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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만물상] 새마을운동 지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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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르완다 수도 키갈리 외곽 무심바 마을은 황무지뿐인 빈촌이었다. 이곳에 2011년부터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마을 주민들은 한국에서 온 새마을 봉사단과 함께 황무지를 개간해 논을 만들었다. 3년 만에 18만㎡의 논이 생겼다. 수확한 쌀은 주민 소득을 2배로 늘렸다.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은 2015년 유엔 총회에서 "한국의 새마을운동은 르완다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에도 영감(靈感)을 주고 있다"고 했다.

▶제프리 삭스 미 컬럼비아대 교수가 2015년 11월 '지구촌 새마을 지도자 대회' 참석차 방한했다. 저명한 경제학자인 그는 "새마을운동의 '캔 두(can do·할 수 있다)' 정신이 있다면 세계 절대 빈곤을 종식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삭스 교수는 "한국은 절대 빈곤을 겪은 지 50년 만에 빈곤 종식이란 위업을 달성했다"고도 했다.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발돋움한 한국에 대한 평가였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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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 등 전 세계 개발도상국에서 새마을운동을 배우러 한국을 찾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만 38개국이 경기도 성남에 있는 새마을운동중앙연수원을 찾아 교육을 받았다. 주로 각 나라의 공무원 또는 마을 단위 지도자들이라고 한다. 학생들도 있다. 지금까지 누적 인원을 따지면 6만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새마을운동중앙회 홈페이지에는 새마을운동을 배운 외국인들의 소감문이 올라와 있다. 올리베이라 앙골라 국가보훈부 농업부장은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발전을 이루고자 했던 한국 사람들의 용기와 노력을 배웠다"고 썼다. 키르기스스탄에서 온 라술씨는 "나 혼자만이 아니라 다 함께 잘사는 정신을 깨달았다"고 적었다. 우간다의 아키로르씨는 "지역사회를 발전시킬 새로운 에너지와 노하우를 습득하고 돌아간다"고 했다. 투박한 글 속에선 하나같이 진심이 묻어났다.

▶정부의 개도국 지원 업무를 하는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가 내년부터 해외에서 새마을운동과 관련한 ODA(공적개발원조) 신규 사업을 추진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한다. 기존의 26개 사업도 10개로 재편하고 사업 명칭에서 아예 '새마을'을 삭제한다고 한다. 전 정권 지우기를 한다고 해도 이런 우리 브랜드까지 없애나. 근면·자조·협동은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위대한 정신적 유산이다. 새마을운동 해외 보급은 '물고기'를 주는 게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준다는 점에서 국제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었다고 땅에 묻으려 한다. 아무리 박정희가 이룬 모든 걸 역사에서 지우려 한다 해도 이건 너무하는 것이다.

[정녹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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