오바마는 예능 정치의 달인으로 통한다. 후보 시절은 물론 취임 후에도 오프라 윈프리 쇼, 제이 레노 쇼 등에 출연해 백악관에서의 일상을 털어놓으며 대중에 가깝게 다가갔다. 정치적 어려움에 부딪히거나 정책을 홍보할 때도 TV쇼에 적극 출연해 지지를 호소했다. 지난 대선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은 정치 풍자 예능인 ‘새터데이나이트라이브’(SNL)에 출연하는 등 각종 TV 프로그램을 통해 선거운동에 나섰지만 승리는 도널드 트럼프에게 돌아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디어를 통해 이미지를 닦아 온 대표적 폴리테이너다. 사업가인 그는 1988년 회고록 ‘거래의 기술’ 출간을 기념해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해 정치적 의견을 거침없이 피력했다. 90년대 들어 엔터테인먼트 업계로 사업을 확장한 트럼프는 미스유니버스와 프로레슬링대회를 인수하며 프로레슬러로 직접 링에 오르기도 하고, 영화 ‘나홀로 집에 2’에 카메오로 출연하는 등 엔터테이너로 활약했다. 2000년 대권에 도전했지만 4개월 만에 포기하고 예능으로 무대를 옮겼다. 그를 TV 스타로 가장 널리 알린 프로그램은 2004년 NBC방송 리얼리티쇼인 ‘어프렌티스’였다. 신입사원을 뽑는 이 프로그램에서 트럼프는 진행자 겸 제작을 맡아 ‘넌 해고야!’ 등 유행어를 남겼다. 더불어 단호한 리더이자 성공한 사업가로서의 이미지를 대중에 어필하는 데 성공했다. TV 스타 시절 저지른 성추행과 설화(舌禍)로 대선 기간 곤욕을 치르기도 했지만 오랫동안 쇼를 통해 다듬은 이미지를 통해 대권을 잡는 데 성공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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