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법 이형주 판사
기로에 선 병역거부 <상> 흔들리는 저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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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부지법 이형주(47·사법연수원 27기·사진) 부장판사는 지난 5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조모(22)씨에게 무죄를 선고하는 판결문에 이렇게 적었다. 지난달 1일 판사실에서 만난 이 부장판사는 “이미 유죄 판결을 받은 이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담은 것”이라고 했다. 이어 “쉽게 결론 내렸던 과거의 나와는 달리 후배 판사들은 좀 더 깊이 생각해 보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Q : 16명에게 유죄를 선고했던 이유는.
A : “한 번은 피고인에게 ‘집에 칼을 든 강도가 들어와도 총을 들지 않을 테냐’고 물었더니 ‘든다’고 답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총을 쓰는 건 왜 안 되느냐’고 물었더니 ‘전쟁을 위한 총은 들지 않는 게 교리’라고 하는 걸 보고 맹신이라고 생각했다.”
Q : 지금은 생각이 어떻게 달라졌나.
A : “‘여호와의 증인’이 침략전쟁과 방어전쟁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전쟁이 일단 일어나면 침략적 부분과 방어적 부분을 분리해 보기 어렵지 않나. 모든 사람이 전쟁을 거부하면 평화를 찾을 수 있다는 생각도 일리가 있다고 보게 됐다.”
Q : 생각을 바꾼 계기는.
A : “만년에 반핵운동가로 변신한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의 자서전 등을 보며 휴머니즘과 세계시민주의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또 세월호 사건 당시 기소되는 많은 사람을 보면서 이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과는 별도로 ‘지켜질 수 있는 법을 만든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전에는 실정법을 신봉했다면 지금은 ‘법의 정당성’에 대해 고민한다.”
Q : 무엇이 해법인가.
A : “대체복무제로 국방의 의무와 양심의 자유라는 두 가치가 조화를 이루게 할 수 있다. 집총만 아니라면 어떤 봉사도 하겠다는 이들을 포용할 여력이 없는 나라인가. 철저히 억압해야 할 정도로 이들이 미치는 해악이 큰가.”
Q : 안보를 경시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A : “안보는 생존의 문제다. 안보가 무너지면 법도 무의미하다. 안보가 정말 중요하니 함께 분석하고 토론하자는 것이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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