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6 (토)

[Why] 업체마다 다른 단풍 예보, 이젠 영상 촬영해 살펴볼 수 있다는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민간업체들 예보 제각각

기온·강수량 등 자료값 보정 과정에서 편차 발생

단풍 개봉박두다. 올해 첫 단풍은 평년보다 1~3일쯤 늦게 올 것이라고 민간 기상 업체 케이웨더가 지난 8일 예보했다. 첫 단풍이란 산 전체를 볼 때 정상에서부터 20%가량 단풍이 든 시점을 가리킨다. 케이웨더는 설악산 첫 단풍을 9월 27일로 못 박았다. 그런데 다른 기상 업체 웨더아이는 "올해 첫 단풍은 설악산 9월 29일을 시작으로 평년보다 2~5일 더디 올 것"이라고 다르게 전망했다.

왜 제각각일까. 기상청은 지난해부터 단풍 예보를 민간에 위탁했다. 케이웨더 이재정 예보팀장은 "기온이 단풍 시기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데 업체마다 기온을 장기 예보하는 관점이 조금씩 다르다"고 말했다. 박경원 웨더아이 예보실장은 "기온과 강수량 등 자료값을 입력한 뒤 지역 특색에 따라 보정하는 과정에서도 예보에 편차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조선일보

설악산 미시령에 설치된 자동 영상 장비가 찍은 지난해 10월 10일(왼쪽)과 11월 9일의 단풍. 매일 4회 촬영해 단풍의 시작과 변화를 실시간 관찰한다. 왼쪽 사진에서는 정상부에만 단풍이 보이고 오른쪽 사진에선 산 아래까지 완전히 물든 절정의 모습이다. / 국립공원연구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7일까지 9월 상순 기온(20.9도)은 평년(22.7도)보다 낮았다. 케이웨더는 9월 중·하순과 10월은 기온이 예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단풍은 하루 20~25㎞ 속도로 남하하는데, 기온이 높을수록 더뎌진다. 케이웨더는 첫 단풍을 중부지방 10월 17일쯤, 지리산과 남부지방은 10월 11일과 31일 사이로 전망했다.

더 정확하고 과학적인 방법이 없을까. 국립공원연구원은 2015년 설악산 미시령 옛길(해발 350m)과 지리산 천은사길(650m)에 자동 영상 장비(하루 4회 촬영)를 설치해 이미지를 무선으로 전송받고 있다. 해발 400~700m, 700~1000m, 1000~1300m로 구분해 따로 찍는다. 녹색 잎에 단풍이 들면서 적색 계통으로 변하는 과정을 세밀하게 살필 수 있다. 국립공원연구원 조사연구부 김윤영 박사는 "RGB(적색·녹색·청색) 분석 프로그램으로 영상 속 색깔을 정량 분석해 적색 화소 비율이 50% 넘는 시점을 단풍 시작일로 본다"며 "기후변화에 따른 생물계절 연구는 장기간에 걸쳐 객관적인 자료를 축적하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최근 10년간 9~10월 평균기온은 1990년대에 비해 각각 0.7도, 0.8도 올라갔다. 산 전체의 80%가 물드는 단풍 절정 시기도 늦춰지고 있다. 1990년대와 견주면 설악산은 2일, 내장산 4일, 지리산은 5일쯤 단풍이 더디 온다는 분석이다.

단풍 모니터링에서 주인공은 신갈나무다. 참나뭇과에 속한 신갈나무는 한국 전역에서 자라는 대표적 활엽수종이라서 비교 관찰하기에 적합하다. 자동 영상 장비는 올해 소백산과 내장산에도 설치된다. 김윤영 박사는 "생물계절 관찰은 지상에서 하는 직접적 관측이기 때문에 5년 이상 자료가 축적되면 고도에 따른 단풍 예측도 가능해진다"며 "단풍 예보의 정확도를 높이거나 검증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등산객은 올가을부터 국립공원 자동 영상 장비가 촬영한 단풍 사진을 볼 수 있다. 강원지방기상청은 국립공원연구원과 협업해 설악산·오대산·치악산·태백산에 대한 단풍 실황 정보 서비스를 오는 22일 시작한다. 강원지방기상청과 각 국립공원사무소, 강원도청 등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강원지방기상청은 "강원도 국립공원을 찾는 단풍 탐방객 약 250만명이 정확한 실황을 알고 일정을 잡을 수 있도록 일주일에 한두 번씩 업데이트할 것"이라고 밝혔다. 설악산의 경우 백담사~소청대피소, 설악동~비선대~대청봉 등 코스별로 단풍 실황 정보를 알려준다.

[박돈규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