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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안보상황’ 논리에…‘한반도 평화 구상’ 점점 멀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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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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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도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을 없애고, 대북 원유공급 중단이 포함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추진하며, 국방장관이 국회에서 ‘참수단’ 창설을 말하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전술핵 재배치 요구가 나온다. 몇 달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대북 강경 발언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고 있다.

그것도 보수야당이 아닌 문재인 대통령이 발언 주체다. 북한이 핵무기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에 근접한 상황 변화가 배경으로 설명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입장문을 통해 물리적 충돌을 무릅쓰고라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하면서 ‘엄중한 안보상황’을 들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6차 핵실험 때문에 사드 배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는 것이다.

안보상황이 엄중하다는 점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지만 사드 배치가 안보상황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문 대통령도 “현 상황에서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라고만 했을 뿐 안보상황 타개에 어떤 도움이 될 것인지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 입장문을 통해 보면 문 대통령 입장에서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 논란은 애초 고려 요인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연된 사드 배치를 조속히 완료해 북한에 한·미동맹의 공고함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이 ‘임시배치’임을 강조했지만, 이론적으로 사드 배치 철회 가능성을 열어둔 것일 뿐 사실상 사드 배치 영구화를 의미한다는 점을 청와대도 인정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번 배치 완료된 이상 철회하는 것은 배치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사드 배치 과정에 발생한 ‘시민과 경찰관의 부상’에 안타까움을 표하고 위로했지만 사과하지는 않았다. 또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하면 사드 배치가 불가피하다고 ‘미리 예고’한 적이 있다며 말 바꾸기를 했다는 지적도 일축했다.

문제는 이런 논리대로라면 ‘엄중한 안보상황’이 계속되는 한 정부는 전술핵 재배치, 자체 핵무장 논리도 수용하지 않을 수 없는 쪽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현 국면에서 문 대통령의 북한 문제 접근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다’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유화책 비판 트윗글에 대한 청와대 입장문을 통해 그런 뜻을 내비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발언들로, 문 대통령이 애초 구상했던 한반도 평화 구상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게오르기 톨로라야 러시아과학원 산하 경제연구소의 한국프로그램 소장은 7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기자와 만나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려는 주인이 아무도 없다. 그 역할을 한국이 하지 않고 미·일이 하는 대로 따라만 가고 있다”며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촛불혁명의 힘을 업고 출범한 대통령이 두려운 것이 무엇인가”라며 “보수층 눈치를 보지 말고 자신이 구상했던 한반도 평화 로드맵을 자신있게 추진해야 한다. 북한 주변국들을 보면 그럴 수 있는 지도자는 문 대통령밖에 없다”고 했다.

<손제민 기자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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