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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커버스토리 - 나도 선생님인데]MB 정권 홍보용 ‘영전강’ 졸속 도입…고용안정 생각 않고 2010년 첫 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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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비정규직’ 역사는

학교는 ‘비정규직 백화점’이다. 교육 분야 비정규직은 38만명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41%를 차지한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정권의 요구와 입맛에 따라 주먹구구식으로 도입된 학교의 비정규직종들은 10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그대로 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무작정 없애버릴 수도 없는 딜레마의 늪에 빠졌다.

“미국에서 ‘오렌지(orange)’라고 했더니 아무도 못 알아듣다가 ‘어륀지’라고 하니 알아듣더라.” 2008년 1월 이명박 정부 출범을 준비하던 이경숙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한 말이다. 이명박 정부의 ‘영어몰입교육’ 신호탄이었다. 2010년부터 초등학교 3~6학년의 영어수업시수가 2배로 늘었다. 중학교에서는 영어 수준별 분반 수업이 도입됐다. 수업을 담당할 영어교사가 필요했다. 2010년 영어회화 전문강사(영전강) 4731명이 처음 채용됐다.

영전강의 고용안정은 정책의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2011년 6255명까지 확대됐던 채용 인원은 박근혜 정부 들어 규모가 점점 축소됐다. 2015년에는 4552명으로, 2017년 현재는 3250명으로 줄었다. 지난 6월 인권위는 고용기간 4년을 초과한 영전강에 대해서는 무기계약직의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러나 교육청은 교육부의 눈치만 보고, 교육부는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않고 있다.

초등 스포츠강사도 영전강과 같은 운명을 걷고 있다. 체육수업의 보조강사로 담임교사와 함께 체육수업을 진행하는 스포츠강사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825명이 처음 채용된 후 그 규모가 확대돼 2013년 3800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뀐 후인 2014년 관계부처에서 예산을 갑자기 줄이면서 1000명 가까이 해고되는 등 급속히 규모가 축소돼 2017년 현재 1952명이 남았다.

기간제 교사는 2000년대 초반, 7차 교육과정이 도입되면서 늘어나기 시작했다. 교육공무원법 제32조는 기간제 교사를 채용할 수 있는 사유를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선택형·수준별 교육과정을 내세운 7차 교육과정이 도입된 이후 제32조 3항인 ‘특정 교과를 한시적으로 담당하도록 할 필요가 있을 때’란 조항을 자의적으로 폭넓게 해석해 기간제 교사 채용을 남발했다. 특히 2016년 현재 서울 지역 사립학교에 근무하는 기간제 교사 3306명 중 77.1%(2550명)가 이 같은 사유로 임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2000년 4.2% 불과했던 기간제 교사는 2016년 9.5%로 급증했다. 교사 10명 중 1명은 기간제 교사란 의미다.

그러나 교육부는 전문강사 문제와 마찬가지로 기간제 교사가 급증한 데 대해서도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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