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모두를 대표… 다문화주의 실현 자랑스러워”

싱가포르 첫 여성 대통령 할리마 / 홀로 적격 판정… 무투표 당선 / 유리천장 깨고 첫 여성국회의장 / 말레이계로 ‘대통령 할당제’ 혜택 / “인종·종교 등 초월 국민 위할 것”

“비록 특정 인종집단에 출마 자격을 준 선거지만, 나는 인종·언어·종교·신념을 초월한 모두의 대통령이다.”

13일(현지시간) 싱가포르의 첫 여성 대통령에 선출된 할리마 야콥(63) 당선인은 “나는 모두를 대표하며, 나의 임무는 오직 싱가포르와 싱가포르 국민을 향한다”며 소감을 밝혔다.

13일 싱가포르 첫 여성 대통령에 선출된 할리마 야콥 당선인이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싱가포르=신화연합뉴스

싱가포르 대통령선거위원회(PEC)는 최근 대통령 후보 심사 결과 할리마 당선인만 ‘적격하다’고 판단했고, 이날 후보등록 절차가 끝나자 “할리마 야콥이 유일한 후보이며, 동시에 무투표로 싱가포르의 차기 당선인으로 확정됐다”고 선언했다. 총리실도 성명을 통해 싱가포르 제8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할리마 당선인은 14일 오후 6시 이스타나궁에서 취임식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2013년 ‘유리천장’을 깨고 첫 여성 국회의장에 오른 할리마는 취임과 동시에 싱가포르 헌정사상 첫 여성 대통령으로 기록된다.

할리마는 소수인종 배려를 위해 의회가 도입한 ‘대통령 할당제’의 첫 혜택을 봤다. 싱가포르는 1991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특정 인종집단이 대선을 좌지우지하고 소수인종이 대통령직에서 배제되자, 최근 5차례 임기(또는 30년) 동안 대통령을 배출하지 못한 소수인종 그룹에 대통령 후보 단독 입후보 자격을 부여하도록 헌법을 고쳤다. 첫 혜택이 말레이계에 부여됐다.

할리마 당선인은 새 헌법에 대해 “우리 사회가 다문화주의, 다인종주의를 실현한다는 것은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라며 “이번 선거는 다인종주의가 말뿐이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는 성(性) 다양성을 구호로만 외치지 않고 실천함으로써 형식주의에 머무르지 않았다”며 “여성들도 누구나 용기를 갖고 노력하면 최고위직에 오를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법학을 전공한 할리마 당선인은 노동법 전문가로 활동했으며, 2001년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2011년 총선 이후 지역공동체, 청소년스포츠, 사회가족 담당 국무장관을 지냈고 2015년 여당인 인민행동당(PAP) 중앙집행위원이 됐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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