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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사설] 北 미사일에 무시당한 전술핵 반대와 인도적 지원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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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5일 아침 북태평양 해상을 향해 또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을 감행했다. 정상 각도로 쏜 탄도미사일 중 가장 긴 거리인 3700㎞를 날렸는데 미국령 괌 타격 능력을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 중거리탄도미사일을 쏘아올린 지 17일 만에 사거리를 1000여 ㎞ 늘리며 한 단계 높은 기술을 보여줬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바로 소집했고 군은 동해상으로 현무-2 탄도미사일 실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한미 군당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면밀히 감시해와 이 같은 즉각 대응 태세가 갖춰졌다고 한다.

하지만 북한의 이번 도발이 정부의 대북 인도 지원 검토 발표와 문 대통령의 전술핵 재도입 불가 발언 직후라는 점에서 우리가 철저하게 무시당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통일부는 그제 유니세프와 세계식량계획(WFP)의 북한 모자보건사업에 800만달러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지난해 초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중단시킨 인도 지원을 정치적 상황에 관계없이 하겠다는데 막무가내식으로 폭주하는 북한을 보면 언제까지 이런 엇박자를 계속할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은 같은 날 미국 CNN과 인터뷰를 통해 우리의 자체 핵개발이나 전술핵 도입에 선을 분명히 그었다. 도발을 멈추지 않는 북한을 압박할 전략적 레버리지로 활용할 수 있는 카드를 공개적으로 내려버렸으니 이 역시 북한에 조롱당하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한다.

지금까지 전개를 보면 북한의 6차 핵실험과 잇단 미사일 발사는 중장기 로드맵 아래 진행하는 것으로 읽힌다. 이런 추세라면 다음달 10일 노동당 창건기념일 즈음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쏘면서 핵과 미사일의 완성된 기술을 보여줄 개연성도 높아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제야 어제 NSC에서 이런 상황에서는 북한과 대화가 불가능하다며 우리에게는 북 도발 시 재기 불능으로 만들 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젠 북한의 돈줄과 목줄을 조일 실효적인 조치에 더 이상 주저해서는 안 된다.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해 대북 원유 공급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 미국이 만지작거리고만 있는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당사자 제재)도 즉각 실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의 대북 정책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 더 이상 막연한 대화론에 연연할 때가 아님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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