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가상 국가를 敵 삼아 작전… 핵탑재 되는 미사일 동원한 듯
푸틴은 방어 차원이라지만 과거 훈련하는 척 우크라 점령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14일(현지 시각) 발트해 연안의 러시아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 일대에서 6일간의 대규모 연합 군사 훈련에 들어갔다. 러시아는 이번 훈련에 대해 방어 훈련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발트 3국인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은 실제 군사 도발을 해올 가능성을 우려하며 긴장하고 있다.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할 당시에도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대규모 군사 훈련을 가장해 실제 침공을 준비한 적이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이날 칼리닌그라드 일대 6개 훈련장에서 연합 군사훈련 '자파드 2017'을 시작했다. 자파드는 양국이 4년마다 실시하는 정례 훈련으로, 러시아 국방부는 "병력 1만2700명과 탱크 250대, 전투기 70대가 동원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나토는 이번 훈련 참가 병력이 냉전 이후 최대 규모인 1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가 군사 훈련에 병력 1만3000명 이상을 동원할 경우 국제 협약에 따라 나토의 감시단 파견을 허용해야 하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병력 규모를 축소해 발표했다는 것이다. 나토 측은 "핵 탑재가 가능한 탄도미사일 훈련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베이시노리야(Veishnoriya) 등 3개의 가상 국가를 공격 목표로 설정해 이들을 공격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발트 3국과 폴란드 등은 가상 국가가 사실상 자국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고 긴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러시아는 2008년 조지아 침공과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침공 때도 대규모 군사훈련인 척 위장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2008년 7월 말 조지아와의 국경 지대인 캅카스에서 군사훈련을 마치고 며칠 뒤 조지아를 침공했다. 2014년에는 훈련을 빙자해 우크라이나 동쪽 지방으로 병력을 집결시킨 뒤, 크림반도의 주요 시설 점령에 나섰다.
나토와 발트해 연안 국가들은 이번 훈련을 계기로 러시아가 벨라루스에 군대를 영구 주둔시킬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라이문더스 카를로블리스 리투아니아 국방장관은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우리는 침착할 수 없다"며 "우리 영토 옆에 대규모 외국 군대가 있는 긴박한 상황"이라고 했다.
나토와 동맹 관계인 스웨덴도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해 지난 11일부터 23년 만에 최대 규모 군사훈련에 나섰다. 발트해 군사 거점인 고틀란드섬이 공격당할 경우를 가정한 훈련으로, 미군 1000명도 참여하고 있다.
[헬싱키=정경화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