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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단독] 국정원, 우익 ‘국뽕영화’ 기획·사찰 엔터팀도 운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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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국정원 핵심 정보보안국이 정보 수집

대형 투자배급사와 감독 등 접촉해

국정원법 직무 벗어난 명백한 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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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정보보안국 산하에 ‘엔터테인먼트’ 파트를 두고 진보 성향의 영화를 만든 영화인들을 사찰하고, 우익 색채의 이른바 ‘국뽕 영화’ 제작을 기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의 이런 활동은 국정원법의 직무 범위를 벗어나는 명백한 불법이다.

<한겨레21>이 최근 영화계 인사 수십명의 증언을 토대로 국정원 관계자들을 취재한 결과, 박근혜 정부 시절 영화계 인사들을 사찰하고 이를 근거로 영화계의 제작·투자·배급 등 영화산업 전반에 개입했던 국정원 요원들을 뜻하는 ‘국정원 엔터팀’의 존재가 확인됐다. 엔터팀은 국내 정보 수집 업무를 총괄하는 정보보안국 소속으로, 문화계 전반을 담당하는 오아무개 처장(3급) 밑에서 배○○와 이○○ 등이 요원으로 활동했다. 국정원 정보보안국은 국정원 내 핵심 부서로, 당시 국장은 우병우 전 대통령 민정수석에게 각종 정보를 직접 보고한 의혹을 받고 있는 추명호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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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 인사들은 ‘국정원 엔터팀’이 영화계 관계자들을 상대로 현재 제작 중이거나 제작 예정인 영화 등에 대한 정보를 집요하게 수집했다고 입을 모았다. 복수의 영화계 관계자들은 “국정원 엔터팀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권변호사 시절을 그린 <변호인>(2013)에 유독 관심이 많았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주로 메이저 투자배급사들을 접촉했다. 특히 엔터팀 배○○은 한 투자배급사의 고위 임원과 한달에 한번꼴로 만나 각종 영화계 동향을 수집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의 활동 범위는 미국 할리우드 직배사까지 뻗쳤다. 진보 성향의 영화들이 국내 공적자금이 아닌 국외 자금으로 제작됐기 때문이다.

국정원 요원들은 영화감독들을 직접 불러내 ‘애국영화를 만들면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우파 콘텐츠 제작에도 나섰다. 특히 “대통령이 직접 액션도 하는 히어로물을 만들면 30억원 정도는 대줄 수 있다”며 영화 제작을 독려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수집된 영화계 정보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의 밑돌이 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한 투자배급사 임원은 “한마디로 야만의 시대였다. 영화 제작 일정을 일일이 국정원이 확인하는 시대에 무슨 창조경제가 되고 문화융성이 있었겠나”라고 말했다. 이런 의혹에 대해 국정원 쪽에선 “적폐 청산 대상 사건이다. 관련 내용 등을 면밀하고 광범위하게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완 정환봉 하어영 <한겨레21> 기자 funnybone@hani.co.kr, 김성훈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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