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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미, 한국에 전술핵 재배치”…현실성 없는 ‘대중국 공포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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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미 언론, 백악관 NSC 논의 보도

“트럼프, 한국 요청 있으면 검토”

현실화 땐 ‘핵확산금지조약’ 무력화

동북아 패권 포기 의미…실현 불가능

트럼프 행정부 ‘언론 플레이’ 분석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 한국·일본의 핵무장 용인을 포함한 공격적 대북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실행 가능성이 희박한 내용이 보도된 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 협상 과정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 <엔비시>(NBC) 방송은 9일(현지시각) “많은 전문가들이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 하지만 한국의 요청이 있으면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전술핵을 배치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는 백악관 관계자의 발언을 소개했다. 방송은 “전술핵이 배치된다면 30여년에 걸친 미국의 한반도 비핵화 정책을 깨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미국 당국자는 방송에 “중국이 원유 수출 차단 같은 더 강한 조처를 북한에 취하지 않으면 한국과 일본이 독자적 핵무기 프로그램을 추구할 수 있다”며 “미국은 이를 막지 않겠다는 뜻을 중국 쪽에 밝혔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는 북한보다는 중국에 대한 메시지”라고 덧붙였다.

<엔비시> 방송은 지난 3일 트럼프 대통령이 주재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논의 내용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국가안보회의에서 전술핵 재배치나 한·일의 자체 핵무장과 관련한 미국의 자체적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국의 일부에서 제기하는 전술핵 재배치 관련 여론을 거론하는 정도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현재까지는 미국 행정부에서 (전술핵 재배치 검토 등의) 얘기는 안 나오고 있다”며 “(전술핵 재배치는) 요원하다고 본다. 미국으로서도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되돌리는 것은 부담이 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술핵 재배치는 1991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어긋나, 이 선언을 폐기할 경우 북한에 핵무기 포기를 요구할 법적·도덕적 근거를 스스로 훼손하게 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엔비시> 보도가 맞더라도 전술핵 재배치는 ‘한국 정부가 요청하면’이라는 전제를 달고 있고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는 모호한 화법을 사용하고 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미국 쪽에서 정말 그런 얘기가 나왔다면 그건 중국 압박용, 나아가 북한 압박용 ‘페이퍼 카드’에 불과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도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앞둔 지난 3월 트럼프 행정부가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한다고 보도했지만, 미국 정부는 이후에 공식적으로 이를 부인해왔다.

한국과 일본의 자체 핵무장 용인도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뒤흔드는 것이어서 국제적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전혀 없다. 게다가 동맹에 대한 핵 억지력 제공을 바탕으로 누려왔던 동북아에서의 패권을 포기하겠다는 뜻이어서, 미국이 대외정책을 전면적으로 전환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압박할 필요가 있을 때 직간접적으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전술핵 재배치와 마찬가지로 ‘중국 압박용’이라는 뜻이다.

동북아 국제정치 지형을 뒤바꿀 이런 ‘공포탄’들이 여과 없이 보도되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언론 플레이’ 성격이 짙다. 중국을 압박해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 수위를 높이기 위한 전술인 셈이다. 지난 3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선 안보리에서 높은 수위의 대북 제재를 끌어내는 것을 우선적 목표로 설정했다고 한다.

이는 <엔비시> 보도 내용의 거의 대부분이 전술핵 재배치나 한·일 핵무장 허용 이외에도 중국을 겨냥한 데서도 알 수 있다. 지상 기반 SM-3 요격미사일 배치,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의 은행들에 대한 제재 등이 그것이다.

또한, 국가안보 보좌진은 선제공격 등의 선택지를 제시하면서도 “북한에 대한 군사 공격이 심각한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방송은 보도했다. 또 중국 정부 관계자들이 미국에 “북한에 선제 공격을 가한다면 중국은 북한을 지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는 미군 고위 관계자들 말을 전했다. 그러나 이들은 “북한이 미국을 공격한다면 모든 것이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김지은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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