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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남은 노후도, 세상 떠난 후에도…걱정 말아요,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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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재테크]유언장 작성없이도 재산 상속 가능한 유언대용신탁 인기…치매신탁·펫신탁 등 틈새상품도 출시 ]

#2009년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이 돌연 사망하자 막대한 규모의 유산을 두고 가족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그는 생전 어머니와 3명의 자녀 그리고 자선단체 앞으로 상속·증여 신탁 상품에 가입해 우려를 불식시켰다. 신탁계약을 통해 그는 자녀들의 경우 33세에 유산의 절반을, 나머지 반은 40세에 받도록 구조를 설계해 안정적인 유산 상속이 가능했다.

#마이클 잭슨의 유일한 라이벌로 여겨졌던 프린스도 지난해 갑자기 사망했다. 현금, 부동산, 저작권 수입 등 300억 달러가 넘는 유산을 남긴 프린스는 두 차례 이혼을 했고 자식이 없었다. 그는 생전에 상속 계획을 마련해두지 않아 형제간에 치열한 다툼이 벌어졌다. 심지어 장례식장에서도 고성이 오갈 정도였다. 유산 중 절반 이상이 그가 살았던 미네소타주의 최고 상속세율(16%)과 연방정부 상속세(40%)를 통해 정부로 넘어갔다.

국내에서도 부모의 재산을 둘러싼 분쟁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추석이 다가오고 있지만 자녀, 친척들과 한자리에 모이는 게 마냥 달갑지 않은 부모들도 늘고 있다. 모두가 웃으며 얘기를 하다가도 유산 이야기만 나오면 냉랭해지는 분위기 때문이다.

자신이 죽고 난 후 자식들이 재산을 가지고 싸우면 어떻게 할지, 혹시 치매에 걸리면 재산 관리는 누가 할지가 걱정이다. 하지만 사전에 증여를 하자니 자식들이 재산을 모두 까먹진 않을지, 자신이 찬밥 신세가 되진 않을지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는 금융 상품이 바로 신탁이다. 신탁이란 한자어 그대로 신뢰할 수 있는 금융회사에 재산을 맡기고 관리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즉, 신탁상품에 가입한 고객은 자신의 재산이나 운용 수익을 받을 수 있는 수익자를 지정할 수 있다. 따라서 신탁상품을 잘 활용하면 가족간 재산 다툼도 막고 자신의 노후도 준비할 수 있다.

◇웰다잉의 시작은 '신탁'… 유언대용신탁 인기 = 해외에서는 이미 웰다잉(well-dying) 열풍과 함께 신탁이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2011년 신탁법 개정 이후부터 본격화되고 있다.

신탁 상품 중 가장 대표적인 게 '유언대용신탁'이다. 고객의 재산을 생전에는 금융사가 관리하며 본인에게 이익금을 지급하다가 사후에는 미리 정한 수익자에게 계약 내용에 따라 재산을 상속하는 상품이다.

유언장을 작성하지 않아도 신탁계약만으로 재산을 상속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특히 상속재산을 배우자와 직계자녀에게만 상속할 수 있던 일반적인 유언장과 달리 손자 등으로 범위를 넓힐 수 있다.

재산을 물려받은 수익자가 재산을 한 번에 탕진할 가능성도 막을 수 있다. 재산을 수차례로 나눠 지급한다거나 특정기간까지 재산을 처분할 수 없도록 하는 안전장치를 걸어둘 수 있어서다. 같은 방식으로 증권 신탁도 가능하다.

부동산을 맡길 경우엔 금융기관이 일정한 수수료를 받으면서 건물 관리와 리모델링, 시공, 임대 등을 대행하고 건물 주인은 임대 수익만 챙길 수도 있다. 건물주가 사망할 경우 계약서에 명시된 자녀에게 상속되며 미성년자 자녀가 수익자일 경우 일정 기간 금융기관이 관리하다 성인이 된 후 상속받도록 할 수도 있다.

NH투자증권은 '100세 시대 대대손손신탁'이라는 유언대용신탁을 판매하고 있다. 최소가입 금액은 부동산 10억원 이상, 부동산 외에는 5억원 이상(금전 수탁은 1억원 이상)을 맡겨야 한다. 미래에셋대우의 '상속신탁'은 연금형·맞춤형으로 설계할 수 있다.

최근 신영증권도 '패밀리 헤리티지 서비스'를 통해 유언대용신탁을 선보였고 이밖에 하나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도 유언대용상품을 판매 중이다. 대신증권은 올해 초 관련 부수 업무 신청을 한 후 현재 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미성년·장애인 위한 신탁부터 치매까지 대비=미성년이거나 장애인 자녀 등 남은 가족을 배려한 신탁도 있다.

가족 배려 신탁은 본인이 사망했을 때 남은 가족들이 부담 없이 장례를 치르고 세금, 채무 상환, 유산 정리 등 사후에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으로 KEB하나은행 등이 출시했다.

나이가 어린 자녀에게 안정적으로 생활비를 공급할 수 있는 미성년후견신탁을 비롯해 재산관리가 어려운 장애인 자녀에게 안정적인 생활비를 지급하는 장애인특별부양신탁 등도 은행, 증권사, 보험사에서 가입할 수 있다.

이밖에 고객이 금융사에 돈을 맡긴 후 치매가 발병해 정상적인 의사 판단이 어려워졌을 때 후견인에게 치료비와 요양 자금을 정기적으로 제공하도록 설계한 치매 신탁도 있다.

최근 반려동물 인구가 증가하면서 반려동물을 위한 신탁도 등장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고객이 사망하면 반려동물(개·고양이)의 새 부양자에게 사전에 맡긴 자금을 지급하는 ‘KB펫신탁’을 출시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신탁은 생전에는 자신을 위해 재산을 사용하고 사후 신탁 계약에 따라 상속하는 상품"이라며 "고객이 원하는 방식으로 간편하게 가족들에게 재산을 물려줄 수 있고 제3자 또는 또 다른 친족으로부터 노후 재산을 보호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여신탁 활용하면 증여세 절세도 가능 = 가입자 본인이 살아있을 때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할 수 있는 증여신탁 상품도 있다.

상속·증여는 최고세율이 50%에 달할 정도로 다른 세금에 비해 세율이 높아 부담이 크다. 하지만 신탁을 활용하면 적은 금액이라도 세금을 아낄 수 있다.

증여 신탁은 부모가 일시에 목돈을 맡기면 금융기관이 이를 국채나 지방채 등에 투자해 6개월에 한 번씩 자녀에게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는 식이다.

일반적인 증여방식으로 자녀에게 10억원을 물려줄 경우 증여세는 2억900만원이 나온다. 하지만 증여신탁에 가입해 10억원을 매년 1억원씩 10년에 걸쳐 증여하면 미래에 증여할 현금을 현재 시점에서 3% 할인 평가해 증여세가 10% 정도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은행, 보험사를 비롯해 증권사도 비교적 안전한 자산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NH투자증권 '아껴주는증여신탁'과 미래에셋대우 '미래에셋대우 절세증여신탁', 신한금융투자 '신한명품행복Dream증여신탁', 삼성증권 '삼성헤리티지신탁' 등이 판매 중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고 실업률 증가가 사회 문제화되면서 상속 관련 분쟁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며 "부모뿐만 아니라 후손까지 대를 이어 행복하기 위해서는 전문가를 통한 철저한 증여, 상속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진경진 기자 jkjin@mt.co.kr, 한은정 기자 rosehan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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