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부동산 대책 충격이 적어도 1년은 간다. 내 집 장만에 나선 실수요자라면 내년 상반기를 노려라."
'2017 대한민국 부동산 트렌드쇼'에서 재테크 관련 세미나를 진행한 부동산 전문가들 조언이다. 조선일보 주최로 4회째를 맞은 부동산 트렌드쇼가 1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장(SETEC)에서 막을 올렸다. 8000여 명이 몰린 이날 행사에서 화제는 단연 '8·2 부동산 대책 이후 시장 전망'이었다. 정부 부동산 정책 방향이 적절한가, 어떤 후속 조치가 필요한가, 앞으로 시장은 어떻게 변할까 등을 놓고 국내 부동산 고수들이 열띤 토론과 강연을 펼쳤다.
◇"앞으로 1년이 서울서 내 집 마련 기회"
'8·2 대책 효과'를 집중 분석한 '앙케이트쇼' 코너에서는 전문가 19명 설문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과반(10명)이 "대책 충격이 최소 1년은 이어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에 따른 '내 집 마련 적기(適期)'로는 서울 인기 지역을 기준으로 52%가 '내년 상반기까지'를 골랐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봄이면 양도소득 중과세를 피하기 위한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시장에 나올 전망"이라며 "이때가 실수요자에게 기회"라고 설명했다. 김광석 리얼투데이 이사는 "그동안 집값 등락은 서울 강남에서 강북으로, 다음은 수도권 지역으로 수개월 시차를 두고 나타난 것을 감안하라"고 조언했다.
전문가 19명 중 13명이 '경기도는 최소 2~3년 이상 내림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대량 입주가 시작되면서 전세 시세가 먼저 내려가고 뒤따라 가격이 하락한 뒤 침체가 한동안 지속할 것"이라며 "팔 거면 빨리 팔고, 아니면 장기전에 대비하라"고 말했다.
◇"등록 임대사업자 과거 소득 '비과세'해야"
투자 전문가들은 강연을 통해 주택 마련을 위한 구체적인 조언에 나섰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도시 재생 사업이 본격화하면 대단지 아파트 희소성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수익형 부동산 강연을 맡은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대학가·오피스·아파트·역 주변 상권 또는 '문화가 있는 상권' 중 중복 조건을 갖춘 곳에 투자해야 한다"며 대표적인 곳으로 서울 홍대 앞과 강남역 상권을 추천했다.
1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장(SETEC)에서 열린‘2017 대한민국 부동산 트렌드쇼’를 찾은 참관객들이 부동산 전문가들의 세미나를 듣고 있다. 트렌드쇼에서는 부동산 정책·재테크·투자 유망 지역 등 다양한 주제의 강연이 열렸다. /김연정 객원기자 |
'정책 세미나' 코너에서는 8·2 대책에 대한 비판과 제언이 나왔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는 "2008년 전고점과 비교하면 서울 집값은 0.86%, 그중 강남은 0.09% 오른 상황에서 불필요한 규제가 나온 것"이라며 "이번 대책으로 부동산 경기가 위축, 장기적으로 국가 경제에 부담이 되고, 도리어 서민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이문기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매매 시장은 빠르게 안정세로 전환했고, 전·월세 가격은 안정적이며, 거래량 감소는 소폭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다주택자가 서울에서만 20만 가구에 집을 빌려주는 '건전한 공급자'라는 측면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그동안 임대소득에 대해서는 정부가 '비과세'를 보장하는 등 획기적 인센티브를 제공해 이들을 양지로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강연장마다 '노쇼' 좌석 노린 대기 행렬
행사장 입구에는 개막 1시간 전부터 입장 대기 행렬이 길게 늘어졌다. 대부분 강연은 예약제로 참석자를 받았지만, 관람객들은 '노쇼(No Show·예약부도)'에 따른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세미나장에 길게 줄을 섰다. 총 700개 넘는 좌석이 강연마다 가득 찼고, 바닥과 통로에 앉거나 세미나장 입구에서 까치발로 강연을 듣는 사람이 많았다.
서울과 경기도에 집 4채를 보유한 윤지혜(48)씨는 "정부 방침으로 다주택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며 "집 2~3채를 처분해 30억~50억원대 꼬마 빌딩으로 갈아타려는데 오늘 세미나를 들은 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충북 제천에서 친구들과 함께 올라온 대학교 4학년 장희영(24)씨는 "부동산 개발·시행사에 취업하고 싶어서 부동산 관련 공부를 하는 중인데, 평소 신문 등을 통해 접했던 부동산 대책의 영향 등을 본격적으로 파악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금상수 세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아무리 강력히 규제를 내놓아도 저금리와 고령화로 인해 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심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상진 기자(jhin@chosun.com);이미지 기자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