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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토요정담]6년째 '으르렁' 대는 文ㆍ安의 악연…'되게 하는 힘'과 '안 되게 하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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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ㆍ安, 2012년 이후 6년째 악연…서로 정치행보에 주요 변수

안 대표, 40석 캐스팅보트로 '안 되게 하는 힘' 발휘

문재인 대통령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한때 가까운 사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안 대표는 최근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데 힘을 더 하고 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낙마하는데에는 국민의당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실제 국민의당이 반대할 경우 문 대통령이 추진하는 모든 개혁법안과 예산안까지 ‘올스톱’ 될 수 있다.

문 대통령과 안 대표는 지금까지 서로의 정치 행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특히 안 대표의 존재는 문 대통령에게 ‘되게 하는 힘’과 ‘안 되게 하는 힘’으로 작용했다.

①단초는 웃고 울었던 2012년 대선


두 사람의 구원(舊怨)은 2012년 대선에서 시작한다.

‘안철수 현상’이라는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대선후보로 나섰던 안 대표는 당시 민주통합당(현 민주당의 전신)으로부터 강한 사퇴 압력을 받았다. 박근혜라는 강력한 보수 후보에 맞선 상황에서 진보 진영의 표가 분산된다는 논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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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12년 민주통합당후보 시절 안철수 대표와 함께대전 으능정이 문화거리에서 세 번째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이름의 공동유세를 갖고 있다.박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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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28일 발표된 JTBC-리얼미터의 일일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후보는 42.8%, 문재인 후보 25.9%, 안철수 후보는 25.3%의 지지율을 보였다. 3자 대결을 펼쳐진다면 승산이 없는 게임이었다.

결국 안 대표가 출마를 접었다. 안 대표는 불출마를 선언하며 “문 후보를 조건없이 도와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실제로 4차례에 걸쳐 문재인 당시 후보와 공동 선거운동을 벌였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승리였다.

그리자 민주당에서는 “안철수가 소극적으로 도왔기 때문에 졌다”는 말이 정설로 자리잡혀갔다. 이러한 믿음의 결정적 근거는 대선투표일 당일 안 대표가 미국으로 떠난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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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낙선이 사실상 확정된 시점 당시 구기동 자택에서 나와 당사로 향하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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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발간된 문 대통령의 저서 『1219 끝이 시작이다』에서 문 대통령은 “가장 아쉬웠던 점은 경쟁에 의한 단일화를 이루지 못한 것”이라고 적었다. 이번 대선 직전 발간된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는 “단일화를 해 놓고 미국으로 가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왜 붙잡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제가 안철수 의원이 아니니까 그 이유는 알 수 없죠. 그건 그분의 몫 아니겠습니까”라고 답하기도 했다.

②2015년 겨울 상계동 아파트 복도


2012년 대선 패배 후 문 대통령은 사실상 칩거 생활에 돌입했다. 반면 안 대표는 2014년 3월 김한길 전 의원과 함께 새정치민주연합을 창당해 현 민주당의 공동대표가 됐다. 그러자 ‘친노’ 주류 세력들은 강한 견제를 가했다. 그리고는 7ㆍ30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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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인 2015년 12월13일 새벽 안철수 대표의 서울 노원구 상계1동 자택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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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문 대통령은 이듬해 2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되며 정계복귀에 성공했다. 그러자 이번엔 안 대표 등이 주축이 된 ‘비노’ 세력이 당 지도부를 흔들었다. 서로가 상대에게 ‘안 되게 하는 힘’으로 작용한 결과다.

두 사람의 갈등은 2015년 5월 당 혁신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최고조에 이르렀다. 당시는 4ㆍ29 재보선에서 문 대통령 체제의 새정치연합(민주당의 전신)이 참패한 직후였다.

그해 5월 두 사람은 회동했다. 공식적으로 안 대표에게 혁신위원장을 맡아달라고 부탁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회동 뒤 문 대통령은 “안 의원이 (수락할지) 더 고민하기로 했다. 조국 교수를 추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반면 안 대표는 “혁신위원장을 사양했다. 조 교수도 추천한 게 아니라 ‘언론에 거론되더라’고 한 게 전부”라고 다른 말을 했다.

