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부터 병입까지 전 과정 100% 수작업
-한 평생 아가베 나무 300만 그루 재배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어떤 일이든 자신의 이름을 건다는 것은 굉장히 책임이 막중한 일이다. 자신과 가문의 선대, 후대에까지 영향을 주기때문이다. 여기 자신의 이름을 걸고 오로지 술 하나에 인생을 건 사람들이 있다. 기네스, 조니워커, 스미노프 등 한번쯤 들어본 이 술들은 사실 사람의 이름이다. 누군가에게 ‘인생술’로 칭송받는 명주 중에는 창시자의 이름을 건 술들이 상당히 많다. 이 술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그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수백년 간 이 술이 후대에 이어질 것을 상상이나 했을까. 한 잔의 술을 위해 인생을 건 사람들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본다.
<8>돈 훌리오=전문 감별사들에 의해 세계 최초의 프리미엄 테킬라로 인정받으며 테킬라를 고급 술로 격상시키는 데 공헌한 고급 데킬라의 대명사 ‘돈 훌리오(Don Julio)’는 17살에 데킬라 제조를 시작했던 돈 훌리오 곤잘레스(Don Julio Gonzalez)라는 한 청년의 열정과 혁신을 통해 탄생했다.
15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여의고 가장이 된 돈 훌리오는 테킬라 산업의 가능성을 엿보고 17살에 최고급 테킬라를 생산하기 위해 모든 공정을 직접 운영하기로 결심한다. 그 길로 당시 지역의 재력가였던 아토토닐코(Atotonilco)를 찾아가 2만페소(한화 약 43만원)의 사업자금을 융통 받아 1942년 ‘봄’이라는 의미를 지닌 ‘라 프리마베라(La Primavera)’라는 자체 증류소를 설립하며 당찬 첫 걸음을 내딛는다.
돈훌리오 곤잘레스 [제공=디아지오코리아] |
흔히 선인장으로 잘못 알고 있는 테킬라의 주 재료는 난초과에 속하는 ‘아가베’ 중에서도 블루 아가베(Weber blue agave)다. 블루 아가베는 제조과정만 8~10년이 소요된다. 또한 더 크고 성숙된 아가베를 얻기 위해서는 더 넓은 재배공간과 더 긴 재배시간을 필요로 한다. 돈 훌리오는 단지 수익성을 위해 타협하지 않고 완벽한 테킬라를 탄생시키기 위한 집념으로 최적의 상태로 성숙한 아가베 만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선별해 발효시키고 병 주입공정까지 모든 과정에 직접 매진한다.
테킬라도 위스키와 마찬가지로 원액을 채취하고 두번의 증류 과정을 거친 이후 오크통에서 최대 3년 내외의 숙성 기간을 갖는다. 돈 훌리오는 아즈텍 문명의 전통기법을 사용해 증류과정에서 수액의 쓴맛을 제거했다. 또 숙성기간동안 창고에서 물안개를 뿌리며 일정한 습도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다른 제품과 차별점을 두고, 일관성 있는 품질을 유지하는 그만의 방식을 고안해 낸다.
프리미엄 테킬라를 향한 40여년의 노력 끝에 1983년 돈 훌리오는 마침내 세개의 아가베를 뜻하는 ‘트레스 마게이야스(Tres Magueyes)’라는 이름의 첫 제품을 선보인다. 돈 훌리오는 그 당시 일반적이었던 길고 투박한 형태의 병이 술을 마시며 대화하는 상대방의 얼굴을 가리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낮고 모서리가 둥근 사각형 병 디자인을 고안했다. 술 마시는 분위기까지 세심하게 고려했다는 이야기다. 이 같은 품질에 대한 열정과 헌신으로 탄생한 그의 첫 작품은 40도의 높은 알코올 도수에도 불구하고 깔끔하고 부드러운 목넘김과 아가베 특유의 달콤함을 특징으로 한다.
돈훌리오 아가베 농장 [제공=디아지오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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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1985년 돈 훌리오의 60살 생일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그의 아들들이 ‘돈 훌리오’라는 이름을 붙이기 전까지, 자신의 뜨거운 열정으로 탄생한 테킬라를 주변의 지인들과만 나누어 마셨다고 한다. 비교할 수 없는 부드러움을 가진 테킬라를 그의 생일 자리에서 처음 맛 본 지인들에 의해 점차 세간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그의 테킬라를 찾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1987년 마침내 정식으로 출시된다.
