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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160g 미만 V30 만들려 다 뜯어고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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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30는 지금까지의 대(大)화면 스마트폰 중에서 가장 가볍습니다. 이를 위해 90여개 부품을 처음부터 새롭게 설계했습니다. 이전 제품과는 완전히 다른 LG 스마트폰을 만든 것입니다."

12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 LG전자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연구소에서 만난 V30 개발팀장 하정욱 상무는 전략 스마트폰 V30에 대해 "크기는 키우고 기능은 추가하면서도 무게는 줄인 제품"이라고 말했다.

V30는 화면 크기가 6인치(15.24㎝)에 달하지만 무게는 158g, 두께는 7.3㎜에 불과하다. 같은 대화면 제품인 삼성전자의 신제품 '갤럭시노트8'(195g)보다 37g이나 가볍다. V30 개발팀은 어떻게 이런 '무게의 혁신'을 이뤄냈을까.

하 상무는 "V30 개발을 시작하면서 가장 난감했던 것은 화면 크기는 유지하면서 전체 크기는 줄이고, 얇고 가벼우면서 동시에 튼튼해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상식적인 물리 법칙을 뛰어넘는 방법을 생각해내야 했다"고 말했다. 개발팀은 V30 무게의 목표치를 160g으로 정했다. 제품 기획을 맡은 변성찬 책임은 "소비자 조사에서 스마트폰 무게가 180g을 넘어가면 '무겁다'고 느끼는 경우가 급격히 늘었다"면서 "이보다도 훨씬 더 목표를 어렵게 잡았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12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 LG전자 연구소에서 전략 스마트폰 V30 개발 주역들이 제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이성철 프리미엄제품개발실장, 하정욱 프리미엄사업담당 상무, 변성찬 프리미엄상품기획팀 책임. /성형주 기자



개발팀은 베젤(테두리)을 얇게 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LG디스플레이와 협력해 디스플레이 패널의 좌우를 구부리고 패널 하단의 기판과 절연막까지 뒤쪽으로 말았다. 디스플레이의 귀퉁이 부분이 베젤을 대신하게 해 베젤 너비만큼의 크기를 줄인 것이다. 기술 개발을 맡은 이성철 책임연구원은 "처음에는 LG디스플레이 측에서 '좌우를 휘게 하는 경우는 있어도 기판까지 구부리는 경우는 없다'며 고개를 저었지만, 꼭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읍소했고, 수많은 실패를 거듭한 끝에 겨우 성공했다"고 말했다.

각종 부품의 불필요한 부분을 깎아 없애는 '군살 빼기' 작업도 거쳤다. 하 상무는 "V30에 들어가는 300여개의 주요 부품 가운데 90여개는 이전의 스마트폰 부품과는 모양부터 달라졌다"면서 "카메라, 이어폰잭, 스피커 등 주요 부품의 중간에 구멍을 뚫어 부피와 무게를 줄였다"고 말했다. 구멍을 뚫어 확보한 공간에는 다른 부품을 밀어넣어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한 것이다. 그 결과 V30 내부 구조는 테트리스처럼 차곡차곡 채워졌고, 내구성도 높아졌다. 하 상무는 "물 한 방울 들어갈 공간도 남기지 않기 위해 재설계만 수천 번을 반복했다"며 "매 과정마다 중간 단계 부품과 시제품을 물에 담가 공간이 있는지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성철 연구원은 "V30의 내구성을 강화하기 위해 품질 테스트도 병행했다"면서 "떨어뜨리거나 열을 가하는 등 가혹한 조건에서 5000시간 이상 작동하면서 시험을 거쳤다"고 말했다. 품질 테스트 항목이 1000개가 넘는 데다 부품과 설계를 모두 바꾸는 바람에 기존 스마트폰보다 시험 시간도 20% 이상 늘어났다.

LG전자는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IFA 2017' 현장에서 V30를 국내외 언론에 공개했다. 미국과 유럽 IT 전문 매체들은 잇따라 'IFA 최고의 제품'으로 V30를 선정했다. 하정욱 상무는 "최근 몇 년 동안 LG전자가 내놓은 스마트폰은 소비자들과 경쟁사들에 보여줄 '특별한 것'이 없었기 때문에 V30는 이런 고정관념을 깨는 제품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시장 반응이 좋은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경필 기자(pi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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