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휴일' 스틸 컷 © News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만능 엔터테이너의 안목에 문제가 생긴걸까. 배우 임창정의 이름을 앞세워 개봉했던 코미디 영화 '로마의 휴일'(이덕희 감독)이 개봉 18일째에도 불과 13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6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 전산망에 따르면 '로마의 휴일'은 지난 15일 하루 282명의 관객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30위를 찍었다. 누적관객수는 13만 3631명이다.
임창정의 대표작은 400만 관객을 동원했던 B급 코미디 영화 '색즉시공'(2000)이다. '색즉시공'에서 그는 늦깎이 대학생 역을 맡아 능청스러운 코미디 연기로 호평 받았다.
'색즉시공' 뿐 아니라 '위대한 유산'(2003), '파송송 계란탁'(2004), '시실리 2km'(2004)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2005), '1번가의 기적'(2007) 등 2000년대 초·중반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았던 임창정 주연 상업 코미디 영화들에 비해 '로마의 휴일'이 거두고 있는 성적은 초라한 수준이다. 역대 출연작 중 최하위권을 찍고 있다 봐도 무방한 정도.
임창정에게 무슨 일이 생긴걸까?
일단 '로마의 휴일'의 가장 문제점은 관객들의 몰입도를 떨어트리는 개연성 부족한 이야기에 있다. 가난한 삼인방이 여러개 총기를 구입해 현금수송차량을 턴다는 설정이나, 경찰의 추격을 받는 속에서 나이트 클럽을 점령하고 100명에 가까운 손님을 인질로 잡아 이를 빌미로 온갖 유치한 요구를 하는 모습이 억지스럽다.
물론 코미디 영화의 성격상 과장이 있을 수 있지만, '로마의 휴일'에는 이 억지스러운 설정을 덮어줄 만한 웃음이 없다. 연기 잘하는 배우들을 데려다 1차원적인 '스테레오 타입' 연기를 요구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과묵한 리더와 욕심많은 행동대장, 어리바리한 사고뭉치 등 범죄 영화에 등장해야할 것만 같은 전형적인 캐릭터들을 내세웠다.
시종일관 인상을 쓴 채 세상을 저주하는 임창정의 캐릭터, 또 그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사연까지 모두 어디서 본듯 구태의연하기만 하다. 관객들은 '임창정의 코미디 영화'라고 하면 으레 기발한 애드리브와 능청스러운 연기, 섬세한 감정 표현 등을 기대하는데 차라리 그런 코미디 캐릭터를 다시 선보이는 것이 이 영화를 통해 관객을 모으는 데는 더 유리했을 것 같다.
사실 '배우 임창정'의 영화 필모그래피는 2010년대 들어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불량남녀'(2010), '사랑이 무서워'(2011)는 그의 이전 작품 속 이미지에 기댄 고만고만한 로맨틱 코미디에 머물렀고, 이미지 변신을 감행한 '공모자들'(2012)을 제외하고는 '창수'(2013)와 '치외법권'(2015) 모두 30만에서 40만 남짓한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실패했다.
'로마의 휴일'이 아쉬움 많은 작품임에도 불구, 13만 관객을 모으는 데 성공한 것은 여전히 90년대와 2000년대를 평정한 '배우 임창정'의 '네임 밸류' 때문이다. 공형진, 정상훈 등 연기 잘하는 배우들의 캐스팅 역시 '임창정 주연'이라는 '타이틀'이 없었다면 어려웠을 터다. 그러나 임창정은 본의 아니게 자신의 이름을 믿고 선택한 관객들을 배신하는 결과를 선보였다.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이제는 조금 더 신중한 작품 선택이 필요한 때다. '믿고 보는' 배우에게 필요한 것은 연기력 만이 아니다.
eujenej@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