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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시인 최영미, 1박 50만원 호텔 홍보 대가로 '룸 제공' 요청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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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 올린 글 내용 알려지면서 논란 불거져

조선일보

/최영미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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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로 잘 알려진 시인 최영미(56)씨가 서울 마포구의 한 고급 호텔을 홍보해 주는 대가로 1년간 객실 제공을 요청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 오전 최씨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어제 집주인에게서 월세 계약 만기에 집을 비워달라는 문자를 받았다”며 “이사라면 지긋지긋하다. 내 인생은 이사에서 시작해 이사로 끝난 것 같다. 이사를 안 하는 방법이 없을까?”라고 원치 않는 이사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고민하다 번뜩 평생 이사를 가지 않고 살 수 있는 묘안이 떠올랐다”며 특정 호텔을 홍보하는 대가로 그 호텔 방에서 평생 거주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최씨는 “내 로망이 미국 시인 도로시 파커처럼 호텔에서 살다 죽는 것. 서울이나 제주의 호텔에서 내게 방을 제공한다면 내가 홍보 끝내주게 할 텐데. 내가 죽은 뒤엔 그 방을 ‘시인의 방’으로 이름 붙여 문화 상품으로 만들수도 있지 않나”라고 썼다.

최씨는 그러면서 평소 좋아한다는 서울 마포구의 A호텔의 실명을 밝히고, 이 호텔 측에 보낸 ‘룸 제공 요청’ 이메일 내용을 공개했다.

“저는 A 호텔의 B 레스토랑을 사랑했던 시인 최영미입니다. 제안 하나 하려고요. 저는 아직 집이 없습니다. 제게 A 호텔의 방 하나를 1년간 사용하게 해 주신다면 평생 홍보대사가 되겠습니다. A를 좋아해 제 강의를 듣는 분들과 A라는 이름의 모임도 만들었어요. 제 페북(페이스북)에도 글 올렸어요. 갑작스런 제안에 놀라셨을텐데, 장난이 아니며 진지한 제안임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답변 기다리겠습니다.”

홍대 근처에 있는 A 호텔은 투숙객 전용 야외 수영장 시설을 갖춘 고급 호텔로, 소셜미디어 등에 ‘호캉스(호텔과 바캉스의 합성어)’ 추천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호텔 홈페이지에 따르면 ‘로얄 스위트’ 룸은 1박에 50만원, ‘스탠다드’ 룸은 1박에 25만원이다.

최씨는 글 말미에 “그냥 호텔이 아니라 특급호텔이어야 한다. 수영장 있으면 더 좋겠다. 아무 곳에서나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나”라며 “이 글 보고 ‘여기 어때’ 하면서 장난성 댓글 메시지 보내지 마세요. 저 한가한 사람 아녀요”라고 썼다.

A 호텔 측은 이에 대해 “최씨의 메일은 10일 오전 10시40분쯤 공용 메일로 접수됐다. 다만 룸을 무료로 요청한 것인지, 아니면 디스카운트(할인)를 원한 것인지 메일상으로 명확치 않다. 평일인 내일(11일) 구체적인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최씨의 공개 제안이 언론에 보도되자 일부 네티즌들은 “이제는 시인도 ‘갑질’에 동참했네”, “‘아무 곳에서나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표현은 실망스럽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좋은 아이디어다”, “A 호텔 이름 처음 들어 봤는데, 벌써 홍보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등 최씨의 생각을 지지하는 네티즌도 있었다.

최씨는 논란에 대해 한 언론에 “내가 최근 세워진 A 호텔을 홍보하고 그 대신 룸을 제공받으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이 호텔은 비용을 내고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쓴 곳이다. 난 룸을 제공받더라도 무료로 홍보해주는 것이 아닌가. 대중이 생각하는 ‘갑질’은 결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 시인 도로시 파커도 자신이 무료로 머물렀던 호텔에서 유명 배우, 기자와 비공식 점심 모임을 갖곤 했다. 나 역시 평소 강연에서 ‘호텔에 살다 죽는 게 로망’이라고 수 차례 밝혔었다”고 말했다.

최씨는 이후 페이스북에 다시 글을 올려 “내 뜻이 곡해됐다. A호텔에 무료로 방을 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다”며 “평생 누구에게도 공짜로 뭘 달라고 요구한 적 없다. 너무 고지식하게 살아 지금 가난해진건데 기가 막힌다”고 썼다.

[권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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