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 득표자도 떨어질 수 있는 복잡한 방식
선거인단은 538명…과반인 ‘270’이 ‘매직넘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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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 득표자도 떨어질 수 있다
미국은 각 주(州)에서 직접 투표로 선거인단을 먼저 선출한 뒤 그 선거인단이 민의(民意)를 대변해 대통령을 뽑는 간선제다. 미국은 50주와 수도 워싱턴DC(컬럼비아 특구)로 구성된 연방국가다. 각각의 주가 중앙정부 산하지만 독립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선거 제도에 각주의 독자성을 반영해 놓았기 때문에 복잡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위싱턴포스트는 미국 선거제도를 “너무 복잡하고 혼란스럽다”고 평한다. 미국 언론도 이해하기 힘든 것이 미국 대선이다.
과거 미국 대선에선 전체 득표수가 적은 후보가 승리한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다. 2016년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전체 득표에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를 약 300만표 앞서고 패했다. 일단 최다 득표자가 각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 전원을 가져가는 승자 독식 방식이 문제다.
선거인단 숫자는 총 538명이다. 전체 상원의원 수 100명, 인구에 비례한 하원의원 수 435명, 특구인 워싱턴DC에 배정된 3까지 모두 합한 것이다. 메인·네브래스카주 2곳을 제외한 48주와 워싱턴DC는 득표율이 높은 후보가 각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을 싹쓸이해가는 ‘승자독식제’ 방식이다. 총 538명 중 과반인 270명 이상을 확보하면 승리다. ‘매직 넘버’는 270명이다. 11월 5일 개표 방송 내내 앵커와 기자들이 이 숫자를 언급하며 개표 결과를 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주별 선거인단 숫자가 다르다. 각 주의 선거인단 수는 연방 상원 의원 2명과 인구 비례에 맞춰 할당된 하원 의원을 합해 정한다. 인구가 약 3900만명인 캘리포니아가 54명으로 가장 많다. 인구가 적은 알래스카는 선거인단이 3명이다. 이론적으로는 상위 10여 주에서만 승리하면 나머지 결과와 상관없이 승리를 거머쥔다.
선거 당일 국민 투표를 거쳐 당선자가 곧바로 결정되는 한국과 달리 주별로 선거인단을 통해 대통령 후보에게 투표하는 간접선거 제도를 갖고 있다. 그러니까 11월 5일 북동부에서 시작해 서부 알래스카주까지 24시간 동안 치러지는 선거는 엄밀히 따지면 후보에게 투표할 선거인단(The Electoral College)을 뽑는 선거. 선거인단이 ‘12월 두 번째 수요일의 다음 주 월요일’에 모여 유권자의 뜻을 담아 차기 대통령을 선출한다. 명목상 요식행위지만 이게 진짜 대통령 선거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 버틀러 유세에서 총격을 당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단상에서 내려오며 주먹을 머리 위로 쥐어 보이고 있다. 이 사진은 2021년 퓰리처상을 받은 에번 부치 AP 기자가 촬영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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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마다 다른 대선 방식
주별로 선거방식이 다르다. 50개 주라 50개 방식이 있다고 할 정도다. 헌법이 각 주에 권한을 일임하고 있어 후보 선출과 등록, 투표 방법과 시점, 개표 방식 등이 주마다 다르다. 규칙은 주 의회가 정하기 나름이다. 경선 방식도 당원들이 모여 토론한 뒤 중지를 모으는 ‘코커스’, 일반 유권자도 자유롭게 참여해 투표할 수 있는 ‘프라이머리’가 있다.
코커스(Caucus·당원대회)는 아메리칸 원주민 알곤킨족 언어로, 추장 회의를 뜻한다. 특정 정당에 등록된 사람들이 체육관이나 학교 등 주 전역에 마련된 여러 장소에 모여 토론 후 지지할 후보를 선출한다. 프라이머리(Primary·예비선거)는 주 정부가 설치한 투표소가 있고 거기서 투표한다. 각 정당에 등록되지 않은 일반 유권자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는 게 코커스와 가장 큰 차이다. 이 때문에 통상 코커스보다 중도층의 표심이 더 잘 반영된다고 여겨진다. 최근에는 각 주에서 코커스보다 프라이머리를 더 많이 실시하는 추세다.
투표 시점도 차이가 있다. 이미 20일부터 미네소타 등 3주에선 사전 투표가 시작됐다. 대선 당일 투표 시간 역시 12~15시간으로 주별로 다르다. 예를 들어, 뉴햄프셔주의 산간 마을인 딕스빌노치에선 자정에 투표가 시작되는데, 이는 광산이 있던 시기에 투표를 마친 뒤 이른 새벽 일터로 가던 전통 때문이다. 뉴욕주의 일부 투표소에선 오후 9시까지만 투표할 수 있다. 퇴근하고 투표하라는 말이다.
미 대선 개표 방송을 보면 미국 지도를 띄워놓고 어느 당 후보가 우위에 있느냐로 색을 정해 지도를 물들인다. 민주당을 상징하는 생각은 파란색, 공화당을 상징하는 색은 빨간색이다. 그래서 민주당이 우위인 곳은 ‘블루 스테이트(Blue State)’, 공화당이 우위인 곳은 ‘레드 스테이트(Red State)’라 부른다.
블루 스테이트로는 서부 해안가의 캘리포니아·워싱턴·오리건주, 북동부의 뉴욕·뉴저지·매사추세츠·코네티컷·메릴랜드·로드아일랜드주 등이 있다. 반면 텍사스·켄터키·사우스캐롤라이나 같은 남부 지역의 주들은 레드 스테이트다. 보수 성향이 강한 기독교 신자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어 ‘바이블 벨트(Bible Belt)’라고도 한다. 보라색도 있다. 민주·공화 어느 한 곳의 뚜렷한 우위 없이 선거 때마다 구도와 이슈에 따라 판세가 엎치락뒤치락하는 곳들인데 ‘퍼플 스테이트’라고 한다. 경합주, 이른바 ‘스윙 스테이트’라고 부를 때도 있다.
라스베이거스서 유세하는 해리스 [사진출처=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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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승부일 땐 하원이 대통령 선출
두 후보가 선거인단을 절반인 269명씩 확보한다면 무승부가 될 수도 있다. 다시 투표해야 할 것 같지만 그냥 하원에서 정한다. 미국 수정헌법 12조는 하원이 대통령, 상원이 부통령을 각각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의원 한 명이 한 표씩 행사하는 상원과 달리 하원에선 연방제 특징을 살려 각주가 한표를 행사한다. 만약 여기서도 25표로 동수가 나오면 26표 이상이 나올 때까지 계속 투표한다. 미 역사상 이 과정을 거쳐 대통령이 결정된 사례가 두 번 있었다. 새 대통령을 선출하는 마지막 절차는 상·하원 합동 회의 투표 결과 인증이다.
2024년엔 전 세계 76개국이 선거를 한다. 세계 인구 절반인 약 40억명 이상이 투표를 하는 ‘지구촌 선거의 해’다. 한국도 지난 4월 총선(국회의원 선거)을 치렀다. 76개국 선거 가운데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 바로 11월 5일 미국 대선이라고 봐야 한다. 반도체, 자동차를 비롯한 한미 통상문제, 북한 중국을 비롯한 외교 문제 등에 미 대선 결과가 큰 영향을 미친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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