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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월드 톡톡] "먹을 빵이 없으면 토끼 키워 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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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식량난 황당 대책

시민들 "대통령 제정신 맞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지난 13일(현지 시각) 국영TV에 출연해 극심한 식량난에 맞서 각 가정마다 토끼를 길러 잡아먹을 것을 권고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단백질이 풍부하고 번식력이 뛰어난 토끼야말로 굶주린 서민들의 영양 공급원으로 제격이라는 것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과 (국내) 기득권층이 벌이는 '경제 전쟁'에 공격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라고도 했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갖고 있지만, 경제난과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다. 석유 수출 의존도가 높았던 베네수엘라는 저유가 시대로 접어들며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물가는 7배 넘게 뛰었고 식량과 생필품 부족이 심각하다. 국민들이 먹을 것을 찾아 쓰레기통을 뒤지고 동물원의 동물까지 훔쳐갈 정도이다. 베네수엘라 대학 조사에 따르면 75%의 국민이 한 달 13달러의 최저임금으로 생활하는데, 소고기 1㎏ 가격이 2달러다. CNN은 식량난의 원인에 대해 "차베스 전 대통령이 농지와 기업을 국유화하면서 식량 자주권을 잃은 탓이 크다"고 했다.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마두로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을 '문화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유럽과 달리 남미에선 토끼를 식용으로 소비하는 일이 드물다. 토끼에 이름을 붙이고 침대에서 같이 자는 등 애완용으로 키우는 경우가 많다.

야권 지도자인 엔리케 카프릴레스는 이날 트위터에서 "국민의 배고픔을 (경제 구조 개선이 아닌) 토끼로 해결하려 하다니 대통령은 제정신이냐"고 했다.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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