그 당시 테킬라에 30달러 이상 지불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 만큼 테킬라는 고급 술과는 거리가 좀 있는 술이었다. 하지만 돈 훌리오의 일생을 건 대작은 기존 테킬라 제품들과는 구분되는 ‘프리미엄 테킬라’라는 새로운 제품군을 탄생시키며 테킬라 산업 전체의 새로운 기준을 확립했다.
돈 훌리오는 직접 운영하는 아가베 농장의 블루 아가베 100%를 사용해 증류 및 숙성 등 모든 생산과정을 직접 관리해 세계에서 가장 부드러운 테킬라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다양한 칵테일의 재료로 오늘날 바텐더가 가장 선호하는 테킬라 중 하나다.
돈훌리오 제품인 레포사도(왼쪽부터), 블랑코, 아녜호 [제공=디아지오코리아] |
돈 훌리오가 생산되는 ‘할리스코’의 산악지대는 독특한 기후조건과 화산지대의 토양으로 영양과 수분이 풍부해 블루 아가베 재배에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일반 데킬라와는 달리 최적의 상태로 익은 아가베만을 선별해 돈 훌리오의 달콤한 맛을 배가시킨다. 또 아즈텍 문명의 전통기법을 사용해 쓴맛을 제거하고 발효과정이 마무리되면 전통적인 방식의 단식 증류기 7대에서 증류된다.
데킬라는 숙성과정에 따라 블랑코(Blancoㆍ증류 후 바로 병입 또는 두달 미만으로 숙성), 레포사도(Reposadoㆍ1년 미만 숙성), 아녜호(Anejo 1년이상 3년 이하 숙성)로 나뉘는데, 돈 훌리오도 이 세가지 종류로 구분된다.
돈 훌리오는 1999년에는 씨그램(Seagram)사의 투자를 유치하고 아가베 재배지를 확장하기 위해 다른 회사와의 전략적 합작을 시작, 글로벌 프리미엄 테킬라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다. 2003년 종합 주류회사 디아지오에 인수된 뒤 디아지오는 돈 훌리오 사의 지분 50%를 까사 쿠엘보(Casa Cuervo)에 넘겨 합작회사가 된다. 이어 2014년 디아지오는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테킬라 시장에서의 기회를 포착해, 돈 훌리오의 브랜드의 지분 전부를 넘겨받고 테킬라 제품의 포트폴리오를 본격적으로 확장한다.
돈훌리오 대표 칵테일 ‘마르게르타(Margarita)’ [제공=디아지오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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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돈 훌리오는 87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가 한 평생 재배한 아가베가 300만 그루에 달할 만큼 한 평생을 테킬라 산업을 위해 쏟아 부은 그의 업적은 현재까지 국가적 상징으로 남아 보존되고 있다. 현재 멕시코 정부는 테킬라 산업을 위해 테킬라규제위원회(TRC)를 설립하고, 100% 아가베 테킬라 양조를 지원할 뿐만 아니라 증류, 숙성 병입까지의 모든 과정에 엄격한 규제를 두고 있다.
▶테킬라 이야기=스페인어로 ‘격찬’ 혹은 ‘감탄’을 뜻하는 ‘테킬라(Tequila)’는 멕시코의 전통 증류주로 유명하다. 테킬라의 기원은 약 1만년 이상의 고대 멕시코 아즈텍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멕시코 원주민들은 그 당시 아가베 수액을 발효시킨 ‘풀케(pulque)’라고 불리는 전통주를 만들어 마셨다. 아즈텍의 신이 아가베에 천둥번개를 내리쳐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신화로도 알려져 있으며 종교의식에 주로 사용됐다고 전해진다.
이후 스페인에서 들어온 증류기술이 접목되면서 풀케의 증류주 메즈칼(Mezcal)이 제조되기 시작한다. ‘테킬라’라는 이름은 메즈칼 중에서도 ‘테킬라’ 마을을 중심으로 멕시코 정부가 허가한 5개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에 한정해 사용된다. 멕시코인들은 전쟁터에 나가기 전 승리를 기원하는 결의에 찬 순간에,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수확의 기쁨을 느끼는 순간에 이 술을 즐겨 마셨다. 소금을 함께 곁들여 마시는 기원 역시 땀을 많이 흘리고 난 다음 부족한 염분을 채우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한다. 지역 토속주에 불과하던 테킬라는 1960년 전후 유행한 ‘테킬라’라는 재즈음악이 유명세를 타면서 이와 함께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1968년 멕시코 올림픽을 계기로 전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게 됐다.
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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