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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날씨 이야기]노아의 방주와 허리케인 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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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장석환 아시아하천복원네트워크 의장


기원전 30세기 구약성서 창세기에 의하면 하늘은 40일간의 홍수를 통해 인간의 타락을 벌했다. 하느님의 뜻에 따라 노아는 방주를 만들어 탈출했다. 문헌상 방주의 크기는 길이 약 135m, 폭 약 23m, 높이 약 14m의 삼 층 구조다. 요즘 공학적 수식으로 얼추 계산해 보면 이 정도 규모의 배가 뜨려면 흘수심(배 밑바닥부터 수면에 닿는 부분까지의 높이)이 최소 2.5m가 넘는 홍수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원래 방주의 무대인 메소포타미아 지방은 저지대로 항상 홍수의 위험에 노출된 곳이다. 여기는 거의 매년 홍수가 찾아왔고, 때로는 그 당시에 보지 못한 엄청난 규모의 자연재해가 발생하기도 했을 것으로 보인다.

8월 말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을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Harvey)’가 퍼부은 일주일간의 폭우는 우리나라 1년 강수량과 맞먹는 1320mm이다. 위스콘신 우주과학공학센터는 “현대적인 관측이 시작되기 이전의 자료를 검토해도 이만한 규모는 나타나지 않는다”고 발표했을 정도다. 센터 측은 “약 1000년에 한 번 나올 수 있는 강수량”이라는 분석까지 내놨다. 이는 노아의 홍수 때보다 강도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하비가 지나간 후 9월에 연이어 ‘어마(Irma)’가 카리브해를 통과해 미국 플로리다에 상륙했다. 플로리다 주정부는 주민 630만 명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미 기상청은 “어마는 역사에 남을 만한 허리케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어마로 인한 피해액이 2000억 달러(약 226조 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많은 기상학자들은 태풍이나 허리케인 같은 열대폭풍의 강도가 이번 세기 말까지 2∼11% 정도 더 세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는다. 열대폭풍의 발생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는 바닷물 표층의 온도, 해수면 상승, 해류 순환 등이 꼽힌다. 이들은 서로 복합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기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열대폭풍의 강도 증가가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의 영향인지, 아니면 자연적인 변동인지를 구분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기후변화의 영향이 크다는 것이 정설이다.

6월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5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공식 발표했다. 파리기후변화협약은 지구의 온도 증가를 1.5도 이하로 억제하고 개도국 선진국 모두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도 2030년까지 온실가스 37% 감축 이행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기후변화’라는 용어 자체를 쓰지 않고 있다. 기후변화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해 일자리 수를 늘릴 수 있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트럼프 정부에 보란 듯이 허리케인 하비와 어마가 미국을 강타해 사상 초유의 자연재앙을 안겼다. 과연 이 상황을 지켜본 트럼프 대통령이 기후변화와 자연재해의 위험성을 인정하고 ‘노아의 방주’처럼 미리 재앙에 대비할지, 지금처럼 기후변화 예산으로 다른 일자리 창출에 열을 올릴지 궁금하다.

장석환 아시아하천복원네트워크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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