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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뉴스분석] 미국, 큰소리 비해 낮은 제재 수위 “미·중 관계 포기 못한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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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빠진 만큼의 다른 것 못 얻어

제재, 사실상 중국이 결재권 가진 셈

석유 제한은 북엔 심리적 큰 타격

섬유 금수 등 1조1290억 돈줄 차단

북 “미국에 더 큰 고통” 도발 예고

중앙일보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11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대북제재 결의 2375호에 찬성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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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 15개 이사국이 11일(현지시간) 새 대북제재 결의 2375호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한 지 9일 만이다. 대북제재론 아홉 번째다. 이번에는 북한의 ‘숨통’으로 여겨지는 대북 원유공급 제한 등이 포함됐다. 북한에 얼마나 타격을 줄 수 있을까.

① 원유=안보리는 400만 배럴로 추정되는 원유는 그대로, 정제유 등 정유제품은 200만 배럴(현재의 45% 수준)로 줄이도록 했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원유나 석유제품은 북한의 혈액이나 마찬가지”라며 “혈액이 제대로 통하지 않으면 혈압이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고, 중국이나 러시아가 대북 혈액공급(원유 등) 제재에 찬성했다는 점은 심리적으로 큰 타격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당장은 사재기나 밀무역을 통해 현상유지를 할 수 있더라도 제재를 피해 가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시간이 지나가면서 고통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성락 서울대 객원교수는 “6차 핵실험과 그 전후의 미사일 실험은 종전과 차원이 다른 도발로, 핵·미사일 완성으로 가는 퀀텀 점프(대도약)에 해당하는데 안보리 대응에는 질적인 점프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② 김정은 금고 죄기=북한의 섬유제품 수출과 노동자의 신규 해외파견을 금지한 건 김정은의 통치자금을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결의안이 제대로 지켜진다면 북한은 당장 10억 달러(약 1조1290억원)가량의 현금 수입 감소가 불가피하다. 북한과의 합작사업 역시 막았다. 결의에 따르면 기존 업체는 120일 이내에 사업을 접어야 한다. “김정은에 대한 직접 제재는 아니어도 사실상 김정은과 지도부가 제재의 목표”란 분석이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그러나 “김정은 개인에 대한 제재는 포함되면 좋고 안 되면 다른 것을 얻어내기 위한 카드로 봤다. 그런데 그 부분이 빠진 만큼 다른 걸 많이 얻어내지 못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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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이 유엔주재 중국대사도 오른손을 들어 찬성했다. 안보리는 대북 정유제품 수출을 연 200만 배럴로 제한하고, 북한산 섬유 수입을 금지했다.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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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이행이 관건, 북한 반발=문제는 중국이나 러시아 등 북한 체제의 현상유지를 바라는 국가들이 얼마나 참여하느냐다. 조봉현 IBK 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안보리 결의가 효과를 내기 위해선 중국이나 러시아의 참여가 필수”라고 진단했다. 그간 대북제재로 인한 적응력이 생긴 데다 지금처럼 원유나 석유제품의 대북 수출 통계를 허위로 작성하거나 ‘뒷문’ 역할을 할 경우 대북제재가 무의미해진다는 얘기다.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안보리 제재는 사실상 중국이 결재권을 가지고 중국이 하고 싶은 것까지만 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 핵개발을 원천적으로 막기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계속 두고 볼 것이냐, 이를 막기 위해 미·중 관계를 희생할 것이냐가 딜레마였는데 결국 미·중 관계를 포기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새 제재의 한계로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우려도 나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정은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1~2차례 강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실제 한대성 북한 제네바 대표부 대사는 "법적 근거가 없는 안보리 결의를 거부한다. 미국은 어떤 고통보다 큰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며 추가 도발을 예고했다.

한편 청와대는 새 결의에 대해 “이전 결의보다 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국제사회의 공감과 전폭적 지지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중·러시아가 만장일치로 동의한 것에 대해 (제재가) 부족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용수·박유미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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