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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57년간 920명 장례 `무연고 노인의 맏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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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무연고 노인의 맏아들'로 불리는 광주 이일성로원 손문권 대표이사가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손 대표가 노인 복지에 헌신하기 시작한 것은 16세인 1960년부터다. 손 대표는 광주에 노인·고아,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여성들을 돌보는 시설을 세운 양어머니 이정희 씨를 도와 논·밭·과수 농사를 손수 지었다. 시설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돌보던 어르신이 힘겹게 세상을 등지면 과거에는 국가에서 장례비 등이 지원되지 않아 손수 관을 제작하고 염을 해 직접 법인 소유의 산으로 모셔 안치했다.

그렇게 57년 동안 노인 920명의 장례를 직접 치렀다. 그와 함께 지낸 노인은 모두 1018명. 손 대표는 노인들을 찾는 후손이 있을까 봐 200여 묘지를 벌초하고 위치를 일일이 표시해 기록으로 남기기도 했다.

시설 운영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산을 개간하다 죽을 고비도 넘겼고 보릿고개를 넘기기 힘겨울 때는 교회나 군부대 등을 찾아다니며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지난 1990년대 초반에는 결핵 전염을 막고자 분리 수용할 수 있는 요양원을 제안해 전국 1호 요양원을 허가받기도 했다.

1992년에 노인 고독사 문제가 심각함을 깨닫고 광주시에 4000명 이상의 홀몸 노인을 돌보는 재가서비스를 마련해 전국 사례로 전파하기도 했다.

1999년부터 북구노인종합복지관을 위탁·운영하며 보건복지부 평가에서 최우수 기관 평가를 받았다. 양로시설인 이일성노원은 3년 주기 복지부 평가에서 2002년부터 5회 연속 우수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복지부는 "손 대표가 양로, 요양, 재가, 노인여가시설을 직접 운영하면서 우리나라 노인 복지가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현장에서 묵묵히 헌신했다"고 국민훈장 수여 취지를 설명했다.

[광주 = 박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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