이를 두고 당시 문희상 의원은 “두 사람의 소통방식은 개와 고양이의 싸움을 보는 것 같다. 소통에 문제가 있는 사람끼리 만나봐야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때부터 나란히 초선 의원이던 두 사람의 갈등을 놓고 ‘양초(兩初)의 난’이라는 말이 생겨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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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대표의 새정치민주연합탈당 기자회견.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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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12월 두 사람은 갈라섰다. 안 대표가 탈당을 결정하면서다.

탈당 발표를 하기 전날밤. 서울 상계동 자택의 문틈에선 “저 굉장히 고지식한 사람입니다. 생각이 다르다고 어떻게 (내게) 새누리당이라고 말하느냐”는 고성이 흘러나왔다. 친노 진영에서 안 대표를 두고 한 비판에 대한 안 대표의 반응이었다. 문 대통령은 밤늦게 상계동 자택에 찾아갔지만, 40여분을 기다린 끝에 겨우 악수만 나누고 돌아섰다.

③다자대결 속 ‘MB 아바타ㆍ갑(甲)철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 속에서 치러진 지난 5월 대선의 승자는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단일화가 최대 화두였던 2012년 대선과 달리 이번엔 4자 대결 구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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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대표가 지난 대선 도보로 다니며 가진 '걸어서 국민 속으로' 유세에서 시민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안 후보의 옆으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선거유세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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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문ㆍ안 두 후보의 동시 출마로 진보진영의 표분산이 올거란 전망이 나왔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안 대표가 오히려 보수정당의 지지층을 흡수했기 때문이다.

안 대표의 지지율은 한때 문 대통령을 위협하기도 했다. 그때 결정적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1일 국민의당이 펴낸 ‘대선평가보고서’에는 안 대표의 결정적 패인을 대선후보 TV토론으로 꼽았다. 보고서는 “안 후보는 TV 토론에서 크게 실패했다”며 “내용도 없는 중도를 표방함으로써 오히려 ‘MB 아바타’라는 이미지를 강화했고, 적폐청산에 반대한다는 이미지, 대북정책과 대외정책에 대해 비판은 하지만 대안은 없다는 이미지를 심어줬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4월 23일 3차 후보토론 때 “제가 MB 아바타인가” “제가 갑(甲)철수입니까” 등의 발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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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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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문 대통령은 ‘MB의 아바타’인지를 묻는 안 대표의 질문에 “아니면 아니라고 본인이 해명해라. 사모님에 대한 의혹도 본인이 해명해라. 나를 걸고 넘어가지 말라”고 답했다. 안 대표는 “그럼 내가 ‘MB 아바타’가 아니라고 인정해주는 거냐”고 재차 물었다. 문 대통령은 “그렇다고 해라. 다만 나는 그렇게(아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를 지켜보던 홍준표 대표는 “이게 지금 초등학생들의 감정싸움인지 대통령 후보 토론인지 알 길이 없다. 안타깝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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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과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국회 로텐더홀에서 제19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치고 국회를 떠나며 환영하는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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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했던 현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당시 토론에서 자신이 MB의 아바타가 아니라고 문 대통령에게 확인해달라는 듯한 안 대표의 발언이 승부를 완전히 갈랐다”라며 “TV토론 등에서 보였던 안 대표의 결정적 실기가 모여 문재인 대통령을 당선시킨 중요한 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④안 대표의 두번째 ‘안 되게 하는 힘’


청와대는 현재 안보 위기 상황에 인사 참사까지 겹치면서 정부 첫해 최대 위기 상황에 빠질 가능성에 직면해 있다. 그리고 원재 40석을 가진 안 대표가 정부가 추진하려는 모든 사안에 대해 반대할 경우 사실상 ‘식물 정부’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내년 지방선거까지 야당이 모든 사안에 반대해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게 할 경우 여당은 ‘야당 심판론’으로 선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며 “만약 그런 상황이 올 경우 이유와 명분을 떠나 여당의 무능론이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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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안철수 대표가 TV 토론회에 참석해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이 토론회에는 홍준표 자유한국당·유승민 바른정당·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참석했다. 생방송 된 이날 토론은 사전 원고 없는 ‘스탠딩 토론’으로 진행됐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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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예산과 법안이야 선진화법이 있으니까 국회에서 ‘누더기’가 되더라도 어렵게 통과는 시킬 수 있겠지만, 일을 해야할 ‘인사’를 잡고 늘어지면 쉽지 않은 상황이 될 수 있다”며 “정치적인 모험을 할 수밖에 없는 안 대표에게는 최소한 ‘문재인 정부가 잘 되지 않도록 하는 힘’이 있는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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